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의 외주화 중단하고 특조위 권고안 점검하는 이행점검위 만들어야

산업 현장에서 수 많은 노동자가 일 하는 중 죽어가고 있다. 특히 사망 사고 등 대부분의 사고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일어난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전력 발전산업에서 산업재해 사고 428건 가운데 협력사에서 95%, 발전사에서 5% 발생했다.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사고가 끊이지 않고 이 사고가 하청 노동자들에게 집중되는 것은 원·하청 구조가 근본 원인이다. 원청 기업과 하청업체 간 소유와 운영이 분리되면서 책임 회피 구조가 만들어진다.

지난해 12월 24살의 청년 김용균 하청 노동자도 발전 산업의 원·하청 구조 탓에 작업 중 목숨을 잃었다.

김용균은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그런데 하청인 한국발전기술 노동자들은 김용균 사망사고가 발생하기 11개월 전인 2018년 1월 한국서부발전에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 설비 개선을 요청했다. 컨베이어벨트에서 떨어진 낙탄을 사람이 직접 치우지 않고 고압의 물로 쏴서 처리하도록 시설을 개선해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러나 서부발전은 평소 작업에서는 지휘와 감독을 하면서도 하청노동자가 원청 노동자가 아니라며 이 요청을 무시했다. 하청업체는 컨베이어벨트가 자신 소유의 설비가 아니라며 권한이 없다고 개선 요청을 회피했다. 결국 설비 개선 요청이 무시된 그 업무에서 김용균이 죽었다.

이처럼 전력 산업 현장에서는 외주화로 인해 위험이 더욱 확대됐다. 이는 전력 산업의 구조개편에 따른 민영화와 외주화 정책 때문이다. 하청에 재하청을 하면서 위험이 전가되고 원하청 간 의사소통이 경직되고 끊기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김용균 노동자 사망의 근본 원인이 전력 발전 산업의 원·하청 구조라는 것은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지난 8월 19일 진상조사 결과 발표에 의해 밝혀졌다.

원하청 구조에 따른 원하청의 책임 회피는 전력 산업 뿐 아니라 모든 산업 현장, 공공과 민간 기업 모두에 해당한다. 2001~2017년 연평균 2366명 산재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 기간 정부 통계로만 154만3797명이 산재 사고를 당했다. 그러나 기업·책임자 처벌은 대부분 ‘벌금·집행유예에 그쳤다.

원청은 값 싸게 노동자들을 사용하고 사고 발생 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하청업체를 통해 인력을 쓴다. 하청업체들은 원청에서 받은 노무비를 중간에서 착복하고 이중착복하기도 한다.

이에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값싼 임금을 대가로 삶과 죽음의 경계선 위에 서 있다.

청년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으로 정부와 국회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에 나섰으나 갈 길이 멀다. 원하청 구조를 넘어서기 위한 직접 고용 정규직화, 노무비 착복 금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발전산업 하청노동자들의 안전과 고용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정규직화 방안과 노무비 삭감 금지 방안 추진은 제자리 상태다. 이를 추진해야 하는 노사전 협의체와 당정 협의에서 관련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산업부와 기재부, 고용부 등 관계 부처가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원하청 구조를 개선하고 직접 고용을 추진하는 것은 관료 사회에서 기대하기 어렵다. 부담과 책임을 회피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국회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적극 나서는 것도 쉽지 않다. 정치인들과 기업, 관료들 간에는 외주화를 유지해 기업 이익을 키우려는 보이지 않는 카르텔이 있다.

결국 대통령과 시민들의 의지와 행동이 중요하다. 시민들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산업 노동자들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위험의 외주화를 막고 원하청 구조를 넘어서도록 정부 부처와 관계자들을 이끌어야 한다. 첫 시작은 정부가 특조위의 진상조사 결과와 권고안이 실효성 있게 추진되도록 이행점검위원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의 지지도 중요하다. 자신이 또는 자식들 가운데 누구라도 하청 노동자가 될 수 있다. 일터에서 죽음과 사고가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인 것이다. 산업 현장의 안전을 높이고 외주화를 중단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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