싱가포르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가격, 장시작 후 19% 넘게 올라
KB·삼성증권, 미국 및 IEA 비축유 방출 등 영향에 추세적인 상승은 제한적
국내 증시에선 정유주·에너지주 상승세 보여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 두 곳이 예멘 반군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이 잠정 중단된 가운데 국제유가가 개장과 함께 19% 이상 급등하는 등 출렁였다. 국내 증권사들은 추세적인 국제유가 상승보다는 일시적인 움직임에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국내 증권 시장에서는 이 영향에 정유·에너지주들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16일(이하 현지 시간) 싱가포르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장 시작과 함께 배럴당 11.73달러 오른 71.95달러로 19% 넘게 치솟았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장 초반 배럴당 63.34달러로 전장보다 15% 이상 급등하며 거래를 시작했다.

이날 국제유가가 급등한 배경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 석유 시설 타격과 관련이 있다. 로이터통신은 14일 새벽 예멘의 후티 반군이 드론을 이용해 사우디 동부 해안 부근의 아람코 아브카이크 단지와 인근 쿠라이스 유전을 공격했다고 지난 15일 보도했다. 이에 석유 생산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면서 시장이 공급 부족 우려에 반응한 것이다. 

아브카이크 단지는 사우디 동부의 주요 유전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탈황·정제해 수출항이나 사우디 내 정유시설로 보내는 시설로 하루 처리량이 700만배럴로 사우디 전체 산유량의 70%에 달한다. 그만큼 사우디의 핵심 석유 생산 시설로 꼽힌다.

여기에 중동 정세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사우디와 미국이 예멘 반군의 후원자로 이란을 지목하고 있는 까닭이다. 만일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격화되고 군사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게 될 경우 원유 시장은 더욱 요동칠 수 있다. 다만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날 성명을 통해 “세계 원유 시장은 현재로선 재고가 충분해 공급은 잘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일부 증권사들도 국제유가에 단기적인 영향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B증권은 이날 낸 보고서에서 “사우디의 석유 시설 피격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일시적으로 오를 수 있으나 추세적 상승으로 보기는 이르다”라고 진단했다. 당분간 WTI가 배럴당 5~10달러 안팎으로 상승할 수 있지만 미국 등 IEA 회원국들의 비축유 방출에 따라 추세적인 상승은 제한된다는 분석이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 미국의 전략비축유(SPR) 방출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유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공격을 근거로, 나는 전략비축유의 방출을 승인했다”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역시 비슷한 이유로 이번 사태가 국제유가의 단기 상승 요인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이번 테러에 따른 생산 차질 물량이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큰 것은 사실이나 단기에 수습될 가능성이 있고 일정 부분 대응 여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단기 유가 상승 요인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물론 이는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가능한 것으로 결국 사우디의 생산 차질이 얼마나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정보가 가장 긴요하다"며 “올해 8월 기준으로 사우디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주요 국가는 중국, 일본, 인도, 이집트, 한국, 미국 순으로 이들 국가가 이번 공격에 따른 공급 차질 리스크에 가장 많이 노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국내 증시에서는 국제 유가 급등에 따라 정유주들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날 오전 10시 현재 한국석유는 전 거래일보다 22.83% 오른 13만4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각 SH에너지화학(14.08%), 극동유화(10.39%), SK이노베이션(3.56%), S-Oil(3.31%) 등도 상승세다. 코스닥 시장에선 흥구석유(29.82%), 중앙에너비스(27.23%)등이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브카이크에 있는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 탈황·정제 시설 단지에서 14일(현지 시간) 예멘 반군의 무인기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 연기가 치솟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아브카이크에 있는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 탈황·정제 시설 단지에서 14일(현지 시간) 예멘 반군의 무인기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 연기가 치솟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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