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 수출규제 강화 조치 WTO 제소 방침···한·일 전문가들 “한국 승소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기념촬영 후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기념촬영 후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조만간 일본의 한국 대상 수출 규제 강화 조치에 대한 대응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일본을 WTO에 제소 시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 11조 위반과 강제동원 판결 연관성 입증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WTO에 제소가 이뤄질 경우 한국과 일본 전문가들은 한국의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일본이 7월초 한국 대상으로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수출 규제 강화와 지난 달 28일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것에 대한 부당성에 대해 WTO에 제소할 방침이다. 이미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정부 부처가 WTO 제소를 위해 근거 자료를 모으는 등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를 강화한 반도체 소재 3개 품목 가운데 포토레지스트 2건, 불화수소 1건의 수출을 허가했다. 그러나 일본의 수출 허가 조치는 한국 정부가 요구하는 '규제 조치의 원상 회복'이 아니다. 여전히 일본 정부는 자의적으로 여러 수출 품목들에 대해 규제 수준을 조절할 수 있다. 이에 한국 정부도 일본 WTO 제소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대한 WTO 제소 시점은 향후 6개월 정도 후일 가능성이 높다. 근거 자료 수집 등 준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통상전문가들은 한국이 일본을 WTO 제소 시 승소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GATT 11조 1항 위반, 강제동원 판결 연관성 입증이 관건이라고 3일 밝혔다.

이천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실 무역협정팀 부연구위원은 “한국의 일본 WTO 제소는 반도체 소재 3개 품목 수출 규제 조치 ‘제도’에 대해 중점을 두고 실행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일본 정부의 조치가 GATT 11조 1항 위반임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GATT 제11조 제1항은 다른 체약당사자 영토의 상품의 수입에 대해 또는 다른 체약당사자 영토로 향하는 상품의 수출 또는 수출을 위한 판매에 대해 쿼터, 수입 또는 수출 허가 또는 그 밖의 조치 중 어느 것을 통해 시행되는지를 불문하고, 관세, 조세 또는 그 밖의 과징금 이외의 어떠한 금지 또는 제한도 체약당사자에 의해 설정되거나 유지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WTO 회원국이 수출허가 등을 통해 수출을 금지하거나 제한하지 못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한국 대상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조치가 수출제한조치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고 봤다. 최근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를 강화한 반도체 소재 3개 품목 가운데 포토레지스트 2건, 불화수소 1건의 수출을 허가했지만 이에 상관없이 일본의 조치는 GATT 제11조 제1항 위반이라는 분석이다.

이 부연구위원은 “GATT 제11조 제1항 위반의 1차적 판단 기준은 어느 조치의 구조와 양태, 운영 모습 등이 수량 제한에 해당하는지 여부다”며 “관련 조치로 수출입 양이 얼마나 줄었는지는 GATT 제11조 제1항 위반 판단에서 부차적 기준이다. 또 일본이 일부 품목에 대한 수출을 허가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GATT 제11조 제1항 위반에 대해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만약 WTO 소송 과정에서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가 GATT 제11조 제1항 위반임을 패널 등에게 확인시켰다면 이후에는 일본 정부의 ‘안보상 예외’라는 대응 논리에 맞서야 한다.

이 경우에는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가 안보상 조치가 아닌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성 규제임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GATT 제21조는 제(b)항은 WTO 회원국이 자신의 필수적인 안보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간주하는 조치를 취하는 경우 GATT 상의 의무위반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규정한다. GATT상의 의무 위반이 정당화되는 조치는 ▲핵분열성 물질 또는 그 원료가 되는 물질에 관련된 조치 ▲무기, 탄약 및 전쟁도구의 거래에 관한 조치와 군사시설에 공급하기 위해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행해지는 그 밖의 재화 및 물질의 거래에 관련된 조치 ▲전시 또는 국제관계에 있어서의 그 밖의 비상시에 취하는 조치 등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 대상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해 안보상 이유를 거론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대응 논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가 안보상 이유가 아닌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적 성격임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천기 부연구위원은 “일본이 GATT 제21조 (b)항을 원용할 경우 우리 정부는 이번 수출허가 강화가 사실상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서 이뤄진 것임을 집중적으로 주장해야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를 WTO에 제소할 경우 한국의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도시환 동북아역사재단 일본군‘위안부’연구센터장(국제법 박사)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는 GATT 제11조 1항 위반이다.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는 체약국에 대해 수량 제한 금지 원칙을 위반한다”며 “일본이 제기한 전략물자 관리제도 수준과 관련해서도 국제적 평가를 보면 미국이 1위, 한국 17위, 일본은 36위다”고 말했다.

도 센터장은 “최근 식민지 역사 문제와 관련된 WTO 소송에서도 한국이 최종 승소했다. 2014년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협의 당시 일본은 후쿠시마 방사능 농수산물 수입규제 철폐를 한국에 요구했다. 일본은 이를 WTO 제소까지 했으나 올해 최종 우리가 승리했다”며 “이에 일본 정부로서는 한국이 WTO에 자신들을 제소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 내에서도 한국의 일본을 WTO에 제소 시 일본 정부가 불리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달 29일 산케이신문은 한국 정부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해 WTO에 제소할 방침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불리할 수 있다는 전문가 발언을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아라키 이치로 요코하마국립대 교수는 “일본 정부는 한국의 WTO 제소 움직임에 대해 안보상 수출관리이며 무역 제한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WTO는 한국의 제소를 받아 일본의 조치를 심사할 뿐 한국의 대항조치는 일절 고려하지 않는다”며 “심리가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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