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1·2위 김상희·전병왕, 자의로 질본·제네바서 근무···이형훈 선임행정관, 복귀 시 역할 수행 전망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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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급 관료로 활약하는 보건복지부의 행정고시 38회 8명 전체 인원이 공교롭게 본부 밖에 포진해 있어 눈길을 끈다.

그동안 행시 동기들 중 사실상 서열 1위와 2위를 달렸던 김상희 국장과 전병왕 국장이 본부가 아닌 곳에서 근무하고 있어 예상대로 이형훈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복지부로 복귀할 경우 역할 수행이 예상된다.   

13일 복지부에 따르면 32회를 최고로 각 행시 기수마다 적게는 1~2명에서 많게는 20명 가까운 공무원들이 분포해 있다. 행시 최고 선배는 32회 배병준 사회복지정책실장이다. 김강립 차관은 행시 33회다.

각각 행시 기수가 여러 특징을 갖고 있지만 공교롭게 국장급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능력을 발휘해야 할 38회의 경우 8명 모두 현재 정부세종청사 밖에서 근무하는 것이 특색이다.

그동안 유일하게 복지부 본부에서 근무해왔던 행시 38회 출신 김혜진 국장은 오는 16일자로 감사관에서 물러나 본부 대기 발령을 받았다. 김 국장은 정확히는 13일 현재 본부 소속이지만 박인석 국장 후임으로 주칠레대사관 공사참사관에 내정됐기 때문에 사실상 본부를 떠난 셈이다.

행시 동기들 중 가장 먼저 승진하며 선두주자로 인식돼 왔던 김상희 국장과 전병왕 국장이 각각 질병관리본부와 제네바에서 근무하는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우선 김 국장은 행시 동기들 중 부이사관(3급)과 국장을 가장 먼저 달았다. 지난 2010년 김 국장이 부이사관으로 승진했을 때 승진 동기가 그 당시만 해도 행시 37회의 선두권이었던 이창준 의료자원과장(현 한의약정책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김 국장 승진이 어느 정도 빨랐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지난 2013년 8월 복지부에서 청소년위원회 실무추진단 파견근무를 떠나며 국장으로 승진했다. 당시에는 관운도 일부 따랐다는 분석이다. 청소년위원회가 젊은 여성 국장을 희망함에 따라 당시 부이사관이었던 김 국장이 승진과 동시에 파견 기회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5년 5월 복지부로 복귀한 후에도 건강정책국장과 정책기획관, 보육정책관 등을 역임하며 승승장구하던 김 국장은 지난달 초순 질본 국립인천공항검역소장으로 발령이 나 눈길을 끌었다. 

질본 국립인천공항검역소장은 초임 국장이 발령을 받거나 장관에게 찍힌 국장이 밀려나 받는 보직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 국장의 경우 서울에서 출퇴근을 위해 이 보직에 자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원 사유는 자녀 교육 등 개인사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 국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의료보장심의관으로 활동하다 역시 자원해 지난 2월 주 제네바유엔사무처 및 주국제기구대표부 공사참사관으로 발령 받아 제네바로 떠났다. 

대부분 복지부 공무원들은 해외파견근무를 희망한다. 하지만 1965년생인 전 국장이 복지부로 복귀하는 오는 2022년 2월에는 57세가 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결단으로 풀이된다. 조만간 칠레로 떠날 예정인 김혜진 국장이 1970년생인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전 국장 나이가 고령인 점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복지부 인사과장과 보험정책과장, 보건의료정책과장, 사회서비스정책관, 장애인정책국장, 청와대 선임행정관 등을 역임했다.

복수의 복지부 소식통은 “복지부는 인사과장을 원하는 사람은 안 시키고 사업과장을 희망하는 사람을 인사과장에 임명하는 것이 관례”라며 “일단 인사과장으로 발령 받아 근무하면 누구나 욕심이 생기고 이같은 경향은 물러난 후에도 지속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최근 10여년 기간만 봐도 복지부 인사과장에서 바로 국장으로 승진한 케이스가 2명이 될 정도로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욕심이 생기는 보직이 인사과장이라는 논리다. 그런데 전 국장은 본부의 치열한 경쟁을 미루고 제네바로 갔으니 인사과장 출신 중 예외 사례라는 소식통들 분석이다.

이처럼 김 국장과 전 국장의 공백은 그동안 서열 3위로 인식됐던 이형훈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 사회정책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메꿀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현재 공석인 건강정책국장에 거론되고 있다.

현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무처에 파견돼 근무 중인 은성호 국장도 내년 2월 경 복지부에 복귀하게 되면 능력과 실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교육훈련 파견근무를 떠난 이재용 국장도 강단이 있는 정통관료로 평가 받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복지부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 유시민 복지부 장관이 당시 이재용 국제협력담당관에 한·중·일 3국 보건장관회의를 3개월 내로 확정하라고 다그치며 무리한 요구를 한 적이 있다”라며 “이 담당관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고, 이에 유 장관이 내부 공모를 통해 후임 담당관을 인선한 사례가 있을 정도로 그가 배포가 있다”고 전했다.

결국 내년 초 일부 국장들이 복귀하는 등 순차적으로 행시 38회가 복지부 본부에 돌아오면 현재보다 국장들 업무능력이 배가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복수의 복지부 관계자는 “청와대에 파견돼 근무한 경험을 갖고 있는 행시 38회가 전 국장과 이 선임행정관, 신꽃시계 주미국대사관 공사참사관 등 3명”이라며 “이 선임행정관 후임자가 늦게 결정되는 것이 청와대의 높아진 인선 기준 때문이라고 하는데 행시 38회만 복지부에 모두 있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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