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아파트 시세보다 저렴하게 입주 가능, 매물 극소수에 정보 적어 고수들의 성지로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혼란을 거듭하는 서울 주택시장에서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의 보류지 물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신축아파트가 주택시장의 대세로 떠오르는데다가 청약통장이 없거나 가점이 낮은 사람들도 모두 보류지 입찰에 참여 가능한 만큼 청약참여가 쉽지 않은 이들이 주목한 영향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가락시영아파트(현 송파 헬리오시티)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지난 9일 입찰공고를 내고 보류지 5가구를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에 나선다. 매각 대상은 ▲전용 39.86㎡C(21층) ▲전용 85㎡L(16층) 및 85㎡A(4층) ▲전용 110.44㎡B(23층) ▲전용 130.06㎡A(22층) 등 총 5가구다. 최저 입찰가는 10억5700만~22억6100만 원으로 책정됐다.

보류지는 통상 조합과 같은 정비사업 시행자가 분양 대상자의 누락, 착오, 소송에 대비하기 위해 분양하지 않고 남겨두는 물량이다. 관련법에 따르면 전체 분양가구의 최대 1%까지 설정해 둘 수 있는데 통상 한 단지 당 10가구 안팎으로 물건을 빼놓는 편이다. 보류지 입찰에는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만 19세 이상이면 다주택자까지 참여 가능하다. 이른바 줍줍과 비슷한 형태다.

보류지로 공급되는 물량은 가구수가 극히 소량이어서 그동안 사업 시행자 측은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일반인이 매각 소식을 알기 쉽지 않아 일부 고수들의 성지로 인식됐다. 통상 일반적으로 매각 공고는 아파트 완공을 6개월 앞둔 시점에 조합이 신문 등을 통해 하는 편이지만 입찰 시점은 조합이 정하기 나름이라 사업장마다 다르다. 때문에 보류지 입찰에 참여하려면 관심 사업장에 연락해 정보를 아는 등의 발품을 파는 게 필요하다.

매각은 대부분 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진행한다. 조합이 공고문에 제시한 입찰 최저가보다 더 비싸게 입찰가를 써낸 사람이 낙찰받는 방식이다. 통상 분양가는 시세 수준으로 청약물량보단 비싸다. 분양가를 높게 책정해야 사업 시행자인 조합 측의 수익성이 보전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류지는 최초 계약 시점에 낙찰가의 10%를 현금으로 일시납하고 계약 1개월 뒤 낙찰가의 40%는 중도금, 입주 시점에 나머지 50%를 잔금으로 치러야 한다. 단기간에 분양가를 치러야 하는 만큼 금전적 부담이 크다는 단점은 있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선 보류지 입찰에 참여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참여문턱이 청약대비 낮은데다 최근 주택시장의 트렌드인 신축 아파트를 보유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올해 초 성북구 장위동에 있는 래미안장위포레카운티 잔여물량 보류지 입찰에 참여했던 한 직장인은 “청약통장이 없이도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과 같은 수준이어서 보류지 입찰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실제 보류지 인기는 청약 못지않다. 대표적 인기 사업지로는 강동구 고덕동 고덕 그라시움 보류지 입찰을 꼽을 수 있다. 고덕 그라시움 보류지 13가구는 평균경쟁률 8대 1을 기록했다. 전용 84㎡D타입 낙찰가는 12억5777만 원으로 입찰가(10억3500만 원)보다 2억2000여만 원이나 높은 값에 팔렸다. 용산구 효창동 롯데캐슬 센터포레도 보류지 2가구 입찰을 이달 중순에 마무리했는데 낙찰가가 최저입찰가보다 5000만 원 높게 형성됐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보류지는 낮은 입찰 참여요건, 가격경쟁력 등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며 “유동자금 여력이 있다면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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