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규제로 사업 동력 꺽으면 시장 안정화처럼 보이지만 머지않아 수급 왜곡 초래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친구는 자녀교육을 위해 초등학교 입학 전 강남권으로 이사하는 것을 진작부터 고려해왔다. 최근에 자신이 거주하는 집을 팔고 강남권 입성하는 것을 알아보다가 깜짝 놀랐다고 한다. 34평에서 25평으로 규모를 줄인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집을 팔고 강남에 살 수 있는 집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사는 곳도 입주 3년차 신축에 커뮤니티가 잘 돼있어 주변 시세를 리드하는 대장단지인데도 말이다. 그는 내게 올 초만 해도 이 정도로 차이가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분양가 상한제 발표는 시장에 매우 의미 있는 결과를 주고 있다. 반포, 대치 등 강남권 일대 신축 아파트는 몸값이 오르며 3.3㎡ 당 1억 원 수준의 시세를 형성했다. 청약시장도 북적이고 있다. 신축 아파트 공급이 축소될 것을 우려한 실수요자들이 청약시장으로 서둘러 진입하면서 평균 경쟁률 100대 1이 넘는 세 자리수 경쟁률을 보여주는 것이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단기적으로 주택 사업자의 사업 동력을 꺾어 공급이 축소되고 시장 열기가 식어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향후 수요와 공급의 왜곡을 초래한다. 학군, 학원가, 교통 등 우수한 인프라를 누리고 싶은 수요층 여전히 두터운데 그 욕구를 정부가 짓누르는 것까지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앞서 언급한 신축 아파트 급등세, 세 자리수 청약경쟁률 등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이유로 분양가 상한제 시행과 관련해선 진작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았다. 여당 내에서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효과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고 국토부와 기재부와의 이견차도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 본격 시행도 전에 벌써부터 시장에서 풍선효과가 나오고 있다. 공급량이 부족하다는 걸 아는 매도자들은 한 건 거래될 때마다 1억 원씩 매매가격을 올려버리는 철저히 매도자 우위 시장이 고착화돼 버렸다. 국토부 관계자들도 주말에 강남권 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 돌아다녀보면 시장 분위기가 어떤지 충분히 알 수 있을 듯 하다. 칼을 들었으니 무를 한토막 만이라도 썰어야지라는 감정에 기반하는 정책 발표는 그만두고, 이성에 기반한 합리적 출구를 찾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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