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 송환법 철회 이후에도 홍콩 주식 순매도 이어가
홍콩 상위 10개 종목 보유액 6억5400만달러···전달 대비 7.3%↓
“홍콩 주식 시장 매력 저하 등 원인”

홍콩 시위대는 홍콩 정부의 송환법 철회 결정에도 지난 주말 시위를 이어갔다. 사진은 지난 8일(현지시간) 홍콩의 한 지하철 입구가 불타고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REUTER

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을 공식 철회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투자자들의 탈(脫)홍콩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홍콩 시위대가 송환법 철회 결정 이후에도 직선제와 민주주의 등을 요구하며 격한 시위를 이어가고 있어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따른 국내 투자자들의 홍콩 주식 처분이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주 송환법 철회 소식이 언론에 발표된 4일 이후에도 국내 투자자들은 투자한 홍콩 상위 10개 종목을 228만달러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 달 동안만 봐도 이들 10개 종목의 순매도 규모는 5232만달러였다. 

이는 송환법 철회 결정 이후에도 시위대와 경찰 간의 충돌 사태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홍콩 주식을 순매도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홍콩 종목인 텐센트홀딩스의 보유 금액은 지난 6일 현재 2억4709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달 같은 기간보다 1.36% 줄었고 홍콩 송환법 추진으로 시위가 시작된 지난 6월보다 16.51% 감소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많이 보유하고 있는 홍콩 상위 종목 10개 전체를 봐도 비슷하다. 텐센트홀딩스를 포함해 중국인민재산보험(PICC Property & Casualty), 간펑리튬(Ganfeng Lithium) 등 투자 상위 종목 10개의 총 보유 금액은 6억5419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달 같은 기간보다 7.25%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 라인(전달 대비 보유금액 12.3% 증가), 미국 아마존(10.9% ), 미국 마이크로소프트(7.9%), 중국 항서제약(6.9%), 미국 알파벳(3.4%) 등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매입 규모는 대부분 늘었다. 

8월6일~9월6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홍콩 주식에 투자한 내역. / 도표=조현경 디자이너

홍콩 항셍지수는 7월 말 2만7777.75에서 이달 3일까지 2만5527.85로 주저앉은 바 있다. 송환법 철회 소식 이후 상승한 지수는 지난 6일 2만6690.76에 장을 마치며 송환법 철회가 상승세를 견인했다. 하지만 대내외 악재로 홍콩 증시가 언제 약세를 보일지 모른다는 심리가 시장에 실리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순매도세는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홍콩 시위로 인한 리스크가 작용한 부분과 함께 중국 경기 악화,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관심 증가로 홍콩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투자자들 입장에서 보면 미국 시장 중심으로 투자를 하고 있고, 홍콩 시위 외에도 중국 경기 악화가 맞물리면서 홍콩 주식 시장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홍콩 항셍지수를 보면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연초 대비 떨어진 상황이다. 그런 측면에서 시장의 매력도가 올해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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