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 기대감에 호가는 높지만 높아진 가격에 피로감도 커 매수세는 약해
추석 이후 매수세 붙을지 업계 관심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마포구 일대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마포구 일대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강남 다음으로 움직임을 보이는 마포, 용산, 성동구가 속속 신고가 기록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처음이어서 사실상 대책 수명이 1년 만에 다한 게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온다. 다만 가격 상승 기대감에 호가는 높아도 강남처럼 매수세가 강하진 않다. 예년에는 추석을 기점으로 매수세 증가와 함께 집값이 오르는 형태를 보여서 이번 역시 추석 이후 거래가 활발해지며 상승장을 보여줄지 관심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마포구 공덕동 래미안공덕4차 전용 59㎡(구 25평)는 10억2000만 원에 실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용산구 신계동에 있는 용산e편한세상 같은 평형도 11억7500만 원에 최고가로 손바뀜이 이루어졌다. 성동구에서도 신고가 행진은 이어졌다. 옥수동 파크힐스 동일평형은 12억 원에 매매계약이 성사됐고, 옥수동 리버젠은 11억2000만 원에 거래가 이루어졌다. 이들 단지와 파크힐스, 리버젠 등 전용 84㎡(구 34평)은 15억 원 안팎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그동안 마포, 용산, 성동구 전용 59㎡가 10억 원을 넘어선 가격에 계약이 이루어지는 것은 한강 조망이 가능한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만 있던 일이었다. 앞서 언급한 단지들은 한강 조망과 관련 없는 곳이어서 10억 원을 넘어선 가격에 신고가 기록이 속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옥수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새 아파트 공급이 많지 않다보니 연식이 오래된 아파트 거주자를 비롯해 새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자들이 신축에 쏠리며 매매값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세가 높게 형성돼 있긴 하지만 거래가 활발한 것은 아니다. 이 관계자는 “가격은 전고점을 넘어서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거래는 간헐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 가능성에 신축 아파트 몸값이 비싸진다는 얘기가 나오니 소유주들이 높은 값에 매물을 내놓지만 받아 줄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서울 주택시장의 흐름을 이끄는 강남권 시장과는 분위기가 다른 것이다. 강남3구 중에서도 반포나 압구정같은 경우, 매수대기자가 많은데도 매도자가 물건을 쥐고 있어 거래 성사가 쉽지 않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추석 이후 부동산 시장 분위기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예년에는 늘 여름 휴가철에는 비수기여서 거래가 뜸하다가 추석 지나면서 거래 활발하며 상승장이 이어졌다. 특히 국토교통부에서 추진력 있게 준비해 온 분양가 상한제 역시 타 부처 및 여야 일부 의원들의 반발로 적용이 순조롭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시장 움직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루 전인 지난 8일 이혜훈 의원(자유한국당, 서울 서초갑)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은 부당하다며,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시행 인가를 받은 정비사업 단지와 일반 분양분 200세대 미만의 단지까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도록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의 발목을 잡는 재건축 사업장 조합원들의 반발도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모양새다. 서울의 80여 곳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장 조합원들은 이날 오후 5시 30분부터 9시까지 세종문화회관 옆 진달래 소공원에서 분양가 상한제 소급 저지를 위해 궐기대회를 연다.

이 때문인지 부동산 종합지수도 높아졌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7월 말 K-REMAP(부동산시장 진단·전망시스템) 지수는 전국 기준 98.8로 산출됐다. 서울 지역 주민, 중개업자가 느끼는 부동산 경기뿐 아니라 유동성·금리·주택 수급 등 실제 부동산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 여건까지 고려한 부동산 종합지수다. 이는 지난해 9월(99.8)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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