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육아 등을 이유로 일을 그만둔 주부들, ‘경단녀’. 다시 사회로 나가려는 이들을 위한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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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01 경단녀의 현실

“신입사원 10명 뽑으면 경단녀는 아예 안 뽑아. 내가 집에서 노는 동안 세상이 바뀌었대. 나 안놀았어. 살림이 스펙이 안 된다고 하던데, 왜 안돼? 인내, 희생, 배려 다 배웠고, 일이 얼마나 간절한지도 배웠는데….”

이나영이 9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해 화제를 모았던 tvN <로맨스는 별책부록>에 나오는 대사다. 명문대 출신의 한때는 잘나가던 광고 회사 카피라이터였지만 현재는 유학 중인 딸을 양육하는 이혼녀인 경단녀 ‘강단이(이나영 분)’. 경력자로 수차례 면접에서 미끄러진 후, 고졸 신분으로 지원해 1년짜리 잡일 전담 계약직으로 출판사에 취직한다. ‘강단이’의 현실은 곧 우리 주변 경단녀들의 현실이기도 하다.

기혼 여성 5명 중 1명 경단녀

‘결혼과 육아 탓으로 퇴사해 직장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이르는 말인 ‘경단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기혼 여성 5명중 1명은 결혼과 출산,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을 겪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4월 기준 15~54세 기혼 여성 중 결혼과 임신·출산, 육아 등으로 직장을 그만둔 여성은 184만 7,000명으로 전년 대비 1만 6,000명이 늘었다. 경력 단절의 이유로는 결혼이 34.3%로 가장 많았고 육아와 임신·출산이 각각 33.5%, 24.1%를 차지했다. 연령대별 경력 단절 여성의 비중은 30대가 48.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40대 역시 35.8%로 비중이 높았다. 여성 근로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4.9년으로 남성(7.4년)에 비해 2.5년이 짧았다. 이 또한 출산과 육아 등으로 인한 경력 단절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적 이유로 재취업 원해

일자리 제공 전문 기업 ‘벼룩시장 구인구직’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단녀 10명 중 7명은 지난 1년 동안 구직 활동을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경단녀의 약 90%가 전업주부로 경력을 유지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만큼 경력 단절 여성들이 다시 사회로 나가 일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재취업을 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 마련등 경제적인 사정’(65.4%)이 1위, ‘커리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싶어서’(11.7%), ‘자녀의 교육비 마련을 위해’(11.3%), ‘시간적인 여유가 생겨서’(6.5%), ‘성취감을 느끼고 싶어서’(5.2%) 순이었다.

재취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33.5%가 ‘예전보다 낮은 임금 수준과 근무 조건 등 질 낮은 일자리만 남아 있는 현실’이라고 답했다. ‘이전 경력을 살릴 수있는 일을 계속하지 못하는 점’(20.8%), ‘경력 단절 여성에 대한 인식 부족 등 나를 원하는 회사가 없다는 생각’(16.4%),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채용 부족’(14.5%),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설과 육아 도우미의 부재’(13.4%), ‘가족들의 반대’(1.4%) 등의 답변도 있었다.

다수가 경단녀 취업 지원 정책 경험

재취업까지 경력이 단절됐던 기간은 평균 4년, 재취업을 위해 구직 활동을 한 기간은 평균 5.7개월로 조사됐다. 경력 단절 기간은 1~3년이 48.1%로 가장 많았고 3~5년(13%), 5~7년(13%), 10년 이상(9.1%), 7~10년(3.8%) 순으로 집계됐다. 또한 재취업한 경단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이들 중 ‘정규직’으로 재취업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40.3%에 그쳤다. 27.9%가 비정규직, 그 외 아르바이트는 16.2%, 시간선택제는 10.4%, 프리랜서는 5.2% 순이었다. 그만큼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된다. 경력 단절 후 재취업한 여성은 30대가 35.1%로 가장 많았고, 40대 33.1%, 50대 14.3%, 20대 11%, 60대 이상 6.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정규직으로 재취업한 여성은 40대가 41.2%로 30대(37%)보다 오히려 높았다. 경력 단절 전과 동일 업·직종으로 재취업한 경우는 54.5%였고, 전혀 새로운 업·직종으로 재취업했다는 응답자도 45.5%나 됐다. 또한 구직 활동 중 81.8%가 경력 단절 여성 취업 지원 정책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새로일하기센터의 재취업 지원 및컨설팅’(29.4%)을 가장 많이 경험했고, ‘시간선택제 일자리 지원’(28.6%), ‘내일배움카드를 통한 재취업 교육 수강’(26.2%), ‘경력 단절 여성 취업박람회 참석’(15.9%) 순이었다. 경험한 취업 지원 정책이 재취업에 도움이 됐는지 묻는 질문에는 ‘도움이 됐다’고 답한 비율이 74%로 국가의 취업 지원 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보였다.

