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직접 액티비티·여가활동 기획해 모집···1만명 넘는 호스트가 등산·요가·서핑·문화예술 상품 기획
“일 아닌 여가생활 더 중요해질 것···20~30대 뿐만 아니라 전국민이 사용할 수 있는 앱이 목표”

 

직장인의 여가는 단조롭게 흘러간다. 마음먹고 시작한 헬스는 이용권만 날리고, 결국 ‘나혼자산다’를 보며 치킨을 먹는 게 최고의 여가시간이 돼버렸다. 바깥순이든, 집순이든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여가생활이 있다면 어떨까. ‘프립’에는 서핑하고, 등산하고, 2시간 동안 타인과 반말하며 여가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창업 7년차인 임수열 프렌트립 대표는 축구나, 등산 등 야외활동에 관심이 많았다. 지금에서야 일이 바빠 못하고 있지만, 한 때는 사람들이 ‘체대 출신’이냐고 묻기도 했단다. 임 대표는 야외활동에 대한 관심을 여가활동으로 옮겼다. 여가 플랫폼이 많이 없었던 2013년,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취미는 많지 않았다. 임 대표는 건강한 여가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임 대표는 주말에 버스 한 대로 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을 먼저 시작했다. 삼척으로 떠나는 여행이었는데, 며칠만에 정원 40명이 다 찼다. 참여자들은 ‘한국에 이런 곳이 있었나’라며 여행에 만족했다는 후기를 임 대표에게 전달했다. 초기에는 임 대표를 포함해 프렌트립의 초기 창업가 3명이 돌아가면서 호스트(프립 플랫폼에서 여가활동을 기획하고 모집하는 사람)를 담당했다.

지금의 프립 플랫폼이 나온 것은 2016년이다. 여행이나 야외활동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등 다양한 여가활동을 회원들이 직접 기획하고 모집할 수 있는 모델로 변경됐다. 언젠가는 앨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프립 호스트로 참여해줬으면 좋겠다며 웃던 임 대표를 지난 3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만났다.

◇ “창의적인 민족답게 재미있는 여가활동 많이 기획돼···2시간 동안 반말하는 프로그램도”

프립은 개인 호스트가 자신의 여가상품이나 액티비티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프립 사용자 수는 8월 기준 74만명을 넘었다. 호스트 기반 액티비티 앱으로는 사용자 수가 가장 많다. 지금은 여행‧액티비티앱, 취미 소개 앱, 재능기부 앱 등이 많지만 임 대표가 창업할 당시만 해도 여가 플랫폼이 많이 없었다.

“다양한 방법으로 여가를 즐기는 플랫폼들이 많이 나왔다. 그러나 2013년에는 사람들의 여가 생활이 다양하지 않았고. 여가활동 프로그램을 찾기에도 쉽지 않았다. 프립은 여가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로는 거의 처음 나왔다. 과거에도 꽃꽂이, 도자기 공방 등 사람이 모집하는 원데이 클래스가 있긴 했지만 지속되지 않았다. 또한 원데이클래스를 넘어 일반적인 여가부터 특별한 여가를 소개해주는 것이 프립의 장점이자 차별성이다. 게다가 아웃도어 활동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액티비티 프로그램이 많다.”

임수열 프립 대표가 지난 3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시사저널e와 인터뷰 하고 있다. / 사진=권태현 PD
임수열 프립 대표가 지난 3일 서울 성동구 헤이그라운드에서 시사저널e와 인터뷰 하고 있다. / 사진=권태현 PD

현재 프립에서 활동하고 있는 호스트는 1만명 정도다. 여가 상품도 그만큼 다양하다. 7~8월 여름에는 강원도나 제주도로 떠나는 서핑 프로그램이 가장 인기가 많단다. 2015년 대비 서핑 여행 수요 자체가 11배나 성장했다.

