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10기 1000㎞ 날아 사우디 아람코 아브카이크 단지, 쿠라이스 유전 공격
사우디·미국, 배후로 이란 지목···중동 정세 불확실성 높아져
무인기 공격에 원유 생산 차질···국제 유가 움직임 주목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석유 탈황·정제 시설이 예멘 반군 무인기 공격에 불이나 큰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석유생산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면서 국제 유가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15일(이하 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밤 예멘의 후티 반군은 드론을 이용해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 동부 해안 부근의 아람코 아브카이크 단지와 인근 쿠라이스 유전을 공격했다. 

사우디 국영방송은 시설 가동과 원유 생산에 별다른 피해가 없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위성 사진에서 검은 연기가 보일 정도로 화재 규모가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더불어 화재 탓에 가동이 중단됐다는 소식이 내부 관계자로부터 나왔다.

아브카이크 단지는 사우디 동부의 주요 유전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탈황·정제해 수출항이나 사우디 내 정유시설로 보내는 곳이다. 하루 처리량이 700만배럴로 사우디 전체 산유량의 70%에 달한다. 그만큼 사우디의 핵심 석유 생산 시설로 꼽힌다.

예멘 반군은 이날 무인기 10대로 아브카이크 단지와 쿠라이스 유전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예멘 반군의 무인기가 사우디 남쪽 영공에서 북쪽으로 1000㎞를 가로질러 해당 시설을 타격했다는 것이다. 

사우디가 예멘 반군의 무인기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중동 정세는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사우디와 미국이 예멘 반군의 후원자로 이란을 지목하고 있어 이날 공격을 사우디에 대한 이란의 군사 위협이라고 규정할 가능성이 매우 큰 까닭이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에 따르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로 “테러분자(예멘 반군)의 침략에 제대로 대응하겠다”라고 말했다. 예멘 반군도 “적들에 더 뼈아픈 작전을 확대하겠다”라고 경고한 상황이다.

이날 공격으로 국제 유가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 분석가 존 켐프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이번 무인기 공격으로 아브카이크 시설이 사우디에서 가장 위험한 취약지라는 점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며 “단 한 곳의 가동 중단으로 하루에 원유 수백만 배럴이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역시 “중동이 지정학적 복수심을 안고 돌아와 원유 시장을 강타할 것이다. 모두 두려워하는 일이 벌어졌다”며 “피해가 커 시설 가동 중단이 길어지면 원유 수입국이 비축유에 손을 대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다만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낸 성명에서 “세계 원유 시장은 현재로선 재고가 충분해 공급은 잘 이뤄질 것”이라며 “현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사우디 당국, 주요 산유국과 수입국과 연락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 일각에선 사우디의 원유 수출이 장기간 차질을 빚으면 석유수출국기구와 주요 산유국(OPEC+)의 산유량 감산 기간 연장 합의가 백지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14일(현지 시간) 예멘 반군의 드론 공격에 불이 난 사우디 석유시설. / 사진=연합뉴스.
14일(현지 시간) 예멘 반군의 드론 공격에 불이 난 사우디 석유시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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