 

PART 02 구직, 이렇게 시작하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 적성을 찾아라

급하다고 해서, 경단녀라고 해서 자신의 적성을 무시하고 직업을 구하는 것은 뻔한 결과를 초래한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유망 직종에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자신의 흥미와 강점을 고려해 희망 직종을 찾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다음에는 희망하는 직종에 취업하기 위해선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알아보고 필요한 학습이나 자격증 등을 준비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워크넷(www.work.go.kr)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커리어넷 (www.career.go.kr)을 이용하면 무료로 직업적성검사를 받을 수 있다.

워크넷 간단한 검사는 20분, 좀 더 세부적인 검사는 9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온라인 검사는 결과를 즉시 확인할 수 있다. 검사 결과에 대해 상담을 원할 경우 고용센터에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로 상담을 받을 수있다. www.work.go.kr

커리어넷 성인 대상 심리검사에서는 진로개발준비도검사, 주요능력효능감검사, 이공계전공적합도검사, 직업가치관검사 등을 할 수 있다. www.career.go.kr

 

2 면허증과 자격증에 도전하라

자격증은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나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주는 증서다. 면허증은 특정한 일을 할 수 있는 공식적인 자격을 행정기관이 허가한 것으로 반드시 면허가 필요한 업무도 있다. 한식·양식·일식·중식·복어 조리사나 이미용사 등은 면허증이 있어야 영업할 수 있다. 자격증은 국가가 발급하는 국가자격 (국가전문자격과 국가기술자격)과 민간에서 발급하는 민간자격(공인민간자격과 등록민간자격)으로 나뉜다.

보육교사·영양사·청소년상담사·간호조무사·산림교육전문가 등이 국가전문자격증이고, 원예기능사·정보처리사 등이 국가기술자격증이다. 민간자격은 개인, 법인, 단체 등의 민간에서 관리·운영하는 자격증으로 주부들이 취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무분별한 자격증 취득은 시간 낭비와 비용 낭비가 될 수 있다. 공인민간자격은 민간자격 중에서도 국가가 인증한 자격이므로 등록민간자격보다는 유리하다. 큐넷(www.q-net.or.kr)과 민간자격 정보 서비스(www.pqi.or.kr)를 참고하면 자신에게 맞는 자격증을 알 수 있다.

 

3 맘카페를 활용하라

네이버나 다음에 동네 이름을 검색하면 일명 ‘우리 동네 맘카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같은 동네에 사는 엄마들끼리 지역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인데, 육아 정보는 물론 구인구직 정보까지 얻을 수 있어 지역 엄마들에게 인기가 높다. 맘 카페를 통해 동네 엄마들과 친해지는 것도 재취업을 위한 지름길. 엄마들의 오고 가는 대화 속에 얻는 동네 구인구직 정보가 쏠쏠하다.

 

4 취업 사이트를 활용하라

여성을 위한 다양한 취업 사이트와 기관을 알아본다.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여성가족부와 고용노동부가 공동으로 지정·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전국적으로 158개소가 있다. 육아나 가사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에게 직업 상담, 구인·구직 관리, 직업 교육, 인턴십, 취업과 창업 지원, 취업 후 사후 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158개소의 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서 740여 개의 무료 직업교육훈련을 국비로 실시한다. 교육 신청은 해당 지역 인근 여성새로일하기센터(1544-1199)를 통해 신청하거나 여성새로일하기센터 누리집에서 온라인으로도 신청할 수 있다. saeil.mogef.go.kr

꿈날개 경기도일자리재단과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온라인 취업 지원 서비스. 온라인 무료 교육, 자격증 취득, 취업 상담 서비스, 직장 적응 상담 서비스 등 구직자를 위한 서비스와 예비 창업자를 위한 창업 적성검사, 재직자를 위한 직장 적응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각종 자격증과 외국어 교육 등은 물론, 창업 강의도 모두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 400여 개의 인터넷 강의가 준비돼 있고, 회원 수 40만 명이 넘는 경기도 대표 취업 지원 사이트라고 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 계정 instagram.com/ dreamwing_2019/ 

페이스북 계정 facebook.com/dream.go.kr 웹사이트 www.dream.go.kr 

 

