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KSP 성과공유 컨퍼런스 참석···“무역과 투자의 세계화로 전 세계 기술 진보”
“한국, EU와도 교역해야···글로벌 체인 활용도 필요”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서울 호텔에서 열린 2019 경제발전 경험 공유사업(KSP) 성과공유 컨퍼런스에서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서울 호텔에서 열린 2019 경제발전 경험 공유사업(KSP) 성과공유 컨퍼런스에서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가 글로벌 공급망을 만들어낸 세계화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미·중 무역분쟁 등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그는 한국이 기존 글로벌 교역망에 남아 다른 국가와의 무역을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9일 크루그먼 교수는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 호텔에서 ‘불확실성을 넘어 지식공유의 미래를 말하다’는 주제로 열린 ‘2019년 KSP(Knowledge Sharing Program) 성과공유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KSP는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세계화로 만들어진 글로벌 공급망···韓, 글로벌 체인 활용해 교역 이어가야”

크루그먼 교수는 이 자리에서 경제성장을 이끌어내는 중요 요소를 지식이라고 꼽으며 무역과 투자의 세계화로 만들어진 글로벌 공급망이 지식의 이전을 가능케 해 전 세계적인 기술 진보가 이뤄졌다고 언급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지식은 글로벌한 것으로 세계적으로 함께 증진한다”며 “한 나라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데는 선진국에서 개발한 지식을 흡수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지난 1990년대부터 2010년까지 급증한 세계무역 규모를 소개하며 전 세계적인 생산성 증대와 기술 발전이 무역과 투자의 글로벌화와 연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세계무역의 증가와 기술 진보, 두 현상은 글로벌 공급망이 통합되면서 이뤄졌다”며 “글로벌 가치사슬이 비용 절감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혜택을 가져 왔고, 생산을 비교 우위가 있는 국가에 다양하게 배치하면서 글로벌 생산 체인이 생기고 이것이 지식의 확산을 가져 왔다”고 역설했다.

또 1990년대 후반부터 급격히 벌어진 한국과 브라질의 총요소 생산성 차이에도 글로벌 공급망 참여 여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거론했다. 그는 “한국만큼 적극적으로 글로벌 가치사슬에 참여한 나라가 없었다”며 “공급망이 너무 복잡하고 길어지면서 물류에 문제가 생기고 기업도 공급망 사슬이 지나치게 확대됐다는 점을 자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망의 글로벌화가 멈춘다면 지식 이전도 멈춰 세계경제 성장의 추동력을 잃게 된다”며 “지금 우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로 보지 못한 보호무역주의의 대두를 보고 있다. 보호무역주의는 얼마든지 확산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크루그먼 교수는 한국이 무역분쟁에서 떨어져 글로벌 교역망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분쟁에서) 빠질 수는 있다”며 “한국은 제3자인 유럽연합(EU)과도 교역을 하며 최대한 글로벌 교역망에 남아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우리나 아는 글로벌 공급망이 끝나지는 않을 것이지만 무역분쟁 등 (공급망 붕괴를) 촉진하는 정책이 들어오면 파괴될 수도 있다”며 “한국은 미국이나 중국의 교역 일원으로 남는 것보다는 글로벌 체인을 활용하면서 교역을 이어나가는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중국발 경제위기 올 가능성···최저임금 인상은 경제에 긍정적”

폴 크루그먼 교수는 기조연설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디플레이션이 한국 경제에서 나타나는 것을 막아야 하므로 정부의 과감하고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가 재무구조를 봤을 때 한국 정부가 재정을 확장적으로 짜 경기 부양에 나설 수 있다고 제언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과거 일본은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현재 경기가 나쁜 만큼 한국은 단기적인 대응을 취해야 하며 그럴 여력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인상은 소비 지출을 늘려 경제에 일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다만 이 영향은 크지 않으며 지금처럼 세계 경기 전망이 어두운 시기에는 정부가 확장적인 재정을 펴 경기를 부양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진단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중국발 경제위기 발생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분쟁 심화는 중국이 위기를 맞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될지도 모른다”며 “중국은 신용을 확대해 경제성장을 해 왔고, 이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불균형이 있는 가운데서 무역분쟁 심화는 (위기로 가는) 티핑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며 나는 여기에 베팅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크루그먼 교수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견한 바 있다.

크루그먼 교수는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현상이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어 투자를 꺼리고, 이런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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