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통해 게임 유저들에게 ‘재미’ 선사

이미지=셔터스톡
이미지=셔터스톡

최근 게임사들이 인공지능(AI)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규모가 큰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이른바 ‘빅3’를 중심으로 연구가 활발하다.  

게임사들이 AI 연구에 이처럼 앞다퉈 나선 이유 중 첫번째는 몬스터 지능화에 있다. 일반적인 게임속 몬스터의 경우 보통 정형화된 전투방식을 보인다. 유저들은 몇 번의 전투를 통해, 몬스터 패턴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패턴 파악이 끝난 이후, 유저와 몬스터 대결은 유저들의 일방적인 학살로 막을 내리게 된다. 

이에 등장한 것이 AI 기술이다. AI 기술이 적용된 몬스터는 상대 유저의 실력에 따라, 다양한 패턴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유저들은 마치 실제 다른 유저와 전투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사람들이 가장 희열을 느끼는 경우는 이길 듯 말 듯 한 상황에서 이기는 것”이라며 “게임속 몬스터가 너무 쉬우면 지루함을 느끼게 되고, 반대로 너무 어려우면 포기하게 된다. AI 기술을 활용하면, 상대 유저 실력에 맞게 적절한 난이도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넥슨은 지난 2017년 ‘인텔리전스랩스’ 설립을 계기로 본격적인 AI 연구를 시작했다. 넥슨은 현재 이상탐지 기능 등에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게임내에서 유저가 불법 프로그램 등을 이용할 경우, AI가 이를 적발해 개발자에게 보고하는 식이다. 지난해 1월 출시된 모바일 MMORPG ‘야생의 땅: 듀랑고’에도 AI 기술이 적용 됐다. 넥슨은 AI 기술을 통해, 이용자들이 정착할 섬을 자동으로 생성하고 동식물을 기후에 맞게 배치하도록 했다. 넥슨은 인텔리전스랩스를 설립한 이래 현재까지 약 200여 명 수준의 전문 인력을 확보했다. 올해 지속적인 채용을 통해 인텔리전스랩스를 300여 명 규모로 늘리겠단 계획이다. 

넷마블은 지난 2014년부터 AI 게임서비스 엔진인 ‘콜럼버스’를 개발 중이다. 넷마블은 향후 콜럼버스를 통해, 지능형 게임을 선보일 방침이다. 특히 지난해 AI 센터장으로 이준영 박사를 선임하기도 했다. 이준영 센터장은 미국 IBM 왓슨 연구소(IBM T. J. Watson Research Center) 등에서 약 20년 간 빅데이터, 클라우드, AI, 블록체인 관련 IT 플랫폼 및 서비스의 기술 전략을 제시해 온 인물이다.

넷마블은 최근 AI 기술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이른바 넷마블 3.0을 목표로 AI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넷마블이 온라인 게임 시장에 안착한 시기가 1.0, 모바일 중심으로 변화하는 트렌드에 적응해 급성장한 시기가 2.0이라면 AI 사업에 속도를 내는 올해는 3.0이라는 설명이다.

넷마블은 또 게임 개발과 플레이를 지원하는 마젤란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마젤란은 이용자 숙련도, 이용 패턴 등을 복합적으로 분석해 최적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넷마블은 올해 하반기에 출시하는 게임부터 마젤란 기술을 본격적으로 적용하고 콜럼버스 서비스 영역도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넷마블은 지난 8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컴퓨터 그래픽 분야 국제 행사 ‘시그라프 2019’에서 AI를 활용해 음성에 맞춰 자연스러운 얼굴 애니메이션을 자동 생성하는 기술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NC 미디어 토크 행사 전경. / 사진=엔씨소프트
NC 미디어 토크 행사 전경. / 사진=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는 현재 국내 게임 AI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엔씨는 지난 2011년 2월 AI 테스크포스(TF)를 조직, 2012년 12월 AI 랩을 설립했다. 2016년 1월에는 AI 센터로 확대하는 등 AI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아울러 2015년 1월에는 AI랩 산하 자연어처리(NLP)팀을 신설하고 2017년 9월부터 NLP센터로 확대했다. 현재 AI 센터와 NLP 센터 산하 5개 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전문 연구인력만 150여 명이며 대학원 연구실 13곳과 AI 연구 협력도 맺었다.

엔씨는 AI 기술 연구와 동시에 이를 적용한 사례들도 여럿 제시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7월 선보인 AI 기반 야구 정보 서비스 ‘페이지(PAIGE)’가 있다. 엔씨는 올해 4월 페이지 2.0버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페이지 핵심 기술은 NLP센터가 보유한 언어 AI 기술과 지식 AI 기술이다. 페이지에 적용한 언어 AI기술은 텍스트 콘텐츠를 분석·요약·생성하는 기술과 사용자가 AI에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대답해주는 Q&A 대화 기술이며, 지식 AI 기술은 데이터 흥미도를 측정·분석해 텍스트, 인포그래픽 등의 형태로 변환해 제공한다. 

엔씨는 게임에도 AI를 적용했다. 대표적인 것이 ‘비무 AI’다. 엔씨는 지난해 9월 열린 e스포츠 대회 ‘블소 토너먼트 2018 월드 챔피언십’ 결선 현장에서 ‘블소 비무 AI이벤트 매치’를 선보였다. 각각 다른 학습체계를 적용한 3종류(공수 균형, 방어형, 공격형)의 AI를 유럽, 중국, 한국 등 프로게이머 상대로 선보였다. 이 경기는 온게임넷, 트위치 등을 통해 글로벌 생중계됐다. 엔씨는 해당 경기를 통해 AI가 사람만큼 게임을 잘 플레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처럼 여러 특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기도 했다.

특히 엔씨는 지난 7월 열린 ‘NC AI 미디어 토크’에서 “엔씨 AI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며 “특히 게임 AI는 독보적”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한국을 방문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를 초대한 저녁 식사 자리에 김택진 엔씨 대표를 초대하기도 했다. 넥슨, 넷마블, 엔씨 등 이른바 게임 빅3 중 엔씨만 유일하게 초대한 것은 엔씨의 AI 기술 능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속에서 만나는 NPC와 몬스터들의 경우 일종의 AI라고 볼 수 있다”며 “게임사들은 오래전부터 AI 연구를 계속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다른 산업의 AI와 다른 점은 게임은 ‘재미’를 추구한다는 점”이라며 “사람마다 재미를 느끼는 부분이 다르기에 이를 수치화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 게임사들은 유저들에게 더 큰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 AI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가운데 시사저널e는 오는 9월 19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인공지능, 인간과 함께 한계를 넘어서’란 주제로 제5회 ‘인공지능포럼(AIF)2019’를 개최해 현황을 살펴본다. 이번 행사에는 에피어, 구글, LG전자, 현대자동차, KT 등 기업과 고려대, 한국외국어대 등 학계 전문가들이 발표를 맡았다. 자세한 내용은 행사 홈페이지(http://www.sisajournal-e.com/conference/ai/2019/)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