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유로존 비롯 글로벌 경기침체 국면 ‘인지’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독일국채 금리 관련 직접적 표현도

우리은행(사진 왼쪽)과 KEB하나은행 본사/사진=연합뉴스
우리은행(사진 왼쪽)과 KEB하나은행 본사/사진=연합뉴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파생결합상품(DLF)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투자자들의 100% 원금손실이 점차 현실화되자 손실 가능성에 대한 각 금융사들의 사전 인지 여부도 핵심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우리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 산하 연구소들은 손실의 원인이 되는 유로존, 미국의 경기 침체 흐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보고서에는 국채 금리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까지 등장해 위험을 알고도 판매에 열을 올렸다는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DLF상품은 크게 두가지로 독일국채 10년물 금리 연계상품과 미·영 이자율 스와프(CMS금리) 연계상품이다. 각각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주로 판매한 상품이며 최종 손실규모는 만기시 기초자산으로 사용된 금리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독일국채 금리는 경기침체 국면에서 하락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경기침체기에는 투자자들의 자금이 안전자산에 몰려 국채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통상 시중금리와 함께 움직이는 CMS금리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징후가 나타난 순간부터 DLF판매를 중단했어야 한다는 비판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낙연 국무총리 역시 지난 27일 “국제금리 하락 추세에 따라 손실 위험이 충분히 예견됐는데도 파생상품을 계속 판매했다는 지적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금융시장 브리프’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올해 초부터 독일이 속한 유로존의 경기침체 징후를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월 금융시장 브리프는 “주요 투자은행들은 ECB(유럽중앙은행)가 유로지역의 성장세 둔화, 예상보다 낮은 물가상승세 등으로 금리인상 시점이 기존의 2019년 9월에서 2020년 1분기로 늦춰질 것으로 예상”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3월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미국 통화정책 기조 변화의 의미와 영향’ 내에는 독일국채 금리에 대한 직접적인 전망도 실려있다./자료=우리금융경영연구소
지난 3월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미국 통화정책 기조 변화의 의미와 영향’ 내에는 독일국채 금리에 대한 직접적인 전망도 실려있다./자료=우리금융경영연구소

2월 보고서 역시 “ECB는 1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와 정책 가이던스를 유지하고 글로벌 경제의 하방 위험으로 확장적 통화정책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이라고 밝혔으며 3월에도 “ECB는 유로존 경기 하강에 대응하기 위해 신 양적완화정책의 추진을 고려”라고 분석했다.

특히 3월에 발간한 ‘미국 통화정책 기조 변화의 의미와 영향’에서는 독일국채 금리에 대한 보다 직접적인 전망까지 등장한다. 해당 보고서는 “미국 금리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금리도 동반 하락할 전망”이라며 “3월 FOMC 이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2.53%에서 2.39%로 하락했으며 독일과 영국 등 주요국의 금리도 동반 하락(독일 0.084% → -0.069%, 영국 1.16% →1.0%)”이라고 명시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그 이후에도 5월말까지 DLF상품을 판매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역시 마찬가지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해말 발간한 ‘금융시장 모니터(금리)’를 통해 “글로벌 금리는 미 장단기 금리 역전에 따른 미국 경기침체 우려 부상 및 연준의 금리인상 조기 종결 기대 확산 속에 미 국채를 중심으로 급락”이라며 “ECB 역시 경제와 물가 전망의 하향조정과 함께 경기 전망 하방위험 확대를 시사”라고 파악했다.

1월에 발간된 금융시장 모니터 역시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 부각, 미 장단기 금리 역전에 기반한 경기침체 우려,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압력 등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강화되며 시중금리 연저점 경신도 부담”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후 보고서들 역시 “안전자산선호 약화로 상승 추세를 이어오던 글로벌 금리는 무역 협상 불확실성과 세계 경제 둔화 전망, ECB 완화적 스탠스로 하락” 등과 같은 표현으로 글로벌 경기침체 국면을 경고하고 있다. 다만 하나은행 DLF상품의 경우 우리은행 상품(4~6개월)에 비해 상품 만기가 1년~1년6개월로 길기 때문에 이러한 전망과 투자손실 위험 사이의 연관성이 보다 작은 편이다.

조붕구 한국기업회생지원협회장은 “실적 경쟁을 하다 보니까 무리수를 두게 된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며 “내부에서도 분명 지적을 했지만 경영진 등에서 정책적으로 독려를 했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 녹취록 등 개개인 사례들을 모아서 검찰에 제출하고 압수수색 등을 지속 요구할 예정”이라며 “판매행위를 한 은행원들도 처벌하도록 해 앞으로 이와 같은 피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은행들에게 일종의 시그널을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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