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 등 마약류 합법인 해외 경험 및 경제적 여건 등이 영향 미쳐···“마약범죄에 취약”

지난 4월 1일 대마 구매 및 흡연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SK그룹 창업자 고 최종건 회장의 손자 최아무개(31)씨가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들어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 1일 대마 구매 및 흡연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SK그룹 창업자 고 최종건 회장의 손자 최아무개(31)씨가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들어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재현 CJ 회장의 장남 이선호씨가 사탕 및 젤리 형태의 변종 마약을 밀반입하려다 적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SK와 현대가 재벌 3세들의 마약 논란이 불거진 지 불과 5달 만에 또 다시 유사한 사건이 터진 것이다.

이씨는 지난 1일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귀국하는 대한항공 KE012 편을 타고 입국하다가 세관에 적발돼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배낭과 캐리어에 액상 대마 및 대마 사탕·젤리 등 변종 마약을 밀반입하고 마약을 투여한 혐의다. 인천지검은 3일 이선호씨를 소환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했다.

지난 4월 마약 투여 사실이 알려져 파문을 일으켰던 SK와 현대그룹 창업주의 손자들도 재판을 받고 있다. SK D&D에서 근무한 SK 창업주 손자 최씨는 대마 쿠키 및 대마 카트리지를 상습적으로 흡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몽일 현대엠파트너스 회장의 장남 정씨 역시 자택 등에서 변종 마약인 액상 대마 등을 흡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도 필로폰 투약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은 이후 다음달 항소심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유독 젊은 재벌가 후손들 사이에서 마약 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마약이 불법이 아닌 환경, 즉 외국에서 보낸 시간이 많아 범죄라는 인식이 덜하고 경제적 여건상 마약을 구하는 일도 어렵지 않기 때문에 마약을 접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재벌가라고 해서 다 마약에 취약하다고 볼 순 없다”며 “다만 사회적 규범이 형성되는 시기에 마약이 불법이 아닌 외국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고 금전적으로도 마약을 구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에 마약범죄에 취약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대마초의 경우 미국 캘리포니아 주 등 해외 일부 국가에서 담배와 마찬가지로 합법으로 돼 있다. 대마초를 피는 상점도 있고 1년에 한 번 광장 같은 곳에 다 같이 모여 대마초를 피는 날도 있다고 한다. 이번에 이선호씨가 들여오다가 적발된 대마로 만든 쿠키 등도 일부 국가에선 불법이 아니라고 한다. 이 같은 환경에 노출돼 있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사회규범에 대한 기준이 흐릿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그래서 나온다.

마약 논란을 빚은 이선호씨와 SK·현대가 3세들 역시 모두 유학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경제적 여건으로 마약을 구할 수 있는 비용도 충분하다는 점 역시 재벌가 3세들이 마약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요인이 된다.

한편 인천지검 강력부는 4일 서울 장충동에 위치한 이선호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물 조사를 바탕으로 조만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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