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양보’한 철강업계 “장기화 된 후판가 동결, 미반영 상승분 반영 필요”
‘한번 더 양보’ 요구하는 조선업계···전문가 “저가수주·이익부진 원인, 향후 개선될 것”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후판가격을 둘러싼 철강업계와 조선업계 간 협상이 하반기에도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철강업계는 조선업계의 회복세가 점쳐진다며 그간 억제해 온 인상분이 이번 협상에서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조선업계에서는 선박 원가의 20%를 차지하는 후판가격 인상을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29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하반기 협상은 지난달부터 계속됐다. 일반적으로 후판가 협상은 연 2차례 상·하반기 나누어 실시된다. 상반기 후판 납품가 협상은 전년 하반기에, 하반기 협상은 상반기 중으로 끝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해 가을께 시작된 올 상반기 협상이 지난 5월~6월 새 마무리되면서 하반기 협상 개시도 늦어지게 됐다.

통상 협상은 포스코·현대제철 등 각 철강사들과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조선사들간 개별적으로 이뤄진다. 반년 넘게 끌어 온 올 상반기 협상은 ‘조선업계의 판정승’이란 평가가 많다. 사실상 동결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지지부진한 다툼 끝에 한 번 더 양보를 택한 철강업계의 인상 요구가 이번에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비조선용 후판가격은 톤당 76만원선이다. 각 업체별 계약사항이 공개되지 않는 까닭에 정확히 알려지진 않지만, 조선용 후판은 톤당 70만원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추정된다. 올 상반기 협상 역시 이와 마찬가지였다. 철강업계는 조선업계가 실의에 빠진 수 년 간 원가가 급격히 상승했고, 당시의 상승분도 새 계약에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후판협상은 보통 대표이사 직속의 별도 조직에서 진행되는 탓에 정확한 내막에 대해 알고 있는 이들이 드물다”면서도 “확실한 것은 철강석 인상 등 원가압박이 고조되는 가운데서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줄곧 양보해 왔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상반기 ‘한 번 더’라는 심정으로 동결에 합의했는데, 하반기만큼은 조선업계가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 보기엔 조선업계가 몽니를 부리는 것 같지만, 인상을 부담스러워하는 나름의 사정도 있어 보인다. 전문가들은 수익성을 지적했다. LPG 등 일부 선종을 제외한 대부분 선박시장에서 과거와 같은 수익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선업체들이 급증한 상황에서 글로벌 선박수요가 줄어들어 무분별한 저가수주 경쟁이 펼쳐졌는데, 그 여파가 협상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대우조선해양 영업설계 담당 전무 출신인 신동원 인하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철강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원료를 수입해 이를 가공해 판매함으로서 원가가 외부 요인 등에 의해 변동한다는 점”이라며 “동시에 조선업계는 수주가 줄어들고 수익은 더욱 감소하는 상황에서 후판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감을 떨칠 수 없어 협상이 난항에 빠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신 교수는 “특히 올해 수주현황을 보면 당초 예상치보다 실적이 저조함을 확인할 수 있다”며 “다양한 요인에 의해 선주들이 발주를 늦추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는데 하반기 조선업황이 개선되면 다소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LPG선 등 고수익 선박들의 수주실적 향상으로 조선업계의 부침 역시 개선될 것”이라며 “두 업계의 상생을 위한 이해와 양보, 타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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