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부대→반바지, 복장자율화와 관련해선 ‘합격점’···호칭 변화로 "외부 협력 수월해질 듯"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 사진=현대차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 사진=현대차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하루가 멀다 하고 조직 체질 개선을 위한 갖가지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복장자율화부터 절대평가제 도입까지 다양한데, 이에 대한 조직 내외부의 평가는 현재까진 나쁘지 않아 보인다.

① “현대차에서 복장자율화가 이렇게 잘될 줄은 몰랐다”

6일 현대차 50대 ㄱ부장의 출근 복장은 청바지에 흰색 운동화다. 훤칠한 키의 그는 겉으로만 보면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직원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이제 ㄱ부장에게 이 같은 출근 복장은 더 이상 특별한 것이 아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현대차 양재동 사옥의 출근 풍경은 그야말로 ‘넥타이부대의 진격’이었다. 양복은 물론, 넥타이를 하지 않은 사람을 찾기 힘든 정도였다. 면바지에 셔츠만 입고 그 틈에 끼어 있던 기자의 복장이 튀어 보일 정도였다.

그런데 이제 현대차에선 넥타이 차림을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반바지를 입은 경우도 있다. 가장 딱딱한 옷차림의 대명사로 불렸던 현대차라고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오히려 양복을 잘 차려 입으면 튀어 보일 정도다.

정 부회장은 지난 3월부터 사내 완전 복장자율화를 전면 도입했다. 도입 초기에만 해도 재계에선 ‘그 딱딱한 현대차가 복장자율화? 넥타이만 풀어도 발전이지’ ‘조금 하다가 결국 돌아가겠지’ 등등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분석이 많았다.

정책을 시행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이 같은 전망들은 모두 빗나갔다. 현대차는 마치 거짓말처럼 현재 복장자율화가 가장 잘되고 있는 대기업이다. 복장자율화를 한다면서 결국 다 똑같이 비즈니스 케주얼 복장만 입는 일부 기업들과 다르다. 현대차 관계자는 “먼저 복장자율화를 시도했던 다른 기업에서도 현대차의 복장자율화가 정착된 것을 보고 신기해한다”고 전했다.

어떻게 그 딱딱했던 현대차에서 이처럼 복장자율화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었을까. 현대차 안팎의 분석에 따르면 크게 두 가지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현대차 특유의 일사불란함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일단 완전 복장자율화를 하기로 결정한 이상 불편해하거나 반감을 갖지 않고 적극적으로 따른다는 것이다. 중간 간부들도 복장자율화와 관련해 불편함을 드러내지 않고 자신들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자유로운 복장 착용에 나선다. 이를 보고 후배 직원들도 안심하고 정책을 따르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됐다.

두 번째는 달라진 시대상이다. 젊은 직원들이 많이 들어오게 되면서 새로운 문화를 더욱 거부감 없이 흡수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복장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를 윗사람들도 부담스러워 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② "직급 개편은 외부와 업무협력 시 빛 발할 듯"

현대차는 이번 달부터 새로운 직급체계를 운영 중이다. 과거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으로 되어 있던 직급을 바꿔 사원부터 대리는 매니저, 과장부터 부장은 책임매니저로 호칭을 통일한 것이다. 호칭으로 보면 5단계가 2단계로 줄어든 셈이다.

내부에선 우선 외부와 업무협력 시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한다. 한 현대차 과장급 직원은 “직급이란 게 내부뿐 아니라 외부 업체들도 신경을 쓰는 부분인데 이제 과장이 아니라 차장이나 부장과 같은 책임매니저라고 하면 업무 협조가 더욱 수월할 것”이라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와의 협력 때에도 ‘책임매니저’라는 호칭은 업무를 더욱 순조롭게 해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현대차에 앞서 매니저 호칭을 사용하고 있는 한 기업 관계자는 “호칭 변경 효과는 내부보다 특히 외부와 협력 업무를 할 때 더 큰 변화를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③ 절대평가 제도에 대해선 “팀장 영향력 더 강해질 것”

현대차는 이번에 직원 평가 방식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꾸기로 했다. 상대평가를 하면 경쟁사를 이기기 위해, 혹은 회사 발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동료를 누르기 위해 경쟁을 한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아직 시행되진 않았지만 절대평가 제도에 대해 직원들은 절대평가 제도가 팀장의 영향력을 오히려 더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현대차 직원은 “이제 팀장이 한 명에게만 A를 주고 나머지에게 C를 줄 수도 있게 됐다”며 “팀장의 재량이 더 커진 것 같고 어쨌든 A를 받기 위해 더 열심히 일을 하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더불어 다 같이 우수평가(A)를 받을 경우에도 같은 보상을 받게 된다는 점이 어떻게 작용할지 궁금해하고 있었다. 현대차 직원은 “이제 다 같이 A를 받든지, 다 같이 C를 받든지 같은 보상을 받게 됐다”며 “물론 평가를 위해 A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는 변화가 없지만, 어쨌든 중요한 변화 중 하나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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