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서비스
SKT-CJ헬로비전 합병 심사 때와 ‘꼭 닮은’ 국토부의 진에어 제재
  • 엄민우 기자(mw@sisajournal-e.com)
  • 승인 2019.09.11 15: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결정 기다리며 불확실성 속에 경영상 주요 결정 못해
“기업 관련 주요 결정은 명확한 법과 기준에 따라 신속한 의사결정 필요”
진에어 777-200ER 여객기. / 사진=진에어
진에어 777-200ER 여객기. / 사진=진에어

국토교통부의 제재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진에어의 경영상 부작용이 하나 둘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과거 박근혜 정권 시절 공정거래위원회가 200일이 넘는 합병 심사 기간을 허비하면서 관련 기업들이 피해를 봤던 때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근혜 정권 시절이던 2015년 11월 SK텔레콤은 CJ오쇼핑의 CJ헬로비전 지분 30%를 5000억원에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발표 초기에만 해도 이동통신업계의 빅뱅으로 관심을 모았지만 해당 합병은 결국 무산됐다.

그런데 그 결과를 떠나 과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합병을 하기 위해선 공정위의 심사 과정을 거쳐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끝날 것으로 예상됐던 공정위 심사 과정은 217일을 끌었다. 법정 기간은 120일이었는데 당시 공정위는 심사 기간을 연장해가며 역대 최장 기간 해당 건을 잡고 있었고, 결국은 무산됐다. 합병 발표 초기에만 해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측에선 합병 무산과 관련해 박근혜 정권의 외압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문제는 심사를 기다리던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에서 나타났다. 결과를 떠나 늘어지는 심사기간 탓에 경영상 주요 결정을 하지 못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CJ헬로비전은 합병 심사 기간이 길어진 탓에 투자나 채용, 영업이나 조직 개편 등을 진행하지 못했다.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함부로 경영상 필요한 결정을 내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CJ헬로비전의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회사는 힘겨운 시절을 보내야 했다.

한 케이블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 심사는 정부가 중요한 결정을 빨리 해주지 않으면 해당 기업이 얼마나 힘들어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고 전했다.

정권이 바뀌고 수년이 지난 지금, 항공업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물컵 갑질’ 사태로 시작된 국토부의 제재가 1년을 넘어가면서 진에어가 경영 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신규 노선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은 둘째 치고 제재에 묶여 신규 기재를 도입하지 못하다 보니 채용 계획 등 각종 주요 결정을 내리는 데 애를 먹고 있다는 전언이다.

진에어는 결국 지난 10일 국토부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하며 제재를 해제해줄 것을 공식 요청하고 나섰다.

두 사례는 정부가 주요 사안에 대해 어떤 결정을 하든, 의사결정 기간이 길어지면 기업 경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물론 진에어 사례의 경우 제재 기간을 얼마나 길게 가져갈지는 국토부가 결정할 일이지만,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의 주요 결정과 관련해 좀 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미 진에어 제재의 원인이 됐던 부분들이 다 해소된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제재를 이어가고 있는데, 그렇다면 적어도 제재를 해제하기 위해선 무엇이 더 필요한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미국계 기업 임원은 “미국에선 그 결정이 기업들에게 가혹하든 도움이 되든 상관없이 법과 기준에 맞으면 빨리 결정을 내리는데, 한국에선 주요 의사결정 때 무언가 주변 요소들을 많이 고민하는 것 같다”며 “기업에겐 좋지 않은 환경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엄민우 기자
산업부
엄민우 기자
mw@sisajournal-e.com
엄민우 기자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