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고령 어준선 회장 단독경영 쉽지 않아, 어진 대표 불구속 추진해야”
어광 안국건강 대표 구원투수 등판론도 제기···경영실적 부진까지 겹쳐 향후 회사 미래 안갯속

지난해 11월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의 안국약품 압수수색 모습. / 사진=시사저널e
지난해 11월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의 안국약품 압수수색 모습. / 사진=시사저널e

최근 리베이트 제공과 불법임상시험 혐의를 받고 있는 안국약품이 대표 구속까지 겹치며 삼중고를 겪고 있다. 안국은 각자대표이사 체제로서 정상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어진 대표이사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고령의 어준선 회장만으로는 경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식품·의약조사부는 지난 3일 어진 안국약품 대표이사 부회장을 약사법 위반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 집행했다. 이중 약사법 위반은 구체적으로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허가 받은 대상자가 아닌 자사 직원에게 불법으로 임상시험을 한 혐의를 지칭한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안국약품 중앙연구소가 특허 기간이 지난 의약품을 개량·복제하는 과정에서 자사 연구원 피를 임상시험에 이용하고 쇼크 위험 등 부작용이 있는 혈압강하제와 항혈전응고제 등을 연구원들에게 투약한 혐의를 파악했다. 이에 식약처는 지난해 1월 사건을 서부지검에 이첩했으며, 20개월여 만에 어 대표 구속으로 귀결된 것이다.

이와 별도로 서부지검은 지난 7월 하순 어 대표 등 4명을 약사법 위반과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서부지검은 기소 당시 안국약품이 의사 85명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규모가 약 90억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지난해부터 상황을 정리하면 2018년 1월 식약처의 불법임상시험 수사 검찰 이첩, 같은 해 11월 검찰의 안국약품 압수수색, 2019년 7월 어 대표 등 리베이트 제공 혐의 기소, 같은 해 9월 어 대표 불법임상시험 혐의 구속 등으로 이어진 형국이다.

이처럼 1년 8개월여 기간 동안 검찰 수사에 시달린 안국약품 경영실적은 특히 올해 들어 최악을 기록했다. 실제 안국약품은 올 상반기 714억7800만원 매출을 올려 전년동기대비 15.1% 하락한 실적을 공개했다.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하며 12억9500만원 손실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7300만원을 달성하며 지난해 47억9900만원에 비해 98.5% 추락했다.

문제는 의료계 등 외부에서 안국약품을 지켜보는 시각이다. 서부지검이 지난 7월 하순 리베이트 수수 혐의로 기소한 의사 85명 중 1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구속자는 양평군보건소에 근무하던 임기제 관리의사 홍모씨로 파악됐다. 임기제 관리의사는 정해진 임기 동안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의사를 지칭한다. 일반 의사와 달리 공무원 신분이다.

이에 리베이트 수수가 아닌 뇌물수수죄로 의사들 중 유일하게 구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평군보건소 관계자는 “홍씨 대신 현재 공중보건의가 군보건소에서 일반진료를 담당하고 있다”며 “홍씨 후임 의사를 인선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임에도 안국약품은 공시를 통해 “각자대표이사 체제로서 정상적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안국 측의 구체적 입장과 답변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접촉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번에 구속된 어진 대표 외 안국약품의 각자 대표는 어준선 회장이다. 지난 1937년 5월 출생한 어 회장은 82세의 고령이다. 안국약품의 실질적 경영은 어 대표가 지난 1998년 대표이사에 취임한 후 주도적으로 이끌어 왔다. 이번에 어 대표가 구속된 데 따른 공백이 안국약품 경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어 회장 차남이며 어 대표 동생인 어광 안국건강 대표의 구원투수 등판론도 제기한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확인이 쉽지 않은 민감한 사안으로 분류된다. 어 회장은 아들 두명 외에도 슬하에 딸인 어연진씨, 어명진씨, 어예진씨를 두고 있다. 

안국약품은 지난해 11월 서부지검 압수수색을 받은 이후 모 대형로펌과 법률적 문제를 논의하며 대응해왔다. 이에 현실적으로 어 대표의 불구속 수사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전망이 가능한 것은 보석이다. 만약 보석이 불가능하다면 안국약품 입장에서는 로펌 자문을 받아 어 대표가 구치소에서 나올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위헌심판제청 제기도 한 방법이다. 위헌심판제청이란 재판이 진행 중인 소송사건에서 그 사건에 적용되는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는 지 여부가 논란이 돼 소송 당사자가 헌법재판소에 위배 여부를 판단해 줄 것을 요청하는 절차를 지칭한다. 

모 제약사 관계자는 “오너가 구속돼있는 제약사 입장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한다”면서 “요즘 유행하는 공정이나 정의보다 중요한 것은 오너가 구치소에서 나와 회사를 경영하면서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 대표는 리베이트 제공과 뇌물 공여 등 혐의에 대해 오는 10일 오전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첫 공판기일이 예정돼 있다. 이날 공판 대상은 어 대표와 안국약품 법인 외에도 정모 전 안국약품 대표, 김모 안국약품 상무 등이다. 

향후 안국약품 경영과 관련해서는 전망이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최근에는 일부 호재도 있었다. 안국약품이 지난달 하순 레피젠 신약 후보물질 이전 및 투자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안국약품은 당시 계약으로 리피바디 기술을 활용한 노인성 황반변성 치료제 개발과 전 세계 독점적 개발 및 상업권을 확보한 바 있다.  

복수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안국약품은 현재는 어렵지만 위기를 슬기롭게 돌파해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향후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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