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기준 계류법안 1만5468건···민생경제 관련 상임위 올해 처리법안 94건 불과
패스트트랙 등 영향 잇단 파행 영향···조 후보자 적격성 문제 두고 여야 ‘강대강’ 대치 지속
文대통령 ‘임명강행’ 결정 시 정국 경색 전망···정기국회, 재차 ‘빈손국회’될 가능성 높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일 오후 국회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다시 시작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마지막 정기국회가 지난 2일 개회됐지만 여야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 문제에만 집중하면서 국회의 주 역할인 법안 심의‧논의 등은 뒷전으로 밀렸다. 여야의 대치 정국이 지속될 경우 향후 예정된 국정감사, 예산안 심사 등도 ‘날림’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여야는 4일 가까스로 조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기로 합의했지만, 신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정국이 경색되면서 국회가 재차 파행을 겪게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날 기준 국회에 계류된 법안은 1만5468건에 이른다. 이번 20대 국회에 발의된 법안 2만2335건 중 6867건의 법안이 통과됐고, 올해 처리된 법안은 875건에 불과하다.

여야가 일제히 민생경제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관련 법안이 다수 상정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5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26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63건) 등 상임위원회의 올해 법안 처리 건수는 94건으로 저조한 상황이다. 법안 처리 건수보다 더욱 큰 문제는 상임위에 상정된 민생경제 법안들에 대한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올해 초부터 국회가 수시로 파행됐기 때문이다. 특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검경수사권 조정, 선거제 개혁 등 ‘패스트트랙 지정법안’을 두고 여야는 격돌했다. 야당의 잇단 ‘국회 보이콧’에도 상임위, 본회의 등은 쉴 새 없이 불발됐다. 그나마 올해 처리된 법안들은 대체로 이른바 ‘무쟁점법안’들이었고, 이를 처리하기 위한 본회의도 ‘극적합의’에 따라 가까스로 개최돼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이와 같은 국회 파행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조 후보자의 적격성 문제를 두고 여야가 ‘강대강’으로 대치하면서다.

야당은 조 후보자를 둘러싼 가족 사모펀드 투자, 딸 ‘제1저자’ 논문‧장학금‧입시특혜, 웅동학원 등 의혹들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 ‘부적격’한 인사라고 맹공을 펼치고 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조 후보자를 신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을 강행할 경우 특검, 국정조사 등을 실시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에서 의혹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 이날 이인영(민주당)‧나경원(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비공개회동을 갖고 합의해 오는 6일 국회 인사청문회도 실시될 예정인 만큼 야당의 ‘무조건 반대’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맞서고 있다.

향후 조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정국의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정기국회 일정도 잡지 않고 여론전에만 집중하는 여야의 행태는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 다수의 전망이다. 게다가 문 대통령이 ‘임명강행 카드’를 꺼내들 경우 정국은 현재보다 더 경색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조 후보자 국회 청문회가 실시될 예정이지만, 이후가 더욱 문제가 될 것”이라며 “현재 청와대와 민주당의 분위기를 볼 때 조 후보자가 임명될 가능성이 높은데 야당은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경우 야당이 특검, 국조 수순을 밟고, 민주당은 반발하면서 국회는 또다시 멈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한 관계자 또한 “조 후보자 국회 청문회가 실시되는 만큼 정국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국회 정상화까지는 쉽지 않은 절차들이 남아있어 보인다. 때문에 매년 지적받는 ‘빈손국회’가 반복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청문회가 실시되고 추석 명절이 지나면 한국당의 이른바 ‘조국 이슈’에 대한 공세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국회를 향한 비판 여론도 높은 만큼 의외로 빠르게 ‘국감모드’로 전환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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