직업훈련비 지원 ‘내일배움카드’ 취업하고자 하는 구직자에게 훈련비를 지원해 직무 능력 교육을 받고 취업할수 있도록 돕는 제도. 1인당 연 최대 200만원까지 훈련비를 지원하며 최대 11만 6,000원까지 훈련장려금을 지원한다. 워크넷에서 구직 신청 한 후, 고용센터에서 직업 상담을 받고 카드 발급을 신청하면 된다. 훈련을 받은 후 취업이나 창업 상태를 일정 기간 이상 유지하면 자비 부담금을 전액 환불받을 수 있다. www.hrd.go.kr

 

저소득층을 위한 ‘취업성공패키지’ 최저생계비 250% 이하의 가구원중 경단녀라면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를 주목하자. 만 35~64세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한 개인별 특화된 취업 지원 경로다. 개인별 취업 활동 계획에 따라 ‘진단·경로 설정·의욕·능력 증진·집중 취업 알선’에 이르는 통합적인 취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취업을 하면 취업 성공 수당도 지급한다. https://www.work.go.kr

 

5 창업에 도전하라

최근에는 SNS의 발달로 이색 아이디어와 아이템으로 창업을 준비하거나 아예 새로운 직업을 만드는 ‘창직’을 준비하는 경단녀들도 있다. 재취업보다 훨씬 어려운 길이므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꿈마루 경기도 여성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창업 공간으로 경기도일자리재단이 여성의 창업 의욕을 독려하기 위해 설립했다. 경기도 전역에총 5개소가 개설돼 있다. 공용 사무 공간, 회의용 미팅룸, 사무기기를 갖춘 것은 물론 상주하는 창업 전문 매니저의 창업 상담 등 다양한 창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www.dreammaru.or.kr 서울시 소상공인 아카데미 창업 준비 절차 및 창업가 정신, 창업자금 보증지원제도 및 신용 관리, 사업계획서 이론 및 작성 실습, 상권 분석 서비스 활용법, 온라인 마케팅 전략 및 홍보, 창업 세무 등에 관한 교육을 무료로 들을 수 있다. 온라인 교육도 실시한다. edu.seoulsbdc.or.kr

 

6 인력개발센터 및문화센터를 활용하라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경우 나의 업무 능력을 입증하기가 어렵다. 가장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자격증인데 전문학원이 아니더라도 저렴한 가격에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곳이 있다.

(사)여성인력개발센터  전국 50여 개 도시에 여성인력개발센터가 있다. 경력 단절 여성, 중·고령층 여성, 여성 가장, 차상위계층 여성 등을 포함한 성인 여성의 경제활동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곳으로 교육 지원에서 취업 지원까지 여성들의 자립을 돕는다. 직업 상담과 취업 알선을 돕고, 취업과 창업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재직자 및 구직자, 실업자등 이직이나 창업을 준비 중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을 수 있는 강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컴퓨터 프로그램 활용 영역, 언어 영역, 자격증 과정 등 다양한 강좌가 마련돼 있는데 센터마다 프로그램 스케줄이 다르므로 매월 초에 인터넷을 통해 확인하면 된다. 센터에 따라 요리 강좌, 수공예 강좌등 특강도 열린다. 조금만 손품을 팔면 무료 강좌도 찾을 수 있다. www.vocation.or.kr

대형마트 문화센터 대형마트와 연계된 문화센터에도 여자, 엄마, 주부를 위한 프로그램이 있다. 최근 한 문화센터에서 ‘경단녀를 위한 자격증 프로그램’을 내놓아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는 후문.

 

EXPERT ADVICE

자신감을 갖고 적성을 찾아 도전하세요

이희수(한국재취업코칭협회 대표, <재취업 교과서> (미다스북스) 저자)

사진=지다영, 게티이미지뱅크<br>
사진=지다영

 

Q 경단녀가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자신감 부족이 경단녀들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취업과 창업에 대한 기본 정보가 부족하니 어디에 가서 어떻게 취업해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자기소개서를 써본 지도 오래된 분이 많아요. 특히 경단녀들은 30대인데도 자신의 나이가 너무 많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20대보다 30대, 40대의 취업률이 더 높으니 자신감을 가지세요.

