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 천변을 걷던 중 술이 당긴다. 오늘을 위로해줄 포근한 아지트 두 곳을 찾았다. 불광천과 홍제천변에서.

우주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증가로 32길 23-7 문의 010-3758-4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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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최민영

 

햇볕이 따사로운 가을 오후 불광천을 거닐었다. 단출한 문이 보였다. 뭘 파는 곳인지 이곳에 대한 정보가 어디 한 군데도 보이지 않았다. 궁금했다. 가게 이름은 우주.

창문이 없는 게 특징이다. 일상을 벗어나 우주로 떠나온 듯 우리끼리 모여 술을 즐기자는 주인장의 의도가 깃들어 있다고 한다. 심야 식당을 떠올리게 하는 바는 우주 주인장과 얼큰한 수다를 붙이기 좋다. 소 ‘우(牛)’와 술 ‘주(酒)’를 합친 ‘우주’는 소고기의 다양한 부위를 알맞게 구워 안주로 제공한다. 안심부터 살치살, 갈빗살, 부채살까지.

우주에는 소고기도 좋지만 채소 통감자 구이와 파스타도 있다. 특히 차돌박이 미소크림 파스타는 단맛과 짠맛이 함께 녹아 있는 트렌디한 맛이다. 술은 시원한 생맥주부터 소주 그리고 달콤한 하이볼까지 가볍고 친근한 것들이 주를 이룬다. 주인의 추천은 포트 와인이니 참고할 것.

사진=최민영

 

 

 

엔드 그리고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천로 186 문의 010-8455-1797

사진=최민영

 

홍제천을 걷다 바라본 주황빛 전구들. 따스하게 반짝였다. 벽돌이 감싼 커다란 유리창이 있는 와인 바, ‘엔드 그리고’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오래된 가구의 향이 진하게 묻어난다. 구석구석 자리한 앤티크 소품들과 재즈 음악은 마치 파리의 골목에 자리한 바에 온 듯한 인상이다.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그리고 스파클링까지 와인 종류가 다양하다.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주인장이 추천해주는 와인에 취해보는 것도 좋다. 와인에 어울리는 ‘엔드 그리고’만의 안주는 퐁뒤와 제철 과일 플레이트다. 퐁뒤는 짭짤한 치즈와 달콤한 초콜릿이 있다. 그날에 마련한 가장 신선한 과일을 한 입 베어문 뒤 와인으로 입을 헹구면 취기가 더해진다. ‘엔드 그리고’는 힘든 하루를 마치고 자기만의 방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아지트다. 소중한 이들과 함께 오늘을 마무리하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사진=최민영

 

아레나 2019년 9월호

https://www.smlounge.co.kr/arena

GUEST EDITOR 정소진 PHOTOGRAPHY 최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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