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첫 경제동향에 ‘수요 위축’ 명시···“최근 우리 경제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6개월 연속 한국 경제가 부진하다고 평가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6개월 연속 한국 경제가 부진하다고 평가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6개월 연속 한국 경제가 부진하다고 판단했다. KDI는 경기 부진 배경을 한국 경제를 이끌어오던 반도체 설비투자와 수출이 주춤하고 소매판매와 설비, 건설투자 모두 줄어들고 글로벌 경기마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8일 KDI가 발간한 ‘2019년 9월 경제동향’에서 KDI는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며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라며 “소매판매와 설비 및 건설투자가 모두 감소한 가운데, 수출 부진도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KDI는 대내외적으로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매월 발표하는 경제동향에서 KDI가 수요 위축을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요의 활력이 낮아지고 있다는 정도의 정부 분석보다 우려의 수위가 높다.

KDI에 따르면, 지난 7월 소매판매액은 0.3% 감소해 전달(1.2%) 대비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7월 설비투자는 4.7% 감소해 전달(-9%)보다 감소폭이 줄었지만, 반도체 산업과 밀접한 특수산업용기계는 전월(-17.6%)과 비슷한 수준인 16.2% 감소하는 등 반도체를 중심으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7월 건설기성(-6.2%)과 건설수주(-23.3%)도 줄어들면서 주거용 건축을 중심으로 건설투자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8월 수출도 부진한 상황이다. 8월 수출은 13.6% 감소해 7월(-11%) 대비 감소폭이 확대됐고, 반도체(-30.7%), 석유화학(-19.2%) 및 석유제품(-14.1%) 등 대부분 품목 수출이 하락세다. 이에 따라 동행지수 순환변동치(98.5→98.4)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97.9→97.6)는 내림세를 지속했다.

통상 관련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금융시장도 요동쳤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급등했고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종합주가지수(KOSPI)는 2000 아래로 하락했다.

다만 7월 전산업생산은 조업일수 증가(1일) 등이 반영되면서 전월(-0.8%)보다 0.5%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자동차(-1.5%→14.1%)와 기타운송장비(15.8%→26.3%)가 큰 폭 증가한 데 이어 광공업생산도 전달(-2.6%) 대비 0.6% 증가로 전환됐다.

KDI는 “자동차와 기타운송장비는 각각 작년 부분파업과 기저효과가 반영된 결과”라면서 “7월의 생산 확대가 조업일수 증가에 주로 기인했다는 점에서 경기 부진이 완화된 것으로 해석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노동시장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개선되는 모습이다. 7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29만9000명 증가했고, 계절조정 고용율은 60.7%를 기록했다. 하지만 계정조정 실업률은 전월과 마찬가지로 4.0%였다.

KDI는 “소매판매액이 내구재를 중심으로 감소하고 소비자심리지수가 기준치를 큰 폭 하회하는 등 소비는 부진한 모습”이라며 노동시장에 대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큰 폭의 취업자 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저물가 기조는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8월 물가는 근원물가가 0.8%의 낮은 상승률을 지속했지만 소비자물가는 농산물가격의 기저효과에 따라 전월(0.6%)보다 낮은 0.0%의 상승률에 그쳤다.

KDI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수요 위축에 공급 측 기저효과가 더해지며 0%까지 하락했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이 0%대 후반에 형성돼 있다”며 “일시적 요인이 소멸되는 올 연말 이후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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