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양극화 심화 상황서 저소득층 지원 더 늘렸어야”···한국당은 적자국채 발행 증가 우려
세수 적어지는 상황서 “정부, 세수 확대 계획 내놔야”

지난 6월 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서울관광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6월 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서울관광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올해보다 9.3% 늘어난 내년 예산안 513조5000억원 규모가 세계 경기 둔화와 저성장 대응으로 부족하다는 전문가들 분석이 나왔다. 특히 세입 증가율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세수 확대 계획을 세워 시행해야 할 때라는 의견도 있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적자 국채 발행 증가를 우려했다.

29일 정부는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2020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9.3% 늘어난 513조5000억원으로 확정했다. 혁신성장과 일자리,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및 경기 악화 대응 등을 중점 지원하기로 했다.

내년 예산안 가운데 특히 혁신성장과 일자리,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대응, 포용국가 기반 공고화 예산이 늘었다. R&D 분야는 작년보다 4.4% 증가한 20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는 15.4% 늘은 18조8000억원, 환경 분야는 7.2% 증가한 7조4000억원을 각각 지원한다. 사회간접자본(SOC)과 공공질서 및 안전은 각각 19조8000억원(4%), 20조1000억원(5.6%)을 투입한다.

일자리와 복지 예산도 늘렸다. 정부는 내년 일자리 예산을 올해보다 21.3% 늘린 25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고용 안전망 확충 및 돌봄 안전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늘린다. 일자리를 포함한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181조6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2.8% 늘렸다. 이는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4%다.

경제전문가들은 정부의 내년 예산안이 확장적이기는 하나 세계 경기 둔화와 국내 경제 저성장, 수출 부진 등에 대응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2019년 예산 증가율은 9.5% 였으나 현재 경기가 좋아지기보다 나빠지고 있다”며 “내년에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 세계 경기 둔화로 올해보다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 9.3% 예산 증가율로 거시 경제를 개선하기는 어렵다. 더 확장적으로 예산을 편성해야 했다”고 말했다.

윤석천 경제평론가도 “내년 예산은 소재부품장비 산업 발전과 연구개발 예산이 늘어 필요한 곳에 배치됐다. 다만 재정 증가율을 더 확장적으로 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전문가들은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저소득층 지원에 대한 예산 확대가 부족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분기 고소득 가구와 저소득 가구 간 소득 격차가 역대 가장 컸다. 지난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30배로 1년 전보다 0.07배포인트 나빠졌다. 

하위 20%(1분위) 가구의 소득 감소세가 멈췄지만 1년 전보다 소득 550원 증가에 그쳤다. 반면 5분위 가구 소득은 29만1100원 늘었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했지만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조 교수는 “지난 2분기 소득 불평등이 심화됐다. 내년 예산안에서 저소득층 지원을 더 늘려 520조원 가까이 편성해야 했다”고 말했다.

◇ 세입 증가세 둔화···“정부 세수 기반 확대 계획 내놔야”

특히 전문가들은 세입 증가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세수 기반 확대 계획을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정부의 2020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재정수지와 국가채무비율은 세입 증가세 둔화와 확장적 재정 편성으로 작년보다 늘어난다.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는 –1.9%에서 -3.6%로 전년대비 악화한다. GDP 대비 국가채무도 전년 37.1%에서 39.8%로 늘어난다.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이어진다. 정부의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3년 국가채무는 1000조원을 넘고 국가채무비율은 46.4%에 달한다. 2023년까지 5년간 연평균 재정지출은 6.5% 늘어나는 반면 국세 수입은 3.4% 증가에 그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내년 총수입이 482조원으로 올해보다 1.2%(5조9000억원) 늘어나는 반면 국세 수입은 올해 294조8000억원에서 내년 292조원으로 0.9%(2조8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세입 부족을 보전하기 위한 적자 국채 발행 규모는 올해 33조8000억원에서 내년 60조2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역대 가장 큰 규모다. 이는 자유한국당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김성원 한국당 대변인은 지난 26일 “언제까지 정부가 깨버린 밑 빠진 항아리에 국민들이 세금을 쏟아부어야 하는가”라며 “경제 부총리조차 내년 세수 여건이 어렵다고 인정했다. 국민들에게 적자국채 발행으로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조영철 교수는 “매년 그럴 순 없지만 내년 경기 둔화 상황에서 60조원의 적자국채 발행은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성장률이 떨어져 조세 수입과 재정건전성도 악화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기재부와 정부는 경기 회복 시기에 맞춰 세입 증가세 둔화에 대해 조세부담률 상향 계획을 밝혀야 한다”며 “조세부담률 상향 계획을 밝히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했다.

이어 “조세 기반 확대는 현재 취약한 부동산임대소득 과세와 금융소득 종합과세 등에 대한 강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천 평론가는 “앞으로 세입 기반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부자 증세가 주춤한 상황이다. 효과가 크지 않은 소비세 감세를 재고해야 한다”며 “부동산 임대소득과세와 금융소득 종합과세는 반발이 있겠지만 가야 할 방향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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