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 이후 대부분 기업 기관 수요예측서 부진
상장 후 주가도 공모가 밑돈 경우 많아
추석 이후 준대어급 IPO 있어 시장 분위기 바꿀 수 있을 지 ‘주목’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진행된 IPO 중에서 확정 공모가가 희망 공모가 밴드를 하회한 사례가 다수 나왔다. / 표=시사저널e.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진행된 IPO 중에서 확정 공모가가 희망 공모가 밴드를 하회한 사례가 다수 나왔다. / 표=시사저널e.

기업공개(IPO) 시장이 국내 증시 악화 영향에 지난 한 달 동안 침체된 모습을 보였다.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업 대부분은 희망 공모가 밴드를 하회하는 공모가를 받았고 심지어는 공모를 철회하는 기업도 나왔다. 투자 심리가 악화하면서 상장 이후 주가도 힘을 쓰지 못했다. 다만 최근에는 증시 악재 대부분이 소화되고 있고 시장 분위기를 이끌 준대어급 IPO도 대기하고 있어 향후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띌 지 주목되고 있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진행된 IPO 중에서 확정 공모가가 희망 공모가 밴드를 하회한 사례가 다수 나왔다. 당초 IPO를 통해 조달하려고 했던 자금을 온전히 확보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는 올해 상반기 신규상장한 18개사 중 15곳이 공모가 희망범위 상단 이상에서 공모가를 결정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나노 신소재 전문기업인 나노브릭은 지난달 1~2일 기관 수요예측에서 39.3대 1이라는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게다가 기관들의 수요가 희망 공모가 밴드(1만8000~2만2000원) 하단에 몰리면서 공모가는 희망 밴드를 밑돈 1만6000원으로 결정됐다. 독자적인 나노 소재 생산 플랫폼으로 시장 관심을 받았지만 흥행으로는 이어지진 못했다. 

기능성 식품원료 제조회사인 네오크레마도 지난달 7~8일에 진행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부진했다. 기관 단순 경쟁률은 96.6대 1이었지만 90%가 넘는 수요가 희망 공모가 밴드(1만~1만1500원) 하단 미만에 몰리면서 공모가는 8000원으로 확정됐다. 특히 네오크레마의 수요예측이 진행된 날은 국내 증시가 급락한 다음 날이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컸다.

증시 급락세가 진정된 지난달 말에도 IPO 시장은 깨어나지 못했다. 시스템 반도체 솔루션 전문 기업 라닉스는 지난달 말 진행된 기관 수요예측에서 희망 공모가 밴드(8000~1만500원)에 못미치는 6000원의 공모가를 확정지었다. 비슷한 시기 기관 수요 예측을 거친 RNA치료제 개발 전문기업 올리패스도 공모가로 2만원을 확정해 희망 공모가 밴드(3만7000~4만5000원)를 크게 밑돌았다.

지난달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업 중에서는 마니커에프앤지와 한독크린텍만 희망 공모가 밴드 상단에서 공모가가 정해졌다. 전날 종가 기준으로 나노브릭과 네오크레마는 코스닥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이들 기업은 상장 이후에도 공모가를 상회하는 주가를 형성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부 뛰어난 기업이라면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흥행이 될 수 있지만 대개는 증시 영향을 받게 된다. 이에 시장 상황이 크게 좋지 않을 때는 상장을 뒤로 미루는 사례도 종종 나온다”며 “상장 기업의 희망 공모가를 산정할 때 유사 업종에 속한 상장사의 주가수익비율 등과 비교해서 내놓은 경우가 많은데, 이후 증시가 급락하면 상대적으로 상장을 진행 중인 기업들의 희망 공모가 밴드가 높아 보이게 된다. 이에 높은 공모가를 받기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초 캐리소프트는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판단에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다만 추석 연휴 이후에는 시장 분위기 반전 가능성도 점쳐진다. 국내 증시를 짓눌렀던 미·중 무역분쟁 우려가 약화된 데다 준대어급으로 평가받는 롯데리츠가 시장의 관심을 이끌고 있는 까닭이다. 이밖에 전문의약품 및 건강기능식품 제조·연구개발기업 ‘녹십자웰빙’, 핀테크보안기업 ‘아톤’,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 ‘팜스빌’, AI 머신비전 솔루션 전문기업 ‘라온피플’, 환경소재 및 첨단복합소재 전문기업 ‘엔바이오니아’ 등도 향후 기관 수요예측을 앞두며 시장 분위기를 달굴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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