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동결 ‘숨 고르기’···10월 인하 가능성 커져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이주열 총재/사진=이기욱 기자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이주열 총재/사진=이기욱 기자

글로벌 경기 둔화가 심화되고 대외 수출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숨고르기에 나섰다.

금통위는 30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이주열 총재의 주재로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1.50%)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조동철 위원과 신인석 위원 두 명은 0.25%포인트 금리인하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소수의견이 두 명이나 등장함에 따라 11월보다는 10월 금리인하의 가능성에 보다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금통위에 따르면 최근 세계경제는 교역이 위축되면서 성장세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분기 미국의 GDP성장률은 1분기(3.1%) 대비 1.1%포인트 낮아진 2.0%를 기록했으며 지난달 산업생산도 -0.2%로 나타났다.

유로존의 2분기 GDP성장률 역시 0.2%로 1분기(0.4%)보다 하락했으며 6월 산업생산은 -1.6%를 기록했다. 미국과 무역분쟁을 겪고 있는 중국도 지난 2분기 성장률(6.2%)이 1분기(6.4%)보다 둔화됐다. 국제금융시장 역시 미중무역분쟁, 글로벌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로 가격변동성이 확대됐다.

국내 실물경기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건설투자 조정과 수출, 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된 가운데 소비증가세까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2.1% 늘어나는데 그쳤으며 건설기성액은 2.3% 감소했다. 소비판매액도 6월(-1.6%)에 이어 지난달(-0.9%)도 감소 추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 대비 11% 줄어들었다.

고용상황은 다소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매달 취업자수가 20만명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30만명에 육박하는 수치를 보였다. 금통위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등으로 향후 성장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고 진단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하락 등으로 지난달 오름세가 0.6%로 둔화됐다. 수요측면의 물가상승 요인을 나타내는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에너지 제외)은 0.9%로 전월(0.7%)보다 소폭 상승했다.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대 초반에서 등락하다가 내년 이후 1%대 초중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불균형 측면에서는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가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5조8000억원 늘어났으며 증가폭도 매달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주택가격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1% 하락했으나 수도권은 보합세를 보였고 서울은 오히려 0.1% 상승했다.

이주열 총재는 “현 시점에는 대외여건의 전개상황과 그 영향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 금리를 동결했다”며 “향후 통화정책은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정도의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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