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으로 불가피한 선택···현재가 그나마 제값 받을 수 있는 적기
점포 팔면 보유세 줄고 차입금 상환 가능하지만···리스부채 계상으로 재무건전성 더 나빠질수도
자산유동화 추진 후 온라인 혈투 예상···"추가 실탄 필요해 기존점 매각 필요할 수도"

/그래픽=조현경
/ 그래픽=조현경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대형마트 업계가 점포매각과 자사주 매각을 추진하며 위기 탈출에 매진하고 있다. 일단 각 사가 추진하는 자산매각 계획이 성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지만, 기대대로 되도 문제는있다. 당장 현금흐름이 좋아질 수는 있지만 부채비율 상승으로 재무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고, 추가적인 자산 매각도 가속화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대형마트 업계에 부는 때 아닌 자산유동화 바람은 영업 환경이 극도로 악화된 탓이 크다. 초저가와 당일배송으로 중무장한 이커머스의 무차별 공격에 처참히 무너지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 1위 이마트는 올해 2분기 사상 첫 적자(299억원)를 기록했고 롯데마트는 같은 기간 영업손실 규모가 500억원대까지 확대됐다. 비상장업체인 홈플러스도 이들 업체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자산유동화 방침은 현재 부동산 가격이 상승 구간에 있고, 각 사들이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화를 위한 실탄 확보하는 차원, 즉 재무적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보는 게 적당하다. 현재의 위기가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돼 영업환경이 당장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지금이 자산유동화의 최적기로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적자가 지속될 경우 점포매각이 더욱 힘들어 질 수 있다. 부동산이라는 게 유동인구를 많이 발생시켜야 가치를 인정받지 않나. 지금이 그나마 제 값을 받을 수 있는 최적기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점포매각에 부정적이었던 이마트가 ‘세일즈 앤 리스백’을 통해 자산유동화에 나서고 홈플러스와 롯데마트가 리츠 상장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업계는 부동산을 기반으로 한 수익창출이 한계에 부딪혔음을 의미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간 대형마트는 자가점포 매장 내 점포임대를 통한 임대료, 마트 내 상품판매 등 두 가지 통로로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매장 방문객 감소로 향후 매출 역성장과 임대수익 감소까지 걱정해야 한다.

자산유동화는 재무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줄이고 확보된 현금으로 차입한 현금을 갚아 회사 밖으로 유출되는 이자비용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점포 장기 재임차에 따른 비용(판매관리비)이 발생하고 새 회계기준에 의해 운용리스가 리스부채로 인색돼 부채비율이 상승할 수 있다. 이마트의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89.2%에서 올해 3월 말 기준 109.2%로 뛰었다. 세일즈 앤 리스백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부채비율은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각 사가 점포 리뉴얼을 추진하며 방문객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일단 자산유동화가 시작되면 기존 자가점포의 리스화도 가속화될 수 있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세일즈 앤 리스백이나 리츠 상장을 추진하는 주된 이유가 온라인사업을 위한 실탄 확보인데 이커머스와의 경쟁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들은 현재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초저가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과 장기전이 불가피한데 추가적인 자금투입은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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