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재범 위험성’ 지적에도 구속 안 해···대법원 예규 “특별한 사정 없는 한 법정 구속”
법조계, ‘재벌 특혜’ 의견 많아··· “형 확정 후 선고형 집행 안 늦어” 반론도

조현준 효성 회장. / 사진=연합뉴스, 편집=디자이너 조현경
조현준 효성 회장 / 사진=연합뉴스, 편집=디자이너 조현경

징역형 선고에도 법정구속을 피한 조현준 효성 회장에 대해 ‘재벌 특혜’라는 비판이 나온다. 법리적으로 불가능한 결과는 아니지만 조 회장의 범행 전력, 대법원 예규 등에 비춰봤을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지난 6일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계열사 배임 혐의 일부(가액을 특정할 수 없음)와 효성 및 계열사 자금 횡령 혐의(16억)가 유죄로 판단됐다.

조 회장의 횡령 범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 회장은 2004~2005년 효성그룹 계열사의 돈 10억여원을 횡령해 개인 부동산 구입 자금으로 사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9억7000여만원을 선고받았고, 이 판결은 2012년 확정됐다. 그는 2013년 이명박 정부 시절 사면됐다.

조 회장은 또 2008~2013년 효성 법인카드를 자신의 개인용품 구입 등 명목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16억원을 횡령해 2016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번에 기소된 횡령 혐의(2002~2012년)는 다른 횡령 범죄로 재판을 받거나 집행유예 기간에 일어난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 재판부는 조 회장에 대해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고, 재범의 위험성이 상당이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막대한 자산을 보유한 회사 경영자가 범행이 발각된 후에서야 비로소 행한 피해회복 조치에 지나치게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면서 “지배주주의 횡령·배임 범행에 대해 회사가 표명한 처벌불원의사 역시 중요한 양형요소로 고려하기 어렵다”라고 징역 2년을 선고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런데 재판부는 조 회장을 법정구속하지 않았다. 형사소송법 제70조가 정한 구속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짧은 설명을 내놓았을 뿐이다. 해당 조항은 주거 부정, 증거인멸 염려, 도망 염려 등을 구속의 사유로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조 회장이 재벌 특혜를 받았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 모임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남근 변호사(법무법인 위민)는 “보통은 무죄 추정원칙에 의해 불구속으로 재판하다가 실형을 선고하면 법정구속을 한다. 일반인의 경우 대부분 그렇다”면서 “재판부가 유죄의 확신을 갖고 징역형을 선고했는데도 법정구속을 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재벌총수라고 해서 법정구속을 유보해준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백원기 대한법학교수회 회장(국립인천대 교수)은 “조 회장의 경우 주거가 뚜렷하고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부분이 고려됐을 것 같다”면서도 “동일한 범죄를 2회 이상 범한 전력이 있고 중간에 사면을 받은 후에도 범행을 반복해온 점을 고려하면 단지 도주 우려가 없다고 해 법정구속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고 본다”라고 비판했다.

조 회장을 법정구속하지 않은 것은 대법원 예규에도 반한다. 대법원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 57조(기본방향)는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할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정에서 피고인을 구속한다’고 돼 있다. 구속이 징벌적 의미가 아니므로 확정 판결 이후에 구속이 집행돼도 늦지 않다는 반론이 있을 뿐이다.

판사 출신인 서기호 변호사(법무법인 상록)는 “법정구속이 원칙적으로 당연하게 여겨져서는 안 된다”면서도 “법정구속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사례가 굳이 재벌에게만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 사건처럼 동종 전과가 있고 관련 혐의에 무죄가능성 없다면 법원은 법정구속을 해야 했다고 생각한다. 재벌특혜다”라고 말했다.

박찬운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리적으로만 보면 법원 이야기가 틀린 것만은 아니지만, 실형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하지 않는 게 일반적인지 의문”이라며 “‘유전무죄’와 같은 관행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법집행의 형평성이 요구된다”라고 지적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 선고형이 집행돼도 늦지 않다는 의견이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법정구속을 하지 않더라도 결국 형이 확정될 경우 그만큼 형을 살 게 돼 있다. 크게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징역형을 선고한다고 해서 꼭 법정구속을 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인과 재벌을 분리해서 생각할 부분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효성 측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 (법정구속을 피한 것과 관련해) 저희가 따로 의견을 낼 게 없다”면서 “회사는 징역 2년이 선고된 것 자체도 과하다고 보고 있다. 항소심에서 충분히 소명하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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