Q 경단녀가 취득하면 도움이 될 만한 자격증이 있나요? 전문직으로 가거나 경력 단절이 되기 전의 직무를 되살려 일하고 싶다면 그 범주의 국가자격증 혹은 기술자격증을 따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사실 민간자격증으로 취업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민간자격증은 도전하기 전에 정말 필요한 것인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제가 추천하는 자격증은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입니다. 특별한 재능이나 경력이 없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요양보호사는 나이 드신 분들에게 적당합니다. 사회복지사는 사회를 이해하는 가장 기본인 동시에 사회를 보는 시각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회계 관리 업무를 하더라도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다면 조직 생활에서 남을 배려할 수 있어 더욱 도움이 되고, 판매직으로 취업하더라도 고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니 취업이 잘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복지사는 여성, 아동, 노인, 장애인, 다문화 등 분야가 다양하기 때문에 자신의 적성에 맞는 곳을 선택하기도 수월하죠. 흔한 자격증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누구나 취득하는 자격증이라면 기본적으로 나도 갖고 있어야 유리합니다.

Q 경단녀가 취업을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요즘은 스펙 취업이 아닌 역량 취업입니다. 역량은 바로 경력입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오히려 기업체에서는 나이에 상관없이 신입사원보다는 경력사원, 즉 일 잘하는 사람을 뽑습니다. 또 하나는 전천후, 멀티 역할을 할 수있어야 합니다.

Q 사회 진출을 하려는 경단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경단녀 중에는 경력 단절 전에 했던 업무가 아닌, 전혀 새로운 일자리를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말은 곧전에 하던 일이 마음에 안 들어 자발적으로 경력 단절을 선택한 경우도 많다는 말입니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자신의 적성과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직업과 직장을 선택했기 때문인 것이죠. 한예로 동양화를 전공해 석사학위까지 받은 주부가 단순 사무직으로 일하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진로적성검사를 통해 새로운 일을 찾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자신의 적성에 맞는 기존 분야에서 파생되는 업무를 선택할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PART 03 일자리, 이렇게 찾았다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어요”

사진=지다영

 

웹디자이너에서 생활협동조합 정규직으로 취업

“2013년 10월에 행복중심생협에 입사했어요. 매장에서 판매 및 제반 업무를 담당하는 매장 활동가로 일했는데, 당시엔 오전, 혹은 오후에 하루 4시간 일하는 시간제 근무였죠. 좋은 점은 4대 보험은 물론, 연차도 쓸 수 있는 정직원이라는 거였어요. 그러다가 2014년 3월부터 북가좌 매장 점장으로 일하고 있어요.”

고경아(48세, 행복중심생협 북가좌 매장) 점장은 평소 자신의 관심 분야로 취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한 경우다. 생협은 ‘생활협동조합’의 준말로 공동의 경제적·사회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하려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조직을 말한다.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친환경 먹을거리와 친환경 생활용품을 이용할 수 있다. 고경아 점장은 쌍둥이 아들을 키우며 친환경 먹을거리에 관심이 있던 중 새로 이사한 아파트에 생협 매장이 생기자 무작정 연락을 했다.

“제가 적극적인 성격이 아닌데도 당시에는 이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무모하다 싶은 생각이 들어도 일단 도전해보는 것도 필요한 것같습니다. 결혼 전에는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회사에서 웹디자인 일을 했어요. 쌍둥이를 키우다 보니 어린이집에 보내기 전까지는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3년 정도 경단녀로 지내다가 집에서 프리랜서로 재택근무를 했다. 웹디자인 업무는 일의 특성상 정시 퇴근이 불가능해 취직하기가 힘들었다. 홈페이지 제작의 경우 보통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거나 재계약이 체결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업무의 연속성이나 안정성 면에서 불안했다. 게다가 집에서 혼자 일하니 사람을 만날 기회도 없고, 주로 밤에 작업하니 아침에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나면 낮에 밀린 잠을 자는 일상이 반복됐다.

“세상 밖으로 나가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어요. 그래서 무조건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고, 굉장히 재미있었죠. 몸을 움직이는 일이라 밤에 잠도 잘오고요.(웃음)” 물론 힘든 일도 많다. 생협 매장에서 조합원을 상대하는 일은 마트나 슈퍼마켓에서 단순히 물건을 파는 업무와는 조금 다르다. 조합원의 이름을 부르고, 조합원 아이들의 이름까지 기억하며 진심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자신을 단순히 매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으로만 여기는 조합원들도 있어 상처를 받은 적도 많다. 역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또 협동조합이라고는 하지만 매출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일반 기업이나 마트와 달리 유통 마진이 낮기 때문에 똑같은 가격으로 판다고 해도 이윤은 같지 않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상품을 효과적으로 매출과 연결 지을 수 있을까 항상 고민이 많다. 조합원이 늘수록 양질의 친환경 제품을 좀 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조합원을 늘리는 일에도 신경 써야 한다. 그러다 보니 사업가적인 마인드도 필요하다.

