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막은 김현미 장관···‘분양가상한제’ 두고 정계·학계 우려 확산
부동산정책
귀 막은 김현미 장관···‘분양가상한제’ 두고 정계·학계 우려 확산
  • 길해성 기자(gil@sisajournal-e.com)
  • 승인 2019.09.09 18: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남기 부총리 분양가상한제 도입 연기 시사···야당, 제도 무력화 위한 법안 발의 나서
42개 재건축·재개발 조합, 대규모 시위 예고
“공급 축소로 이어져 집값 상승 유발 가능성 높아···거시경제만 왜곡할 것”
9일 업계 등에 따르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강력하게 밀어붙인 김현미 국토부교통부 장관이 코너에 몰린 모습이다. 다음 달 도입을 앞두고 정계는 물론 학계와 시민들까지 우려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 사진=연합뉴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강력하게 추진 중인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분양가상한제의 도입 시기에 대한 신중론을 제기하면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야당에서도 제도 무력화를 노린 법안을 잇달아 발의하고 있다.

시민들의 반발도 거세다.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은 분양가 상한제 소급 적용에 반대하기 위한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이외에도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밀어내기 분양, 청약 광풍, 신축 아파트값 상승 등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 예고 이후 부작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분양가상한제가 공급 축소로 이어져 집값 상승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도입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9일 국토교통부·국회·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김 장관은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한 규제 카드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추진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여권 내부의 일부 신중론과 다른 정부 부처의 반대가 있었지만, 김 장관의 의지는 확고했다. 국토부는 당정 협의를 거쳐 다음 달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 적용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효할 예정이다.

하지만 김 장관의 행보에 정부 내부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제동을 건 모습이다. 홍 부총리는 최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10월 초에 바로 작동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분양가상한제는 강력한 효과도 있지만 공급 위축 등의 부작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김 장관과 도입 시기에 대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다음 달 실시될 것으로 예상됐던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 속도 조절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야당 의원들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저지하는 법안을 잇달아 발의하고 있다.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 사업에서 관리처분계획인가까지 받은 단지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토록 하는 주택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지난 8일 발의했다. 국토부가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최초 입주자 모집 승인 신청 단지’로 소급 적용하려는 계획을 상위법 개정으로 막아내겠단 복안이다.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에서 민간택지를 제외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마련해 공동 발의할 의원들의 서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가상한제의 영향권에 있는 재건축·재개발 조합들도 집단행동에 나섰다. 재개발·재건축조합 연합 모임인 미래도시시민연대는 오늘 서울 세종문화회관 인근에서 ‘분양가상한제 소급 적용 저지 조합원 총 궐기대회’를 연다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둔촌주공 ▲개포1·4단지 ▲잠실진주 ▲방배5·6·13구역 ▲흑석3재개발 ▲반포 1·2·4주구 ▲신반포4지구 ▲이문3구역재개발 등 42개 조합, 1만20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미래도시시민연대 관계자는 “10일 13개 조합장이 대표로 국토부에 청원·결의서를 전달할 계획”이라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시행구역 지정취소 가처분 신청을 비롯해 헌법소원 등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의 부작용도 부동산 시장 곳곳에서 감지되는 분위기다. 분양시장에서는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분양이 늘어난 가운데 공급 축소를 우려한 예비 수요자들이 서둘러 청약에 나서면서 청약 광풍이 불고 있다. 지난 5일 진행된 서울 송파구의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은 1순위 접수에서 평균 54.93대 1, 최고 42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날 1순위 청약을 마감한 ‘서대문 푸르지오 센트럴파트’ 역시 182가구 모집에 7922명이 몰렸다. 새 아파트의 희소성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준공 10년 이하 아파트의 가격 오름세도 두드러졌다.

전문가들 역시 김 장관의 행보에 우려를 나타냈다. 분양가상한제로 분양가는 낮아지겠지만, 기존 주택들은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분양가 상한제가 일시적으로 시장을 안정화 시킬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공급을 줄여 집값을 올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대규모 물량 공급을 동반하지 않는 이상 분양가 상한제는 집값을 낮추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거시경제 자체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길해성 기자
금융투자부
길해성 기자
gil@sisajournal-e.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