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화웨이·애플 등 NPU 도입 박차···'온디바이스' AI 구현 가능
향후 전장·데이터센터 등 적용 범위 확대 전망

엑시노스 980 / 사진=삼성전자
엑시노스 980 / 사진=삼성전자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른 가운데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신경망 처리장치(NPU)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보낼 필요 없이 기기 자체에서 정보를 처리하고 학습하는 AI 전용 칩을 통해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향후 NPU는 스마트폰을 넘어 대다수 IT전자제품에 탑재될 가능성이 크다. 고성장이 예상되는 NPU시장에서 기술 개발 각축이 이뤄질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가 공개한 5G 스마트폰 통합칩셋(SoC) ‘엑시노스 980’의 AI 연산 기능은 기존 제품보다 약 2.7배 향상됐다. 이 칩셋엔 8개의 코어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외에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신경망처리장치(NPU)가 탑재됐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 플래그십 모델을 중심으로 자체 개발한 NPU 채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 공개된 엑시노스9820엔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1세대 NPU가 내장됐다. 이를 통해 이 칩셋은 전작인 엑시노스 9810보다 AI 연산 속도가 7배나 향상됐으며, 올 상반기 출시된 ‘갤럭시S10’ 일부 물량에 탑재됐다. 이어 삼성전자는 지난달 출시한 ‘갤럭시노트10’ 시리즈에도 NPU가 내장된 ‘엑시노스9825’ 칩셋을 심었다.

NPU는 사람의 뇌 신경구조를 모방한 프로세서다. 사람의 뇌처럼 한 번에 여러 정보를 처리하는 병렬 컴퓨팅 기술에 특화됐다. CPU만으로는 처리하기 어려운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 실시간 AI 구동에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AI의 핵심인 딥러닝 자체가 신경망을 본뜬 알고리즘이다 보니, NPU는 AI 구현에 최적화된 기술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NPU 도입에 적극적인 이유는 ‘온디바이스’ AI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온디바이스 AI는 클라우드로 정보를 보내지 않고도 스마트폰이 물리적인 수준에서 자체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판단하는 AI 기술을 말한다. 상위 서버로 정보를 보내지 않으니 연산 속도가 빨라지는 데다가 사용자 정보 보안도 강화된다.

아직까지 스마트폰에서 AI 기능은 주로 생체 인식, 카메라 화면 인식 기능에 한정돼 있다. 그러나 향후 지능형 카메라,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 신기술이 도입되면 AI가 사용자 대신 판단하고 정보를 처리하는 범위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경쟁사들 역시 NPU 도입에 분주하다. 특히 생체 인식 기능을 강조한 애플과 화웨이는 일찍이 한 발짝 앞서 자사 플래그십 모델에 NPU를 심었다. 화웨이는 2017년 초 NPU를 탑재한 AP 기린970을 공개하고 같은 해 출시한 메이트10 시리즈부터 내장했다. 1년 후인 지난해 공개한 기린980에도 역시 듀얼코어로 구성된 NPU가 들어갔으며, 이어 올해 독일에서 개최되는 IFA2019에서 공개하는 기린990 칩셋에도 NPU가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 역시 2017년 아이폰X 시리즈에 들어간 A11 칩셋부터 뉴럴 엔진을 적용했다. 특히 이 회사는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하는 페이스 아이디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자체 설계한 AI 전용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애플의 뉴럴 엔진은 1초에 최대 6000억개의 연산을 수행해 아이폰의 이미지 및 모션 인식 기능을 강화한다.

퀄컴도 NPU를 탑재한 모바일 프로세서를 출시하며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말 출시한 스냅드래곤855에 CPU·GPU 외에 AI 연산 처리 작업을 하는 하드웨어 블록을 새롭게 추가했다.

향후 NPU는 스마트폰을 넘어 모든 전자제품으로 확대돼 도입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정보를 파악하고 스스로 학습하는 AI의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데이터센터, 사물인터넷(IoT)과 전장용 제품으로도 적용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NPU나 GPU 등이 적용된 AI 관련 통합 칩셋(SoC) 시장이 지난해 43억 달러 규모에서 2023년 343억 달러까지 확대돼 연평균 52%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소프트웨어로 구동하던 AI 기능을 칩이라는 하드웨어로 구현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라며 “NPU는 향후 사물인터넷은 물론 전장, 자율주행차 등을 중심으로 도입 범위가 크게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시사저널e는 오는 9월 19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인공지능, 인간과 함께 한계를 넘어서’란 주제로 제5회 ‘인공지능포럼(AIF)2019’를 개최해 현황을 살펴본다. 이번 행사에는 에피어, 구글, LG전자, 현대자동차, KT 등 기업과 고려대, 한국외국어대 등 학계 전문가들이 발표를 맡았다. 자세한 내용은 행사 홈페이지(http://www.sisajournal-e.com/conference/ai/2019/)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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