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법인 49% 지분 소유, 영업 준비···노조 “도매로 인해 의사 처방권 침해받고 제네릭 사용 늘어날 것”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건국대학교법인이 지분을 소유한 직영도매가 영업을 준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직영도매에 민감한 제약업계와 도매업계를 제치고 건국대병원 노동조합까지 나서 의사 처방권이 침해받고 제네릭(복제약) 사용이 증가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건국대학교법인은 기존에 건국대학교병원에 납품하던 도매업소와 공동으로 최근 케이팜이라는 신규 도매를 설립했다. 건국대병원통합노동조합에 따르면 케이팜은 건국대법인이 49%, 기존 도매인 중앙약품이 51% 지분을 갖고 있는 이른바 ‘병원 직영도매’다. 중앙약품 대표는 한일약품 출신인 김장열 사장이다. 

병원 직영도매는 업계가 부르는 속칭이다. 정확하게는 대학교나 병원이 수익사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대학교법인이 지분을 투자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실제 케이팜의 경우 건국대나 건국대병원이 아닌 건국대법인이 투자한 것으로 파악된다. 케이팜은 모 다국적 제약사 출신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다.

건국대병원통합노조에 따르면 건국대병원에 소요 의약품을 납품해 왔던 기존 5개 도매업소는 이날 현재까지 케이팜에 납품권을 넘기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또 하나의 병원 직영도매가 설립됐지만 한국의약품유통협회도 구체적 사항을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자세한 세부 사항은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 도매업소 대표는 “병원 직영도매는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도매업계 차원에서도 이제 손 쓸 방법이 없어 대세가 되어가고 있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이번 케이팜 설립을 전후로 제약업계와 도매업계보다 더 빨리 움직인 것은 건국대병원통합노조다. 통합노조는 최근 건국대병원에 직영도매와 관련한 현수막과 대자보를 붙였다가 철거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병원 직영도매는 그동안 제약업계와 도매업계의 반대로 이슈화됐는데, 이번에는 병원노조가 들고 일어난 것이 특징”이라며 “제약사들은 높은 마진만 피하면 되고 도매들은 적당히 도도매하면 덮어지는데 이제 의료계와 학원에서 밥그릇 싸움이 벌어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여기서 도도매란 제약사가 도매에 의약품을 납품하고 도매가 병원에 납품하는 구조에서 제약사와 도매 사이에 제3의 도매가 끼어들어 납품하는 형태를 지칭한다. 결국 의약품 납품권을 상실한 기존 도매를 배려하기 위해 일부 품목에 대해 도도매권을 주며 반발을 무마하는 행위로 풀이된다. 

이 같은 분석이 제기되는 것은 건국대병원통합노조가 주장한 내용과 관련이 있다. 통합노조는 “약품 도매상이 법인 소유면 병원과 도매상 간에 갑을관계가 바뀔 것이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시사저널e와의 통화에서 “기존에 병원이 갑이고 도매가 을이었는데, 직영도매가 들어서면 건국대법인이 갑이고 건국대병원은 을이 된다”고 설명했다. 즉 건국대병원이 갑에서 을로 밀려나고 건국대법인이 새로운 갑이 된다는 논리로 풀이된다. 

그동안 건국대와 건국대병원 등을 산하에 둔 건국대법인이 병원 수익을 회계상 전달받는 방식을 취했지만, 앞으로는 케이팜 수익 중 49%를 법인이 직접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재학생들을 위한 예산에 활용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특히 통합노조는 “직영도매가 운영되면 의사 처방권은 당연히 침해받을 수밖에 없다”며 “병원에서 제네릭 사용이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제기는 실제 직영도매를 운영하는 다른 대형병원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7년 6월 경희대학교법인인 경희학원은 벡제인베스먼트 외 1개사와 공동으로 직영도매 팜로드를 설립한 바 있다. 경희의료원은 직영도매 운영이 안정되자 올봄에 본원과 강동경희대병원 소요 의약품 중 일부 정리를 추진하다 소속 의사들의 반대에 부딪혀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희의료원은 양 병원에서 사용하는 의약품을 정리하고 단순화하는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당시 제약업계는 오리지널 품목을 제네릭 품목으로 교체하겠다는 의사로 풀이했었다. 직영도매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학교법인과 병원이 충돌하고 병원과 의사들이 충돌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제네릭 품목 사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나온다. 통합노조 관계자는 “직영도매를 운영하는 대형병원들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제네릭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라며 “해당 병원은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건국대병원도 그렇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병원 직영도매는 제약업계와 도매업계는 물론, 학교법인과 대형병원, 소속 의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이다. 일각에서는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하기도 하지만 최종적인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당장 건국대병원통합노조는 제네릭 품목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복수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학교법인이 병원 직영도매를 설립하려고 해도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막을 수가 없다”면서 “이번 건국대병원 노조의 지적은 일견 일리는 있지만 갑에서 을로 떨어지기 싫어하는 병원 심리를 보여줬기 때문에 ‘병’ 신세인 제약사는 할 말이 없다”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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