“일자리를 찾는 경단녀들에게 한 가지 팁을 준다면 컴퓨터를 잘 다룰 줄 알면 유리하다는 거예요. 저는 컴퓨터 관련 일을 했기 때문에 문서 작업을 한다거나 매장에서 필요한 POP를 출력해 사용하거나 직접 만드는 일, 포토샵을 사용하는 등의 일이 수월했어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사회운동을 하는 다른 협동조합에서 일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육아하며 생각하던 아이템으로 창업했어요”

 

사진=지다영

 

10년 경력 단절 후 1인 출판사로 창업

“한글을 배우는 학습 도서는 많은데 한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이들 눈높이에서 설명해주는 책이 없어요. 아이들이 직접 손으로 움직이면서 재미있고 쉽게 한글 창제 원리를 알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1인 출판사 ‘책짓는달팽이’의 김현신(42세) 대표. 그래픽 디자인과 패키지 디자인 일을 하다가 10년 동안 전업주부로 지냈다. 그리고 다시 1인 출판사를 창업해 첫 도서로 <한글이 그크끄>를 출판했다. 그녀의 창업 아이템은 두 아이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이다. 아이들이 한글을 배울 시기가 됐을 때 아이가 왜 한글을 배워야 하는지, 글자가 왜 이렇게 생겼는지 물었다. 책을 찾아보다가 한글이 어떤 원리를 바탕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설명이 실린 <훈민정음 해례본>을 알게 됐다.

“저는 원래 아이들에게 뭔가 억지로 가르치거나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훈민정음 해례본>을 바탕으로 한글을 설명해주려니 어렵더군요. 그림책과 아이가 직접 손으로 움직일 수 있는 워크북 형태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들고 보니 우리 아이만 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혹시 이런 걸 찾는 부모가 있지 않을까 싶어 블로그에 글을 올렸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출판사와 이야기하려니 수작업도 많고 제작 과정이 복잡해 차라리 내가 직접 만드는 게 낫겠다 싶어 얼떨결에 창업까지 하게 된 겁니다.”

2017년 경기 여성창업플랫폼인 꿈마루를 알게돼 그곳에서 창업디딤돌 교육(총 18시간)과 디자인씽킹 교육(총 20시간)을 수료했다. 두교육을 통해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기까지의 실무적인 전 과정을 배울 수 있었고 막연하게 생각만 하던 창업에 한발 다가설 수 있었다.

“그러던 중에 여성새로일하기센터의 매니저로부터 공모전에 응모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고 한글창의 아이디어 공모전에 도전했어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하는 것으로 한글 소재의 상품 개발에 관심 있는 이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죠. 마침 책을 제품화하려면 비용도 필요하고, 이 아이템이 정말 괜찮은지도 확인해보고 싶어 응모했는데 콘텐츠 분야 우수상을 받았어요. 그동안 고생한 시간을 보상받은 것 같아 정말 기뻤죠.” 창업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집안일을 병행하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과 3학년인두 아이를 키우며 시간을 적절하게 배분해 집에서 작업도 하고, 경기도일자리재단 내에 있는 1인창조기업지원센터의 사무실에서도 일을 한다. 엄마가 일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본 아이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촬영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 아이들이 직접 모델도 해주고, 택배 포장도 도와준다. 그래서 책이 한권 팔릴 때마다 100원씩 모델료를 주기로 했더니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 늘 확인을 한단다.

앞으로 한글 관련 책을 몇 권 더 시리즈로 낼 예정인데 미국에서 책을 구매하고 싶다는 연락이 오는 바람에 내년으로 생각하던 해외 진출 계획이 올해 하반기로 앞당겨졌다.

“창업은 취업과는 달라요. 회사를 다니면 바로 월급이 나오니 아이들 양육이나 집안일에 좀소홀해도 돈이라는 보상을 받을 수 있죠. 그런데 창업은 준비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도 있고, 창업했다고 해서 바로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죠. 그래서 정말 내가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던 것, 아니면 정말 하고 싶었던 창업을 하는 게 중요해요. 보통 주부들은 저처럼 그런 아이템이 한두 개씩은 있거든요.

 

우먼센스 2019년 8월호

https://www.smlounge.co.kr/woman

에디터 하은정 취재 박현구·류지은(프리랜서) 사진 지다영,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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