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지는 ‘디플레이션 공포’···연간 성장률 2.2% 달성도 불투명
정책
짙어지는 ‘디플레이션 공포’···연간 성장률 2.2% 달성도 불투명
  • 한다원 기자(hdw@sisajournal-e.com)
  • 승인 2019.09.0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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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대 유지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 사상 첫 마이너스대 진입
정부 “디플레이션 우려할 상황 아니다”···경제활력 보강 위한 추가 대책 발표
기재부 “7월보다 경제 하방 리스크 확대···목표치 달성 녹록지 않아”
지속되는 경제 성장 부진으로 디플레이션(Deflation)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지속되는 경제 성장 부진으로 디플레이션(Deflation)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 사진=셔터스톡

올해 들어 줄곧 0%대를 유지해 오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첫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하면서, 경제성장 부진과 디플레이션(Deflation)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은 가집계 수치보다 줄어 1.0%로 수정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연간 성장률 전망치인 2.2% 달성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정부는 “일시적인 현상이며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경기 둔화 속 상품·서비스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이른바 ‘D 공포’는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경제성장률 하락세···디플레이션 우려 커져

통계청이 지난 3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에 비해 0.04% 하락했다. 공식 물가상승률은 반올림한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를 기준으로 보기 때문에 0.0%에 그쳤지만, 두 번째 소수점까지 집계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한 셈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 이하를 기록한 것은 지난 1965년에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올 들어 7개월 연속 0%대 상승률을 유지해 왔지만, 결국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하게 됐다.

첫 마이너스 물가상승률 기록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디플레이션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소비 부진의 영향이 일부 있긴 하지만 일시적이고, 정책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라는 것이다. 또 2%대의 경제성장률 기록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디플레이션을 논하기는 이르다는 게 기재부 측 입장이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3일 올 2분기 전기에 비해 경제성장률을 지난달 속보치 1.1%에서 1.0%로 하향조정했다. 속보치 집계에서 빠졌던 6월 지표가 예상보다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2분기 성장률 1.0%는 지난해 1분기(1.0%) 이후 5분기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비교 대상인 올 1분기 성장률(-0.4%)이 워낙 낮았던 탓이다. 1, 2분기를 합친 상반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9%다. 한은이 전망한 올해 연간 2.2%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선 하반기에 2.4%를 성장(3분기 0.9%, 4분기 1.0%)해야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수출도 지난 7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11.0%, 8월에는 -13.6%로 하락하며 하반기 전망치(2.0% 증가) 달성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디플레이션 아니다”는 정부와 달리 커지는 ‘D 공포’

정부는 일단 공식적으로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도 지난 7월에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추가 대책을 내놓아 내부적으로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상당한 것으로 관측된다.

/ 자료= , 표=조현경 디자이너
GDP 디플레이터 추이. / 자료=한국은행, 표=조현경 디자이너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GDP디플레이터가 –0.2%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망치 평균은 0.1%다. KDI는 “총수요(aggregate demand·가계·기업·정부 등 경제 전체의 수요) 압력 증감률이 평균 –0.6%라는 전제로 한 것”이라며 “수요가 줄면서 물가를 끌어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민간 소비, 설비 투자 등 전반적으로 총수요가 부진하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기조로 다시 점근(漸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현재 상황은 디플레이션이 아니라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만성적 저물가) 정도”라고 평가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GDP 디플레이터가 3분기 연속 하락하고 소비자물가지수도 마이너스라는 것은 수요 부진에 따른 디플레이션이 이미 진행 중이라는 것”이라며 “명목 GDP가 더 하락하고 정부가 세수 확보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 기업의 수입에 영향을 미친다면 전반적인 경기 하락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도 기존에 설정한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정부는 최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한층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다만 대외 불확실성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하에 목표치 수정 여부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미 지난해 말 올해 경제성장률을 2.6~2.7%로 예상했다가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0.2%포인트 조정한 바 있기 때문이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7월보다 현재 시점에서 성장 경로상의 하방 리스크가 확대됐다”며 “목표치 달성 자체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4일 하반기 경제활력 보강을 위한 추가 대책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적극적 재정 집행 ▲투자 활성화 ▲내수 활성화 ▲수출 활력 회복 등 4대 핵심 분야에 초점이 맞춰졌다. 기금운용 계획 변경을 통한 1조6000억원 규모의 재정 투입, 추가 투자분 1조원을 포함한 55조원 규모의 공공투자 100% 집행, 4단계 기업투자 프로젝트 발굴, 사회간접자본(SOC)사업 연내 전액 집행, 고효율 가전기기 구입금액 지원 규모 추가 확대,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20조원 규모 신규 공급, 햇살론 공급 3000억원 확대, 5조원 규모 근로·자녀장려금 추석 전 지급 완료, 주말·공휴일 고속도로 통행료 할증 한시 폐지 등이 포함됐다.

특히 수출과 관련해선 이달 중 수출 시장의 외연과 저변을 넓히고, 글로벌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수출 시장 구조 혁신 방안’을 마련해 내놓을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는 우리 경제의 활력이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도록 경기 대응 노력을 더욱 강화하고 외부 충격에 쉽게 흔들리지 않도록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과 복원력을 상시 점검해 철저히 대비해 나가겠다”며 “가용한 정책 여력을 최대한 활용해 하반기 중 추진 가능한 방안을 중심으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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