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에게 착수금 받고 보험 민원 대리···변호사법 위반 소지 있어
보험업계 “보험사 신뢰성 하락 및 소비자 피해 우려”

보험금을 추가로 더 받아준다거나 못 받은 해지환급금을 받게 해준다며 보험 가입자를 꾀어내 민원 대행을 의뢰받는 보험민원 대행업체가 성행하고 있다./사진=셔터스톡
보험금을 추가로 더 받아준다거나 못 받은 해지환급금을 받게 해준다며 보험 가입자를 꾀어내 민원 대행을 의뢰받는 보험민원 대행업체가 성행하고 있다./사진=셔터스톡

보험금을 추가로 더 받아준다거나 못 받은 해지환급금을 받게 해준다며 보험 가입자를 꾀어내 민원 대행을 의뢰받는 보험민원 대행업체가 성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업체의 영업 행위에 불법 소지가 있는데다 민원 대행업이 보험사와 가입자 모두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손해·생명보험협회는 보험 가입자들을 상대로 해약환급금이나 보험금을 추가로 받아주겠다며 착수금과 성공보수를 챙기는 보험민원 대행업체들에 대해 불법 영업으로 형사고발을 진행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보험민원 대행업체는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해지환급금을 더 받아주거나 보험금을 대신 받아주겠다며 고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업체들은 보험 가입자로부터 의뢰를 받으면 5만원에서 15만원가량 착수금을 받고 가입자 대신 보험사나 금융당국에 제출할 서류를 작성하는 등 민원 업무를 대행해준다. 추가 보험금이나 해지환급금을 받게 되면 지급액의 10%를 성공보수로 챙기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해당 업체들은 보험 계약을 중도에 해지했을 때 납입보험료보다 적은 해지환급금을 돌려받는다는 점을 이용했다. 대체로 종신보험·암보험과 같은 보장성보험은 납입기간이 최소 10년 이상이어야 납입보험료와 해지환급금 규모가 비슷해진다. 낸 보험료만큼 해지환급금을 받지 못해 불만을 품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악용한 셈이다. 또한 보험업이 민원에 예민하다는 점도 고려했다.

문제는 이들 업체의 영업행위에 불법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변호사법 제109조에 따르면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향응 또는 그 밖의 이익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하고 감정·대리·중재·화해 등 법률사무를 취급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보험민원을 대행하는 이들은 대부분 전직 손해사정사나 보험설계사들로 이들의 중재·대리 업무는 현행 변호사법 위반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과 법조계 의견이다.

조홍 법률사무소 홍학 변호사는 “과거에 손해사정사가 자신에게 손해사정을 맡긴 의뢰인을 대리해서 보험사와 협의를 진행한 사례들이 많았는데 이 역시 변호사법 위반으로 모두 유죄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며 “현직 손해사정사도 아니며 변호사도 아닌 사람이 금품을 받고 법률사무를 취급하는 건 명백한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보험민원 대행업이 성행하면서 보험사들은 불완전판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민원건수가 늘어 신뢰에 타격을 입거나, 민원 처리에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등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관련 민원은 금융 민원 중에서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해 보험사들은 민원건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보험민원 대행업이 성행하면 절차에 따라 합당하게 지급된 보험금임에도 불구하고 민원 건수가 증가해 보험사의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런 보험민원 대행업이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도 문제가 된다고 지적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행업체들은 보험금이 나오면 좋고, 아니면 나 몰라라 식이다. 착수금을 내더라도 실제로 돈을 환급받는 사례는 많지 않다”며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해 내지 않아도 될 돈을 지불하게 만들고, 가입자가 발생하지도 않은 피해나 불완전판매를 주장하게 함으로써 보험사기에 연루될 수 있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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