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액 50억원 늘어난 채로 다시 재판 받아야 할 처지
판결 결과에 대해 이례적 입장 발표···“잘못 되풀이 하지 않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가운데)이 26일 충남 아산에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가운데)이 26일 충남 아산에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재판이 결국 파기환송 됐다. 검찰과의 법정 싸움이 자연스럽게 연장되게 됨에 따라 현장경영 행보에 몰두하던 이 부회장의 보폭도 다시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승계 작업에 대한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 한국동계영재스포츠센터에 대한 삼성의 16억원 지원과 말 구입액 34억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이로써 이 부회장의 총 뇌물액은 2심 판결보다 50억원 더 늘어난 86억 8081만원이 됐다.

이 부회장 입장에선 이번 판결로 인해 악화된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만일 집행유예 판결이 확정됐다면 그동안 이어져 온 법적 리스크를 털고 본격 경영일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으나 더 불리해진 조건으로 만만치 않은 법정 싸움을 벌여야 하는 곤경에 처했다. 또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이 부회장으로선 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수사 과정에서 승계 등과 관련 결정적 증거가 나올 경우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법적리스크가 이어짐에 따라 삼성전자 역시 불확실한 경영상황을 이어가게 됐다. 우선 일본과의 무역전쟁 상황과 관련 이 부회장의 보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 부회장은 일본의 불화수소 수출규제 논란이 불거진 초기 일본으로 날아가 거래선들과 접촉하며 위기 타진에 나선 바 있다. 허나 이제 다시 재판을 준비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일본 뿐 아니라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문제 등 대외 리스크들과 관련해서도 활동에 제약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팀쿡 애플 CEO(최고경영자)가 관세를 안 내는 삼성과 경쟁하는게 어렵다고 토로한 것에 대해 돕겠다는 의지를 표한 바 있다.

한 재계 인사는 “총수가 재판을 받는 상황이 되면 활동에 제약이 생기게 된다”며 “물론 총수를 대신해 다른 인사가 움직일 수 있으나 총수가 움직이는 것과는 거래선이 느끼는 것 자체가 확실히 다르다”고 전했다.

또 한 가지는 투자와 관련한 부분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법적 부담을 털게 되면 ‘빅딜’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허나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재판을 치르는 상황이 됨에 따라 당분간 대규모 신규 빅딜은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는 분석이다. 한 기업 인사는 “책임이 따르는 큰 투자는 오너가 아니면 누구도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부회장 측 변호사는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금품 지원에 대해 뇌물 공여죄를 인정한 것은 다소 아쉽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형이 가장 무거운 재산국외도피죄와 뇌물 액수가 가장 큰 재단 관련 뇌물죄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는 점과 삼성은 어떠한 특혜를 취득하지 않았음을 인정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삼성 측도 대법원 판결 이후 이례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리더십 공백이라는 위기상황이 이어지는 것에 대한 답답함을 호소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 측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 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저희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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