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적 진실’ 중요하지만 검찰 수사가 최우선 아냐···검찰권 행사 절제되고 신중해야

“슈퍼히어로 랜딩(Superhero landing!)”

위기의 순간에 주인공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며 등장하는 모습. 한쪽 발과 한쪽 무릎, 한쪽 손이 바닥에 닿고 다른 한 손은 높게 치켜든 형세. ‘3점 착지’라고도 불리는 ‘수퍼히어로 랜딩’은 영웅적 서사를 가진 액션영화에서 종종 등장하는 클리셰다. 웅장한 음악과 함께 착지한 주인공이 고개를 들어 정면을 응시하면 더욱 극적 효과가 발휘된다.

그런데 이 자세는 높은 곳에서 착지하는 자세로는 그다지 실용적이지 못하다고 한다. 무릎과 다리, 팔로만 충격을 모두 흡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높은 곳에서 착지할 때는 등 전체를 이용해 구르는 것이 훨씬 부담도 적고 안전하다. 국내에서 큰 흥행을 한 영화 ‘데드풀2’에서는 주인공이 오히려 이 ‘슈퍼히어로 랜딩’ 자세를 조롱하기도 해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줬다.

하지만 이러한 등장 모습은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끊임없이 연출된다. 주인공의 강인한 모습을 간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데다, 그 자세가 꽤 멋지기 때문일 것이다. 낙하 거리에 비례해 주인공의 강인함이 배가된다는 우스갯소리도 존재한다.

‘슈퍼히어로 랜딩’ 이야기를 길게 꺼낸 이유는 검찰이 슈퍼히어로 흉내를 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영화는 영화로만 보고 싶은데 현실에서 보게 된다면 굉장히 유치한 느낌을 받게 된다.

검찰이 지난 27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주변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검찰의 강제수사를 받은 최초의 사례라고 한다. 왜 이 시점이었어야 했을까. 검찰의 공식 설명은 이렇다. “국민적 관심이 큰 공적 사안으로서, 객관적 자료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할 필요가 크다. 만약 자료 확보가 늦어질 경우 객관적 사실관계를 확인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 각종 의혹으로 사회적 논란이 크다 보니 검찰의 직접 나섰다는 설명이다. 혹자는 검찰의 영웅적 등장에 통쾌해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누가 검찰에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영웅이 되라고 했을까. 실체적 진실이 밝혀져 사회적 혼란은 정리가 필요하지만, 그 권한을 검찰이 우선적으로 행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9월 2~3일로 확정된 인사청문회도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방법 중 하나인데 말이다.

우리는 2008년에도 MBC 피디수첩 사건 수사에 착수한 검찰로부터 “처벌보다는 실체적 진실 발견이 중요한 사건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11년 뒤인 2019년 검찰과거사위원회는 당시 검찰의 수사착수가 범죄의 혐의를 밝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 검찰의 수사권을 남용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놨다.

조국 후보자에 대한 압수수색과 11년 전 피디수첩 사례가 똑같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검찰은 검찰권 행사를 절제하고 신중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검찰은 정치적 고려가 없다고 선을 긋고 있으나, 야당에서는 인사청문회를 보이콧하겠다는 말까지 나오면서 오히려 상황이 ‘정치적’으로 변해버렸다. 

역설적으로 이번 압수수색은 검찰이 정치적으로 독립된 상태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는 하다. 청와대와 법무부도 조국 후보자에 대한 압수수색을 사후에 보고받았다고 한다. 다수의 정권에서 검찰권을 정적 제거, 사회통제의 수단으로 사용했던 전례에 비춰봤을 때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다만 공직에 지명된 사람의 업무능력이나 인간적 자질을 국회가 인사청문회에서 충분히 살필 수 있는데도 검찰권이 행사됐어야 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검찰이 나서야 해결돼’라는 메시지를 대중에게 심어주고 싶었을까. 모든 시선이 서초동으로 쏠리고 있다.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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