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네이버 이어 나이스그룹도 표절 의혹···스타트업 자금·시간 부족해 법적공방 가면 시간과 자원 절대적 부족
전문가 "부정경쟁방지법·영업비밀보호법 등 활용해 현명하게 대처해야"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표절공방이 끊이질 않고 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스타트트업의 서비스나 기술을 표절하는 사례가 몇년간 이어져오고 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법적 공방으로 갈 경우 시간적, 자금적 여유가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P2P(개인간거래) 스타트업 ‘한국어음중개’는 신용평가사 나이스그룹이 자회사를 출범해 전자어음 발행 서비스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한국어음중개는 온라인 투자자들의 돈을 전자어음 형태로 기업에게 제공해주는 P2P사업을 2017년 출범했다. 당시 나이스평가정보로부터 기업정보를 제공받는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최근 나이스그룹이 자회사 나이스비즈니스플랫폼을 통해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한국어음중개 관계자는 “2017년 당시 나이스평가정보와 계약을 맺으면서 사업 모델에 대한 비밀을 유지하기로 한 조항이 있었다. 그러나 비슷한 사업모델이 2년 뒤에 나왔다는 점에서 우리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나이스그룹이 2016년부터 이 사업을 생각했다고 하는데, 우리는 2016년 이전부터 사업모델을 생각했고 2017년 출범했다”며 “현재 금융감독원과 중소벤처기업부 민원 제기 및 법적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달에도 네이버 자회사 ‘라인’이 중고거래 플랫폼 스타트업 ‘당근마켓’을 표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근마켓 측은 라인은 베트남에서 출범한 해외중고거래 겟잇(GET IT)앱이 당근마켓 앱 UI를 그대로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당근마켓 앱의 메인 화면, 동네인증화면, 범위설정 등이 라인 겟잇 앱과 똑같다는 얘기다. 하지만 라인 측은 ‘표절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대‧중견기업과 스타트업 간 표절 공방의 역사는 오래 됐다.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푸트테크 스타트업 ‘이그니스’는 자사 식사대용품 랩노쉬 표절 사례가 있었다.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던 엄마사랑의 식사대용품 ‘식사에반하다’는 랩노쉬 제품을 그대로 모방해 판매됐다. 결국 특허청은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모방 제품을 만든 업체에게 관련 제품의 생산, 판매 중지를 시정 권고했다. 해당 제품을 매입했던 대형 마트도 판매를 중지했다.

지난해 패션 스타트업 듀카이프도 자사 제품인 ‘마스크 모자’를 한세엠케이 측이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듀카이프는 한세엠케이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한세엠케이 측은 대형 로펌을 선임한 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맞고소하겠다고 나섰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대기업들이 자본없는 스타트업 서비스를 비슷하게 따라하는 것은 상도덕에 어긋난다”고 토로했다. 대기업이 똑같은 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낼 경우 스타트업들은 매출과 점유율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만약 법적 소송까지 가게 돼도 문제다.

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들은 적은 자금, 소수 인원으로 사업을 이어가는 기업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표절 관련) 법적 분쟁을 이어갈 시간과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대기업, 중견기업들이 스타트업 서비스를 일부 참고했더라도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아 스타트업들만 곤란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스타트업 서비스가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에게 표절을 당했을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정경쟁방지법과 영업비밀보호법이다. 영업비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절차가 까다롭지만 인정되면 형사소송까지 가능하다. 부정경쟁방지법은 민사소송만 가능하다.

송도영 법무법인 비트 변호사는 “스타트업 서비스 표절 논란은 꾸준히 많다. 스타트업들은 (표절을 당했을 경우) 영업비밀보호법이나 부정경쟁보호법 등으로 소송을 걸 수 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2017년 개정된 이후 입증 요건이 완화되고 조치 등이 강화됐다”며 “만약 스타트업의 기술이나 서비스를 표절했다면 대기업의 소스코드를 알아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형사고소해 압수수색하는 방법 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송 변호사는 “근로계약서처럼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협업, 미팅, 투자논의 시에도 기밀보호서약서를 필수적으로 쓰게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기업이 지나친 부담을 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입법조치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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