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북한, 미국에 제재완화 등 상응조치 요구 가능성”
‘볼턴 경질’로 미국 유연한 입장 변화 분석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오후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을 나서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오후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을 나서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북한과 미국 간 비핵화 실무 협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북한이 제시한 ‘새 계산법’이 주목받고 있다. 영변 핵시설 폐기 외에 추가적 핵시설 비핵화 가능성, 이에 북한이 받을 상응조치가 관심 사안이다. 이러한 양국의 의견이 얼마만큼 조율될지가 실무 협상 성공 관건으로 분석됐다.

지난 9일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에서 “우리는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측과 마주 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며 다만 “나는 미국 측이 조미(북미)쌍방의 이해관계에 다 같이 부응하며 우리에게 접수 가능한 계산법에 기초한 대안을 가지고 나올 것이라고 믿고 싶다. 만일 미국측이 어렵게 열리게 되는 조미실무협상에서 새로운 계산법과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면 조미 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만남은 좋은 것”이라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교착 상태에 빠졌던 북미 비핵화 실무 협상이 재개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실무협상이 성공적으로 열리고 비핵화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최선희 외무상이 ‘새 계산법’ 발언을 통해 밝혔듯이 북미 간에 비핵화 의견 차이를 좁혀야 한다.

우선 북한이 말하는 ‘새 계산법’에 따라 북한 스스로 영변 핵시설 외에 추가적 핵 시설에 대한 비핵화 조치를 수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11일 문인철 서울연구원 도시외교연구센터 부연구위원(남북관계 담당)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 외에 강선 지역 등에 대한 핵 동결을 이번 실무협상에서 수용할 수 있다”며 “이에 따른 상응조치로는 안전보장 강화와 대북 제재의 부분 완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 위원은 “제재 부분 완화의 경우 벌크캐시 이슈로 어려움을 겪는 금강산 관광 재개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에게는 안보적 측면의 안전보장 강화도 중요하다. 평화협정 체결, 종전선언 외에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할 수 있다. 최근의 북한 미사일 발사들은 북한의 안보 체계를 완성하겠다는 의미로 본다”고 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실장은 “북한은 속내로는 제재 완화를 원하지만 이를 감추면서 체제 안전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즉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한미군 전폭적 감축, 한미 훈련 중단 등을 요구하면서 제재 완화에 나서길 요구 한다”며 “이에 미국은 약간의 주한미군 감축, 한미훈련 축소에 나설 수 있다. 이에 더해 북한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또는 미국의 독자적 제재 해제를 얻어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실장은 미국의 요구와 관련해 “미국은 앞으로 실무협상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 외에 추가로 강선 핵시설 폐기 등을 요구할 것이다. 또한 북한에 최종적 비핵화의 정의 확립과 포괄적 합의를 요구할 것”이라며 “그리고 북한으로부터 비핵화 과정 중간에서 핵 신고와 사찰을 받겠다는 약속을 받으려 할 것”이라고 했다.

북미 간에는 비핵화의 단계에 대한 의견 차이도 있다. 조성렬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자문연구위원은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트럼프 1기 정부에서는 핵과 미사일 실험장, 영변 핵 폐기, 핵물질 생산시설 폐기까지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며 “북한은 미국이 요구하는 핵무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운반시설 폐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이어 “즉 북한은 단계적 해법을, 미국은 일괄타결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입장 차이를 어떻게 조절하는 지가 9월말 실무협상 성공 여부의 관건이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미 간 비핵화 협의가 당장 속도를 내진 못하겠지만 비관적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홍현익 실장은 “북미 실무협상에서 당장 북미 간에 비핵화 합의를 하진 못할 것이다. 몇 번 더 만나야 한다”며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대선에 북한 카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내년 초에는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북한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경질을 발표하면서 북한에 대한 미국 태도와 북미 실무협상에 미치는 영향도 관심이다.

이에 문인철 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의견 차이만으로 볼턴 보좌관을 경질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이유가 복합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북한이 요구하는 볼턴 경질이 된 상황”이라며 “미국은 실무회담에서 북한이 원한 것 들어줬으니 우리가 원하는 것 해달라면 잘 될 수 있다. 그러나 볼턴 경질로 북한이 자신의 의견을 더 강하게 주장하면 오히려 북미 협상이 잘 안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위원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핵 폐기 이전에 대북 제제 해제는 없다는 기조를 가져갈 것이다. 그 틀 안에서 유화적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이 볼턴 경질 전보다 더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 문제만으로 볼턴이 경질된 것은 아니지만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에 반대해 온 볼턴이 없어졌기에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의 태도가 유연해질 수 있다”며 “다만 9월말 실무협상에서 바로 미국이 유연하게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최종적 타결은 연말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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