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클라우드업체들, 시장 선점에 ‘사활’

이미지=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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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외 및 국내 대형 IT업체들은 클라우드 시장을 두고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클라우드는 향후 기업 컴퓨팅 환경의 대세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시장을 선점하지 못하면 기업용 시스템 구축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특히 최근에는 정부 규제가 풀린 금융과 불안정한 트래픽으로 클라우드에 대한 수요가 많은 게임 시장에서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졌다. 앞으로 2편에 걸쳐 클라우드 격전지로 떠오른 금융 및 게임 시장의 상황을 짚어볼 예정이다. [편집자주]

금융 클라우드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규제 완화 덕에 올해부터 관련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여기에 아마존 등 외국계 업체들도 시장 진입을 예고하면서, 금융 클라우드 시장은 향후 치열한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클라우드는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시점에 접속해 필요한 만큼 빌려 쓰고 사용한 만큼 비용을 부담하는 컴퓨팅 방식을 말한다. 최근 인터넷 발전과 더불어 차세대 IT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많은 기업이 클라우드 플랫폼 적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클라우드의 경우, 외부 전산 자원을 쓴다는 점에서 데이터 보안관리가 상당히 중요하다. 이에 금융 등 민감한 정보가 담긴 분야는 얼마 전까지도 정보 시스템을 외부에 구축하는 클라우드 환경 사용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다 올 1월 정부가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금융 클라우드 시장이 열리게 됐다. 

현재 클라우드 시장 강자는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다. 그러나 규제가 강하게 작용하는 금융 시장 선점에 발빠르게 나선 곳은 토종 클라우드업체들이다. 토종 클라우드업체에게 금융은 전세를 뒤집을 수 있는 새 시장이다. KT·NHN·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 등 국내 클라우드업체들은 최근 금융보안원의 ‘클라우드 안전성 평가’를 획득하고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현재 민간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웹서비스(AWS)·마이크로소프트(MS)·IBM과 같은 외국계 업체들이 사실상 점령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국내 민간 클라우드 시장의 80%를 AWS와 MS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 클라우드 시장의 경우 상대적으로 제약과 규제가 많은 만큼, 외국계 업체들보다는 국내 업체들에게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토종 클라우드업체들 역시 이 점을 노리고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현재 금융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금융보안원의 안정성 평가를 받고, 클라우드 시설에 대한 현장실사를 받아야 한다. 본사 지침을 우선시하는 외국계 업체 입장에서는 이러한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KT는 지난 8월 서울 양천구 목동IDC 2센터 11층에 금융 전용 클라우드센터를 개소했다. 금융 전용 클라우드센터는 금융감독원 보안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면서 동시에 퍼블릭 클라우드 환경에서 금융사의 중요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KT는 금융·공공 부문 클라우드사업을 확장해 현재 20%대인 이 부문 매출 비중을 2022년 30%대로 높이겠다는 목표다. 현재 KT는 KEB하나은행 GLN(Global Loyalty Network) 플랫폼을 비롯해 제로페이 포인트 플랫폼을 서비스하고 있다. 

NBP는 최근 코스콤과 여의도에 ‘금융 클라우드 전용 존’을 오픈했다. 앞서 NBP는 클라우드 관련 보안 인증을 국내 최다로 획득했고 미국 CSA(Cloud Security Alliance) 스타 골드 등급 인증을 업계 최초로 획득하며 안정성 마케팅에 나섰다. 한국은행·한국재정정보원·삼성카드· 미래에셋대우 등 금융 고객사 유치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NHN은 통합 클라우드 솔루션 ‘토스트(TOAST)’를 앞세워 KB금융그룹에 금융 클라우드를 제공하고 있다. 토스트가 적용되는 계열사는 KB국민은행·KB증권·KB손해보험·KB국민카드·KB캐피탈·KB저축은행 등 6개다.

전문가들은 금융 클라우드 시장과 관련해 국내 토종 업체들이 초반 기선제압에 성공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최근 AWS 등이 국내 금융시장 진출을 예고하면서 안심하기는 아직 이른 상황이다.

AWS코리아는 최근 국내 금융 클라우드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 금융보안원 클라우드 안전성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스캇 멀린스 AWS 글로벌 금융사업개발 총괄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관명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몇 곳과 함께 평가를 받는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세계 1위 클라우드업체인 AWS가 본격적으로 국내 금융시장을 공략할 경우, 토종 업체들이 큰 위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클라우드 분야가 중요하지만, 특히 금융의 경우 고객 정보를 다루는 만큼 보안에 신경을 써야 한다”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대처하기에는 외국계보다는 국내 업체들이 훨씬 유리하다. 그런 점에서 금융사들이 아직까지는 국내 업체들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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