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두 목련공원묘원 이사장 “재처리 필요 없고 자연회귀 심리” 분석···정부에 정책 건의도

이영두 재단법인 목련공원묘원 이사장이 포즈를 취한 모습. / 사진=시사저널e
이영두 재단법인 목련공원묘원 이사장이 포즈를 취한 모습. / 사진=시사저널e

“요즘 장묘문화 추세는 자연장, 그중에서도 수목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젊은 층의 선호도가 높아져 저희도 놀라고 있습니다.” 

이영두 재단법인 목련공원묘원 이사장은 최근 수목장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가는 분위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부분에서 다소 생소한 일반인도 있을 수 있어 개념부터 명확하게 정리해 달라고 이 이사장에게 부탁했다.

“장례는 전통적 방식인 매장과 화장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매장은 봉분을 만들어 시신을 매장하는 방식입니다. 현재 매장은 10%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나머지 90%는 화장입니다.” 화장의 경우 봉안묘나 봉안당이 40%, 자연장이 30%, 산골이 30%로 구분된다. 봉안묘는 돌로 함을 만들어 유골을 넣는 것이다. 옥외에 설치한다. 봉안당은 건물에 유골함을 모시는 것을 지칭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납골당이라고 일컫는 것이 봉안담을 의미한다.

“자연장은 잔디장이 10% 내외, 수목장이 90% 정도를 점유합니다. 잔디장은 글자 그대로 잔디 밑에 유골을 모시는 것입니다. 수목장은 나무를 심고 그 밑에 모시는 것이구요. 외국에서 인기 있는 화초장은 아직 한국에서는 선호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자연장에서는 수목장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이사장은 국가나 자치단체가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민간 장사시설에서는 최근의 흐름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자연장이 활성화되지 않고 았다고 지적했다. “자연장은 우리나라에서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아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기존 장사시설을 운영하는 법인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새로운 시설을 설치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있습니다. 관련 법규정이 까다로워 자연장 허가가 쉽게 나지 않고 있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익히 알려져 있는 내용이지만 화장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이 작고 전, 대규모 화장장을 포함한 종합장사시설을 세종시에 기증한 적이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화장이 널리 홍보되는 데에는 최 회장의 공이 컸다는 분석이다. 이어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2018년 사망 후 곤지암에서 수목장으로 안치됐다. 이때부터 수목장에 대한 일반인 인식도 크게 변화됐다.  

“아무래도 제가 직접 공원묘원을 운영하다 보니 자연장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 증가를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수목장을 방문하거나 견학하고 싶다는 연락이 자주 오고 있어요.” 여기까지 듣고서도 자연장, 특히 수목장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핵심 이유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자세한 현재 상황과 설명을 요청해 들어봤다.  

“실제 봉안당의 경우 언젠가는 재처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계약 기간이 몇 년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반면 잔디장이나 수목장은 재처리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땅에 한번 골분을 매장하면 자연으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경치와 공기가 좋은 곳에 한번 모셔 놓으면 마음 편하게 언제든지 방문하고 돌아가면 됩니다.”

수목장에 안치되는 고인의 연령대도 상대적으로 낮아졌다고 한다. 이처럼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보니 기존 묘지에 매장했던 회원들도 수목장으로 옮길 수 있는지에 대해 문의가 많아지는 상황이라고 이 이사장은 설명했다. 이 같은 자연장 선호 증가는 자연회귀 철학과도 일부 연관이 있다. 어차피 한번 왔다 가는데, 후손들에게 부담 주지 않고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염원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저는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이사로서도 적극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장묘문화에 대한 정책 건의도 적지 않게 했습니다. 특히 자연장지를 안치할 때 종교별 참배 예식서가 필요하다는 점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종교별 참배 예식서가 필요하다는 점은 자연장, 특히 잔디장의 경우 절할 공간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점과 연관이 있다. 공간이 부족하니 후손들이 어떻게 좁은 공간에서 참배해야 할 지를 모르는 것이다. 장례문화진흥원이 추모의식의 기본 틀을 잡아 줬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재단법인 목련공원묘원 전경. / 사진=시사저널e
재단법인 목련공원묘원 전경. / 사진=시사저널e

최신 장묘문화 트렌드를 설명하는 이 이사장은 기존에 생각하던 기업인이나 장사업자 이미지와는 다른 차원의 인물로 판단됐다. 그는 미국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귀국해 대학에서 강의를 한 적도 있다. 동아석재 등 몇몇 사업을 경험한 후 지난 1990년 묘지사업을 시작했다. 2007년에는 삼성경제연구소 사진 강좌에서 사진작가 조세현씨에게 배워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어 2015년에는 일본 아사히신문 국제사진공모전에서 입선한 후 1년 동안 일본 전역 순회 전시를 다니기도 했다.

지난 2004년에는 경기도 양평 지역에 소재한 갤러리를 인수하는 등 예술가로서 소질도 겸비한 인물이다. 실제 기자가 직접 강원도 철원에 가서 보니 이 이사장이 유난히 묘원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쓴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이사장이 경영하는 묘원은 환경디자인 부문에서 지난 2017년과 2018년 연속 2년 동안 업계에서 최초로 산업통상자원부가 선정하는 굿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이런 연유로 2018년에는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장도 수상했다.

“다른 묘원의 경우 수익성에 치중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밭 모양의 수목장이나 잔디장으로 조성된 사례도 있어 아쉬움이 있습니다. 저는 전문 조경 디자이너에게 의뢰해, 부드러운 타원형을 응용해 3등분 또는 4등분한 모양의 유럽형 잔디장을 만들어냈습니다.” 수목장의 경우에는 나무와 나무 사이에 길을 시원하게 만들어 디자인을 고려한 것이 문외한인 기자의 눈에도 들어 왔다.

“그동안 절이나 교회 같은 종교시설에서 자연장 허가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상대적으로 허가 받기가 쉽다고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우 영업자들을 중심으로 영업을 하다 보니 일부 책임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수목 생장을 고려하지 않고 밀식 식재를 해서, 장기적으로 문제가 예견되고 있습니다.”

지난 1990년 문을 연 재단법인 목련공원묘원에 청춘을 바친 이 이사장에게 남은 목표가 무엇인지를 물어봤다. “지금도 공원묘원 같지 않다지만, 더욱 정감 있고 예술적인 정원 같은 공원묘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제가 예술을 좋아해 조각과 유명 인사들 묘비명을 많이 배치했습니다. 시비도 30개 이상 만들어놓았기에 시와 조각이 있는, 자연과 조화된 묘원이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자작나무가 자생하는 지역이라 자작나무 산책길과 흰색 꽃과 나무를 많이 심는 화이트 가든을 조성하고, 저도 나중에 수목장을 택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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