“한국인은 창의적인 민족이지 않나. 독창적인 프로그램이 많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수평어’ 프로그램이 있다. 함께 한강이나 공원으로 소풍을 가서 반말로 대화하는 프로그램이다. 처음 호스트가 수평어 프립을 신청했을 때 ‘장난인가?’ 싶었다. 그러나 막상 오픈하니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수평어’라는 장르가 생길 정도였다. 일반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며 경어를 쓰지 않나. 서로 반말을 쓴다는 자체가 힐링이자, 쾌감이 있는 것 같았다. 예전에 수평어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 장소에 잠시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호스트가 내게도 반말로 말하더라. (웃음) 지금은 굉장히 친하다.”

프립은 누구나 여가 액티비티 상품을 올릴 수 있다. 개인신상을 인증받고 가이드라인에 따른 프로그램이라면 프립에 등록될 수 있다. 온라인 구독형이 아닌 오프라인 호스트 서비스이기 때문에 법과 규제도 신경쓴다. 만약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프로그램은 수청을 요청한다. 예를 들어 개인 차량으로 승차공유 사업을 한다든가. 호스트가 자신의 집에 이성 사용자를 초대하는 등의 프로그램은 프립 측에서 제재한다고 임 대표는 설명했다.

◇ '60대도 비틀즈 예스터데이 피아노 연주 배워'···대중화된 여가 플랫폼 꿈꾼다

임 대표는 최근 호스트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그는 사업을 꾸려가며 호스트 활동도 잠시 쉬었었다. 임 대표가 기획한 사업은 ‘소셜클럽’이다. 한 번으로 끝내기 아쉬운 여가활동들을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임 대표는 등산과 스타트업 독서모임 두 개를 기획했다. 현재 두 프로그램 모두 매진된 상태다. 임 대표는 ‘대기만 수백명’이라고 덧붙였다.

“프립은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 이용자가 가장 많다. 그러나 점점 사용자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긴 하다. 가족, 모임 단위 사용자도 많아졌다. 최근 61세 어머님의 후기가 가장 인상깊었다. 프립을 통해 피아노를 배우신 어머님께서 ‘자식 키우느라 배우지 못한 피아노를 프립으로 배웠다’고 후기를 남겨주셨더라. 비틀즈 예스터데이를 연주하셨다는 설명도 함께였다. 이런 후기를 볼때마다 맞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프립은 디쓰리쥬빌리 등 벤처캐피털뿐만 아니라 지난해 숙박‧여가 플랫폼 야놀자로부터 20억원을 투자받았다. 야놀자와는 제휴를 맺고 액티비티 상품을 독점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도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주말 캠핑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강릉시, 영월군 등 지방자치단체와도 협업 중이다.

“기존 여행상품은 20~30대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했다. 프립은 전 연령대가 지방에서도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여가 상품들을 만들어주다 보니 (지자체에서도) 많이 찾는 것 같다. 최근엔 프립이 다른 스타트업들과도 손을 잡고 있다. 공유주방 스타트업 ‘위쿡’과는 입주 기업들이 프립을 통해 음식클래스를 열 수 있도록 협업했고, 푸드테크 레스토랑 레귤러식스와는 막걸리 클래스, 회 클래스를 함께 론칭했다.”

임 대표는 전국민이 여가생활을 선택할 수 있는 플랫폼을 꿈꾸고 있다. 20~30대 뿐만 아니라 전 연령대가 프립을 사용하는 것이 목표다. 하반기에는 해외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임 대표는 국내에서 외국으로 장소만 바뀌면 충분히 여행하며 여가활동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용자가 스페인에서 축구를 할 수 있도록 여가활동을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그동안 플랫폼들이 일의 생산성와 효율성을 높여주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여가 생활이 더 중요해질 것 같다. 기술이 발전되면서 일의 생산성은 올라갈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여가 생활에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할 것이다. 6년 전과 비교해봐도 여가 시장이 굉장히 커졌다. 여가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그중에서도 프립은 나이와 상관없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대중화된 플랫폼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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