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먹튀 설계사·불완전판매 등을 유발하는 과도한 모집 수수료 체계 개선”
일각에선 보험 영업 위축 우려 및 실효성 의문 제기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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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시장 내 불완전판매의 온상으로 지적되고 있는 보험 독립법인대리점(GA)에 대해 금융당국이 칼을 빼들었다. 보험 모집 설계사 수수료를 개편해 불완전판매 유인 및 '먹튀' 설계사를 막겠다는 취지이지만 업계에선 불완전판매 근절보다는 보험 영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6일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보험상품 사업비와 모집 수수료와 관련한 보험업 감독규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편안은 보장성 보험 판매 시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첫해 보험계약 모집 수수료를 제한해 합리적 운영체계를 마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금융당국은 설계사가 지급받은 첫해 수수료를 특별수당(시책)을 포함해 월 보험료의 1200%로 제한하고, 계약 초기에 일시 지급하던 보험 모집 수수료를 분할 지급하도록 규제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의 이러한 수수료 규제는 GA의 영업 행태를 겨냥한 것이다. GA 설계사들은 보험사 전속설계사보다 높은 판매수수료를 받는다. 이를 바탕으로 GA는 전속설계사를 대거 끌어와 폭발적으로 성장해 왔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GA 채널을 통한 신계약 경쟁이 과열되면서 손해보험사들이 지급하는 평균 수수료가 1400~1500%에 육박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시로 소속을 바꾸며 첫해 수수료만 챙기고 떠나는 ‘먹튀’ 설계사들로 인한 ‘고아계약’이 속출했다. 고아계약은 설계사가 이직하거나 퇴직해 계약자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계약을 의미한다. 또한 초반 실적을 늘리기 위해 고객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은 채 상품을 팔아치우는 불완전판매 행위도 빈번했다.

실제로 손해·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GA 중 지난해 설계사 수 상위 15개사의 불완전판매율은 0.41%에 달했다. 이는 보험사 전속설계사(0.16%)보다 세 배가량 높은 수치다. GA의 제재 건수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2016년이던 대형 GA 제재 건수는 2017년 24건, 지난해 28건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높은 수수료, 선지급금 제도를 원인으로 보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가 대형 GA에 과다한 시책을 지급하고 다른 보험사도 이를 따라가면서 결국 보험료가 인상되고 소비자 부담이 증가하고 있어 모집 수수료 제도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커졌다”며 “보험회사의 모집 종사자에 대한 준수행위를 추가해 모집 수수료에 대한 차익 거래 유인을 제거하고, 모집 수수료 분할 지급 방식을 도입해 가공의 보험계약 작성 및 불완전판매 등을 방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금융당국의 모집 수수료 개편안이 오히려 전반적인 보험 영업을 위축시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GA가 보험 모집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넘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GA의 보험 모집액은 40조5656억원으로 전속설계사의 모집액(23조8141억원)을 추월했다. 보험 모집액 기준 GA의 판매 채널 점유율은 52.8%를 기록하면서 보험시장의 ‘공룡’으로 자리매김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수수료가 줄어들면 설계사 소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신입 설계사의 경우 쌓아둔 실적분도 없기 때문에 신규 인원이 들어올 유인이 사라질 것”이라며 “결국 설계사 인원이 줄어들면서 보험 영업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개편안에서 정한 수수료 제한은 첫해 수수료에 대한 규제만 명시돼 있을 뿐 이후 연도에 대해선 규정이 없다. 때문에 수수료 경쟁이 2차 연도부터 발생할 수도 있어 실효성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선지급 제도를 손보는 건 긍정적이나 첫해 이후에 대한 규제가 따로 없다는 점은 아쉽다”며 “1년이 지나면 또 먹튀 설계사나 고아계약이 발생할 소지가 남아 있는 셈이라 개편안에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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