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0세대, 7월부터 가동률 80%대로 하락
디스플레이 지원하던 中정부도 태도 변화
SDC·LGD, 3~4분기 감산 전망
"올 4분기 LCD 가격 낙폭 완화·반등은 어려워"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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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 하락을 주도했던 중국 패널 제조사들이 업황 부진에 감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날로 악화하는 수익성에 발목 잡힌 가운데 중국 정부도 LCD 지원 사업에 미온한 태도를 보여 공급량 조정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삼성‧LG디스플레이 등 국내 패널 제조사들이 감산에 동참하면서 올 4분기 LCD 패널 가격의 하락세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중국 패널 제조사들이 LCD 생산라인 가동률을 낮추며 공급량 조정에 나섰다. 최근 디지타임스 등 외신은 중국 BOE가 7월부터 허페이 10.5세대 일부 LCD 라인에서 생산량을 25% 줄이고, CSOT 역시 8.5세대 라인에서 패널 생산을 10% 줄였다고 보도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연구원은 “생산라인별 규모는 각기 다르겠지만 시장 전체 규모로 봤을 때, 중국 10세대 라인을 중심으로 90%대에 가까웠던 평균 가동률이 지난 7월부터 80%대로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수요가 부진한데다가 재고가 워낙 많이 싸여 있어 패널 가격이 제조원가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32인치는 이미 제조원가 이하의 수익성을 보이고 있으며 55인치대 제품 역시 최근 그 가격대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LCD 업황 부진이 심화하면서 중국 정부의 지원금을 받던 패널 제조사들마저 감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간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수익성보다 외형 성장에 주력해왔던 업체들조차 감산에 나선 점을 두고 업계선 LCD 업황이 '바닥'에 다다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최근 들어 시장 공급과잉이 지속되자 중국 정부도 LCD 사업 지원 정책에 미온한 기조를 보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과거와 달리 LCD 기술 표준화와 함께 경쟁력을 갖춘 자국 기업들에게 LCD 관련 사업 지원을 더 이상 지속할 유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보조금 덕분에 중국 업체가 한국이나 대만에 비해 여유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최근 업황 부진으로 인해 중국도 위태로워 보인다”면서 “중국 정부도 기업들을 무한정 지원해줄 수 없기 때문에 중국 업체들이 수익성을 감안하지 않는 외형 성장 경영 방식에 주의를 주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신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중국 정부가 예전에 투자하기로 한 건에 대해선 계획대로 지원해주고 있지만, 최근 새롭게 계획되는 LCD 패널 사업에 대해선 지원을 전혀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OLED 등 차세대 기술 개발을 주문한 까닭에 10세대 라인이 있는 BOE와 CSOT 정도만 LCD 양산 기업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뿐만 아니라 국내 업계도 강도 높은 감산을 검토 중이다. 단순 가동률 조정이 아닌 라인 폐쇄 가능성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 8.5세대 LCD 라인 중 일부 가동 중단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선 삼성디스플레이가 L8-1-1을 먼저 닫아 이달 말까지 월 9만장의 생산능력을 줄이고 순차적으로 L8-2-1 일부 생산능력을 감축하면서 월 3만장을 추가적으로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최근 OLED 전환투자에 속도를 내는 LG디스플레이가 국내 8.5세대 공장 일부 라인을 가동 중단하면서 올 4분기 중 월 5만장 규모 감산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선 중국 업체에 이어 국내 업체까지 감산 기조에 돌입하면서 점차 LCD 패널 가격 하락 폭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LCD 산업 전체 중 국내 패널 업체의 생산능력 조정 비중이 6.6%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패널 업체의 공급량 조절로 올 4분기 LCD TV 패널 가격은 하락을 멈추고 안정화될 것”이라며 “국내 패널업체의 생산능력 조정만으로도 패널 수급은 충분히 안정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가격 낙폭은 완화될 수 있어도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낙폭은 줄어도 LCD 패널 가격 반등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 이미 가격 반등을 기대할 수 없는 시장이 됐다"며 "향후 주요 업체들의 감산을 통해 패널 가격 낙폭이 줄어도 생산량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가동률을 다시 회복하는 데 그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업체별 재고가 많은 상황이라 이번 감산 소식이 LCD 패널 가격 반등 요인이 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으며, 가격 안정권은 내년을 기대해야 한다”면서도 “올 4분기를 기점으로 가격 낙폭은 줄어들 것으로 본다. 특히 LG디스플레이가 강도 높은 감산을 시행할 경우 가격 안정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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