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필 3마리, 사용·처분권한 넘어가 뇌물···경영권 승계라는 ‘부정한 청탁’도 인정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등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선고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입구에 피고인들의 처벌을 촉구하는 배너가 세워져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등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선고를 하루 앞둔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입구에 피고인들의 처벌을 촉구하는 배너가 세워져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 재판을 다시 받게됐다. 대법원은 2심이 무죄로 판단한 마필 3마리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도 뇌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대법원장 김명수, 주심 대법관 조희대)는 29일 이 부회장 등 삼성전자 관계자 5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전합은 이 부회장의 양형에 큰 영향을 주는 마필 3마리 소유권 부분에 대해서 원심과 달리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전합은 “뇌물수수죄에서 말하는 ‘수수’는 법률상 소유권까지 취득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실질적 사용·처분권한을 갖게 된 경우 그 물건 자체를 뇌물로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라며 “최씨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사이에 ‘살시도’와 향후 구입할 말에 관해 실질적 사용·처분 권한이 최씨에게 있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 등이 최씨에게 말들을 뇌물로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라며 “원심은 뇌물수수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라고 판시했다.

전합은 또 제3자뇌물수수의 전제가 되는 ‘부정한청탁’에 대해서도 이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이 존재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한 영재센터에 삼성이 지원한 16억원을 뇌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전합은 “부정청탁의 대상과 내용은 구체적일 필요가 없고, 공무원과 제3자에게 제공되는 이익과 대가성이 특정되는 정도면 충분하다”면서 “원심이 부정 청탁 대상이 명확히 정의되고 뚜렷해야 한다는 근거로 삼성그룹의 승계작업을 인정하지 않고 박 전 대통령이 승계작업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본 것은 법리에 배치된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합은 뇌물(마필 3마리)과 제3자뇌물(영재센터 지원)에 대한 부정청탁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무죄로 판단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 범죄수익은닉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부분에도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되돌려보냈다.

2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상당 부분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되면서 이 부회장이 다시 실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대검찰청은 대법원 판결 이후 입장문을 내고 “국정농단의 핵심 사안에 대해, 중대한 불법이 있었던 사실이 대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된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검찰은 앞으로 진행될 파기환송심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책임자들이 최종적으로 죄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받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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