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수주액 전년比 급감···중동·아시아 실적 반토막
저유가,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으로 수주환경 악화
현대·GS건설 제외하면 해외수주 목표 달성 어려울 듯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국내 건설경기 침체가 예상되면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던 건설사들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올해 초만 해도 해외수주 기대감이 컸지만, 지금까지 건설사들이 올린 수주액은 지난해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은 더 어둡다. 더딘 유가회복과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에 건설사들의 올해 해외수주 목표 달성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10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현재(10일 기준)까지 해외건설 수주금액은 138억6262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16억8886만 달러) 대비 36% 하락한 금액이다. 수주액이 급감한 주요 원인은 기존 해외수주 텃밭인 중동과 새로운 먹거리 시장으로 떠올랐던 아시아 시장에서 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초 업계에서는 국제유가 상승 등에 힘입어 중동 시장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중동 지역의 수주액은 43억1117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68억9187만 달러)의 약 62% 수준에 그쳤다. 저유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석유화학 관련 발주 자체가 줄어든 데다 자국의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의 저가입찰 공세 등이 수주감소로 이어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건설사들의 새로운 먹거리시장으로 주목받았던 아시아 지역에서도 부진이 이어졌다. 지난해 해외사업은 건축·토목 공사 수요가 많은 베트남·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수주가 확대됐다. 덕분에 국내 건설사들은 아시아에서 150억9000만 달러의 수주액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건설업계가 해외수주 300억 달러를 달성하는데 주요하게 작용했다.

하지만 올해 아시아 시장의 수주액은 지난해(118억9670만 달러) 대비 40.6% 하락한 69억7538만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수주 효자 노릇을 했던 베트남은 35억3040만 달러에서 7억6921만 달러로 78.2% 급감했다. 수주액이 전년 대비 5배 가량 늘어난 유럽(18억3342달러)을 제외하면 중남미(-90.6%), 아프리카(-46.5%), 태평양·북미(-69.2%) 등 나머지 지역은 수주액이 전년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다.

해외수주 부진은 업체별 수주 현황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지난해 실적에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지금까지 해외건설 수주액은 지난해 8억4813만 달러보다 4배 가량 높은 31억8311만 달러를 달성했다. GS건설 역시 18억1427만 달러로 전년(8억35만 달러) 수주액을 크게 뛰어 넘었다.

반면 삼성물산, 대림산업,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등의 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삼성물산의 수주액은 15억6288억 달러로 지난해(34억6186만 달러) 대비 반토막 났다. 대림산업(-32.8%), 대우건설(-34.9), 포스코건설(-78.8%) 등도 전년 동기에 비해 수주규모가 크게 줄었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과 GS건설을 제외하면 올해 해외수주 목표치를 달성하는 건설사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남은 4분기에도 해외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국제유가가 요동치는 탓에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하는 중동지역의 발주는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다. 또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저유가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업계의 고민거리다.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도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올해 해외수주 목표액인 300억 달러를 달성하려면 10억 달러 이상의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가 계속돼야 한다”며 “하지만 각종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요 매출처인 중동·아시아 지역의 발주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건설사업 침체에 이어 해외시장에서도 실적 개선의 기미가 보이질 않으면서 건설사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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