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에 일어난 일 보라, 좋은 언급 아냐”···북미회담 진전 여부 주목

지난 6월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모습. / 사진=연합뉴스
지난 6월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모습. / 사진=연합뉴스

대북 매파(강경파)로 유명했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 경질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경질된 존 볼턴 전 보좌관이 북한 비핵화와 관련,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것은 큰 잘못이라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북한이 이달 하순 대화에 나설 의향을 밝힌 가운데, 북한이 극도로 거부해온 리비아 모델을 부정하며 유화의 손길을 내민 것으로 분석돼 향후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 추이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 질문을 받고 답변하는 형식을 통해 “그(볼턴)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리비아 모델을 언급했을 때 매우 큰 잘못을 한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지적했다. 트럼프는 “카다피에게 일어난 일을 보라”며 “그것은 좋은 언급이 아니었다”라고 재차 강조한 뒤 “그것은 우리가 차질을 빚게 했다”고 비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이 북한의 비핵화 방안으로 제시한 리비아 모델은 ‘선 핵포기-후 보상’ 정책을 지칭한다. 리비아는 지난 2003년 3월 당시 지도자였던 무아마르 카다피가 대량살상무기 포기 의사를 밝히고 비핵화를 이행했다. 하지만 카다피는 지난 2011년 반정부 시위로 권좌에서 물러난 뒤 은신 도중 사살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북한에 대해 강경한 정책을 내놓았던 볼턴 전 보좌관을 전날 경질한 데 이어 그가 주창해온 리비아 모델을 잘못된 정책으로 전면 부정한 것이어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 9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이달 하순 대화에 나설 의향을 밝힌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화답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6월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에서 합의했던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가 지연되는 상황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제1차 북미정상회담 논의가 진행되던 지난해 5월 볼턴 전 보좌관의 리비아 모델 언급에 북한이 반발하자 리비아 모델을 북한에 적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존 볼턴 전 보좌관 후임자 인선과 관련, 로이터통신은 이날 마이크 펜스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 퇴역 장성 키스 켈로그, 국무부 이란특별대표인 브라이언 훅,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 릭 와델 등이 후보군에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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