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조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가족 증인 채택 문제 두고 ‘평행선’
‘청문회 무산’ 책임공방도···與 “한국당, 보이콧 본색” vs 野 “임명 강행 꼼수”
9월 2·3일 청문회 사실상 무산 가능성···文대통령 임명 강행 여부 주목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개회 1분 만에 산회하면서 회의장이 텅 비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개회 1분 만에 산회하면서 회의장이 텅 비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개최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여야가 조 후보자 부인, 딸 등 가족들에 대한 청문회 증인 채택 문제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다.

앞서 여야는 조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다음달 2일과 3일 이틀간 실시하기로 합의했지만, 다음달 1일까지 증인 채택 문제를 매듭 짓지 못할 경우 청문회는 열리지 못한다. 국회 인사청문회법에는 청문회 5일 전(29일)까지 출석 요청을 해야 하지만, 이미 이 시한은 넘긴 상황이다.

야당은 조 후보자 가족들을 포함한 증인으로 25명을 요구하고 있다. 조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에 후보자의 가족들이 중심에 있는 만큼 청문회에 출석해 직접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조 후보자의 가족들을 청문회에 출석시키는 것은 ‘여론재판’‧‘정치공세’‧‘흠집내기’ 등에 불과하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여야가 강대강으로 대치하면서 지난 30일 청문회 증인 채택 문제를 결정하기 위해 소집됐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는 개회 1분 만에 산회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여상규 법사위원장을 대신에 위원장석에 앉은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을 제외한 모든 야당 의원들이 불참했다.

법사위에서 재차 조 후보자 청문회 증인 채택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여야는 ‘청문회 무산’ 책임 공방에도 불이 붙었다.

민주당은 조 후보자에게 해명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 청문회를 보이콧하려는 게 한국당의 전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한국당은 처음부터 가족을 증인 부르는 것을 빌미 삼아 처음부터 청문회를 할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고, 같은 당 법사위 소속 이철희 의원도 “증인 때문에 청문회를 걷어차는 것은 계속해서 정치공세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또한 “마침내 한국당의 청문회 본색이 보이콧이었다는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가족을 볼모 삼아 인사청문회를 보이콧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문회 일정과 관련해 “민주당은 반드시 9월 2∼3일로 합의된 대로 인사청문회 일정을 지켜내겠다”며 조 후보자 ‘인사청문실시계획서 채택의 건’ 처리를 촉구했다.

야당의 청문회 연기 움직임에 대해서는 “(청문보고서 채택시한인 내달 2일을 넘긴) 3일부터는 대통령의 시간”이라며 “10일 안에 대통령이 정한 기간 내에 재송부 요청을 하게 돼 있는 것이지 그렇게 해석하면 안 된다”고 일축했다.

반면 야당은 조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무산될 경우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여당이 이런 저런 핑계를 만들어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맹탕 청문회를 하거나 청문회를 무산시키고 조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려고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의 ‘핵심 증인’인 후보자 가족들이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되지 못할 경우 ‘증인 없는 청문회’‧‘맹탕 청문회’가 예상되는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청문회 일정과 관련해서도 그는 “인사청문회법상 20일 안에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하는 경우 열흘 이내의 기간을 정해서 (청문보고서를) 다시 요구하게 돼 있다”며 “그런 셈법이라면 12일까지 얼마든지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사위 한국당 간사 김도읍 의원도 “증인 합의가 되더라도 국회법에 따라 송달 절차를 밟아야 한다. 주말에 중인 합의가 된다고 해도 사실상 (송달) 절차를 밟기가 쉽지 않다”면서, 청문회 연기 가능성을 내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국민청문회’ 개최 문제가 다시금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 조 후보자의 ‘해명기회’를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조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일방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명 기회가 꼭 필요하다. 청문회가 지연되면서 의혹들에 살이 붙고 있고, 더 늦춰져 추석 연휴를 넘길 경우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며 “법사위에서 끝내 합의가 불발될 때에는 ‘국민청문회’라도 다시 검토해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야당과의 합의 과정이 아직까지는 진행되고 있는 만큼 협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 후보자 법무부 장관 임명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강행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인사청문회법상 다음달 2일이 조 후보자에 대한 청문절차 법정기한인 만큼 야당이 요구하고 있는 청문회 연기를 위해서는 문 대통령이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 요청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과 청와대 내부에서는 청문회 연기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지배적인 만큼 문 대통령의 재송부 요청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다만 지난 개각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임명 강행’에 대한 일부 부정적 여론이 존재하고, 조 후보자에 대한 비판 여론도 적지 않아 한 발 양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30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30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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