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고정형 주담대 이용 권장 기조와 상반···“다자녀 가구 배려도 부족”

한 시중은행의 대출창구 모습/사진=연합뉴스
한 시중은행의 대출창구 모습/사진=연합뉴스

추석 직후 출시를 앞두고 있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이 형평성과 실효성 지적을 받고 있다. 순수고정금리 상품을 이용하고 있는 이용자들에게는 전환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며 신청 기준이 다소 현실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오는 16일부터 2주동안 은행창구와 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안심전환대출을 신청 받을 예정이다. 안심전환대출은 기존 주택담보대출에서 연 1.85∼2.2% 수준의 장기·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 대출 상품이다.

금융당국은 이미 지난 2015년 서민들의 이자 상황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한차례 안심전환대출을 출시한 바 있다. 4년만에 선보이는 이번 안심전환대출은 이전 상품(연 2.55~2.65%)에 비해 낮은 금리로 공급될 전망이며 중도상환수수료 명목으로 최대 1.2%까지 증액해 대출받을 수도 있다. 은행뿐만 아니라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차주도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순수고정금리’ 대출 이용자가 이번 안심전환대출 대상자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변동금리 상품이나 준고정금리(일정기간 고정금리를 적용한 이후 금리가 바뀌는 방식) 상품 이용자들만이 이번 안심전환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그동안 금리인하기에 상대적으로 이득을 봤던 변동금리 이용자들이 정부 정책 상품의 혜택까지 받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제까지 금융당국은 금리 변동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금리고정형 주담대 이용을 권장해왔기 때문에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고정금리 이용자도 대상자로 포함시켜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청원도 참여자가 4600명을 넘어섰다.

신청 기준을 개선해야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현재 금융위가 정한 신청 기준은 ▲부부합산소득 8500만원 이하 ▲1주택자 ▲주택가격 9억원 이하 등이 있다. 신혼부부나 2자녀 이상 가구는 부부합산 소득 1억원까지 가능하다.

가장 문제시되는 것은 주택가격 상한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부부합산 소득이 8500만원 이하면서 9억원에 달하는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차주는 애초에 고액자산가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서민지원이라는 상품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이다.

이에 금융위 관계자는 “약 20조원 내외의 공급액을 크게 초과하는 신청이 몰릴 경우 주택가격이 낮은 순서대로 공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자녀 가구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2자녀 이상 가구의 부부합산 소득 기준(1억원)이 1자녀 또는 무자녀 가구(8500만원)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며, 낮은 주택가격 순으로 대상자를 선정할 경우 상대적으로 넓은 평수에 거주하는 다자녀가구가 불이익을 받는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소비자는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에도 맞지 않는 기준”이라며 “다자녀가구 소득기준을 차등으로 적용하고 다자녀가구를 대상으로하는 공급액을 별도로 정해놓는 등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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