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국내 증시 움직임 놓고 다양한 전망 나와
“미·중 무역분쟁 불확실성 감소에 완화적 통화정책 긍정적”
“미·중 무역분쟁 아직 화약고···글로벌 경기 하강 우려도 여전”
불확실성 증가로 인해 지난달 큰 폭으로 출렁인 국내 증시가 이달에는 어떤 흐름을 보일지 주목되고 있다. 그동안 증시를 짓눌렀던 미·중 무역분쟁이 협상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주요국들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점, 국내 상장사들의 이익 감소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분석된다. 다만 여전히 글로벌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가 크고 미국과 중국, 홍콩 등이 화약고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부정적인 요소로 분류된다.
◇ 미·중 무역분쟁 불확실성 감소···“단기적으로는 추가 하락 제한적”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달 2015.09로 시작해 지난달 말 1967.79로 마치면서 2% 넘게 하락했다. 지난달 6일에는 하루에만 2.56% 급락해 장중 1891.81까지 내리는 등 큰 변동성을 보였다. 코스닥 지수 역시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며 지난 한 달 동안 2.7% 떨어졌다.
다만 9월에는 지난달과는 달리 추가적인 하락폭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과 관련해 악재가 이미 증시에 반영된 데다 협상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최악의 국면은 넘겼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주요국들의 통화 완화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부분과 국내 상장사들의 이익 전망치가 기존 예상보다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투심에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달 30일에 낸 보고서를 통해 “이번 주는 미·중 쌍방 간 관세 부과 개시와 관련된 후속 조치격 상황 변화에 집중될 전망이다. 다만 현재 관세 부과 난타전은 파국의 시발점이 아닌 추후 협상력 제고를 위한 샅바싸움으로 이해함이 타당하다”며 “국내 증시는 하방 지지를 시험하는 중립 수준의 주가 흐름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실제 미국은 이날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도 협상 가능성을 열어놨다. 미국 정부는 이날 0시를 기해 총 1120억 달러(약 135조원)에 달하는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중국과 대화하고 있다”며 “9월 협상은 취소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상무부 역시 750달러(약 90조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 추가 관세를 매기면서도 “중국과 미국 경제무역대표팀이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여기에 주요국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실시할 것이라는 기대감, 국내 상장사들의 이익 전망치 개선 전망도 바닥론을 지지하고 있다. 특히 이달 12일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 1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린다. ECB에서는 예금 금리 인하 자산 매입 대책 등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연준 FOMC에서는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여기에 유안타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 등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12개월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지난달 하순부터 감소폭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에 단기적으로나마 증시 참여자들의 안도감을 가지게 만드는 모습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 대외 불확실성 여전···“미·중·유럽,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
반대로 국내 증시가 여전히 불확실성에 둘러싸여 있어 추가적인 하락이 가능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이 이전처럼 어그러질 수 있는 가능성이 크고 글로벌 경기 둔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게다가 홍콩 시위 격화, 노딜 브렉시트(no-deal Brexit·협의 없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이 투자심리를 추가적으로 얼어붙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IBK투자증권은 이날 ‘미·중 무역분쟁 이슈가 좌우하는 증시’라는 보고서에서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된 것은 사실이나 과거 경험에 비춰봤을 때 언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지수에 하락 압력을 가할 것인지 알 수 없다. 9월 미·중 고위급 협상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투자심리 위축은 9월에도 이어질 것으로 판단해 방어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을 우선시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가 지속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보탠다. 특히 유로존의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한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7월 유럽의 경제성장 부진이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유로존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무역 마찰, 국가 채무, 브렉시트 등으로 인해 지난해 1.9%보다 0.6%포인트 낮은 1.3% 수준으로 전망된다. 올해 유로존 인플레이션 전망치도 1.3%로 ECB 목표치인 2%에 크게 미달할 것으로 점쳐진다.
그밖에 홍콩 시위 격화도 투자심리를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현대차투자증권은 “홍콩 시위대와 중국 정부 간 대규모 충돌 시 코스피와 상관관계가 높은 홍콩 항셍지수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현재 한국 수출 가운데 홍콩 익스포져가 8%에 달해 홍콩 시위가 악화되면 수출 경기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 홍콩 경기 부진이 중국 경기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