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강제추행치사 아닌 준강제추행으로 기소···대신 ‘형벌 가중적 양형조건’ 적용해 판단

사진=연합뉴스
/ 사진=연합뉴스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가 가해자를 피해 이동하다 추락해 숨졌다면 추행과 사망사이의 인과관계와 책임을 얼마나 인정할 수 있을까. 법원은 가해자를 ‘준강제추행치사’로 기소할 수는 없다고 보면서도 피해자의 사망을 형벌 가중적 양형조건으로 적용하는 것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이아무개(42)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11월 6일 강원 춘천시에서 동료들과 회식한 뒤 술에 취한 여직원 A씨를 자신의 집에 데려와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이튿날 새벽 이씨를 피해 이동하다 아파트 8층에서 떨어져 숨졌다.

이 사건은 기소 당시부터 논란이 있었다. 경찰은 이씨에게 강간치사 혐의를 적용했으나, 검찰은 준강제추행 혐의만 적용해 기소했기 때문이다. 대신 1심은 강제추행죄의 권고형량인 1년 6개월~4년 6개월 보다 무거운 징역 6년을 선고했다. 1심은 양형에서 피해자가 숨진 것을 가중적 조건으로 적용했다.

이에 반발한 이씨는 “준강제추행과 피해자의 사망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데도 피해자의 사망을 형벌 가중적 양형조건으로 삼은 것은 준강제추행치사죄로 처벌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항소했다.

하지만 2심은 “피고인은 피해자를 추행할 의도로 만취상태의 피해자를 자신의 주거지로 데려가 추행했으므로, 피해자가 그 침실을 벗어나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결과를 추행 범행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양형심리 및 양형판단 방법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양형심리 및 양형판단 방법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라며 징역 6년을 확정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