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 이후 대차잔고 2조원 증가
투자자들 증시 하락 우려가 원인
작년 10월엔 대차잔고 3조원 늘자 코스피 15% 급락

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것을 말하는 대차잔고가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연합뉴스
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것을 말하는 대차잔고가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도표=조현경 디자이너

주식시장에 공매도 대기자금으로 여겨지는 대차잔고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대차잔고는 57조원을 넘어섰다. 일본의 수출규제 소식이 전해진 7월 이후 대차잔고는 전달보다 2조원 늘어났다. 증시 하락을 예견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지난해 10월 발생한 주가 폭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4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 주식 대차잔고는 57조5459억원을 기록하며 전달보다 2조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5월 이후 최대 규모다. 

대차잔고는 투자자가 일정한 수수료나 담보물을 지급하고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고 남은 거래의 주식 평가액이다. 국내 증시에서는 공매도 거래를 하기 위해선 대차거래가 필요하다. 이에 대차잔고가 늘어났다는 것은 향후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를 한 투자자들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대차잔고가 과도하게 늘어나면 증시가 폭락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지난해 10월엔 대차잔고가 전달보다 3조2000억원이나 늘어난 바 있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 등의 이유 때문이었다. 이에 같은 해 9월28일 코스피는 2356.62에서 10월29일 1996.05로 한 달 만에 15%나 떨어졌다. 이는 올해 7월1일 일본이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한 후 8월6일까지 주가가 1891.81을 기록하며 11.17% 떨어진 것보다 가파른 하락세였다. 

올 하반기 주식시장은 미·중 무역전쟁뿐 아니라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에 이어 8월1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간소화 대상국)에서 제외한 이후 갈수록 흔들리는 모양새다. 

이에 주식 대차잔고는 달마다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주식 대차잔고는 2월 50조7900억원, 3월 51조5400억원, 4월 52조6400억원, 5월 54조8300억원, 6월 55조5400억원, 7월 57조5400억원 등으로 매달 증가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 대차잔고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5조8700억원)로 나타났다. 이어 셀트리온(3조7900억원), SK하이닉스(2조7300억원), 삼성전기(2조200억원), 현대차(1조7300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1조7000억원), 현대모비스(1조4300억원) 순으로 대차잔고 규모가 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차잔고가 큰 이유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외에도 실적 하락 등의 원인으로 투자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밖에도 자동차산업과 바이오주 등에 대한 투자심리도 얼어붙으면서 현대차와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 하락을 점치는 투자자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차거래와 빌려온 주식을 장내에서 매도하는 공매도는 상호 연관관계를 가진다”며 “미·중 무역협상의 불확실성과 일본 수출규제 등의 대내외 여파로 국내 경기가 악화되면서 특정 업종에 대한 주가 하락을 염려하는 투자자가 많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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