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C "내년 메모리 반도체 저점···하반기에서야 수급 개선"
삼성 평택 P2 라인·SK하이닉스 이천 M16 등 신설 라인 설비 투자 지연 전망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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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 불황에 한일 갈등이란 대외 변수가 겹치며 국내 반도체 업계가 숨고르기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설비 투자를 대폭 줄이는 가운데, 당초 올해로 예정된 신설라인에 대한 장비 투자 시점도 내년 이후로 늦출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올해가 저점이 될 것이란 업계 기대와 달리 불황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는 모습이다. 

28일 시장조사업체 IDC는 올해 전세계 메모리 시장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약 30% 감소한 1140억 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메모리 시장 규모도 약 980억달러 수준으로 올해보다 14% 가량 규모가 쪼그라들 것으로 관측했다. 내년부터 시황이 개선될 것이란 업계 기대보다 메모리 수급 불균형이 훨씬 장기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수겸 한국IDC 부사장은 “현재 대부분 회사들의 재고 수준을 감안하면 생산능력을 아무리 줄여도 올 하반기가 메모리 시황 바닥이 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쯤 전체 메모리 시장이 회복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자, 양대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설비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그간 대규모 설비투자를 통해 성장한 생산능력이 막대한 재고로 돌아온 탓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올 연말까지 2x나노 D램을 생산하던 M10을 이미지센서 라인으로 전환하고, 수요가 줄어드는 2D 낸드의 경우 생산능력을 15% 줄일 방침이다. 올해 장비 투자액은 전년 대비 40% 줄일 계획이다. 삼성전자 역시 라인 최적화 방침을 통해 시황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반응이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에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설비에 10조7114억원을 투자하면서 전년 동기(16조6478억원) 대비 35.7% 설비 투자 규모를 줄였다. 

이에 일각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신설 D램 양산라인 가동 시점을 당초 계획보다 늦출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평택 P2라인의 가동 시점을 오는 2021년 하반기로 미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당초 올 하반기 예정된 설비 투자 역시 내년으로 늦춰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이천 M16 D램 생산라인 가동 시점을 오는 2021년으로 늦춰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M15 추가 클린룸 확보와 M16 장비 반입 시기를 재검토한다고 밝힌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더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신설 라인 가동 시점을 미룬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이로 인해 내년 전세계 D램 생산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도 설비 투자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초 일본 정부의 수출 통제 조치 발표 이후 아직까지 한국 기업으로 수출 허가를 받은 고순도 불화수소 계약 건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사용하는 포토레지스트(PR)의 경우 두 건 수출 허가를 받았지만 이도 국제 여론을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이 많다.

여기에 한일 관계 역시 갈등 골이 깊어지는 점도 부담이다. 이날 일본 정부는 예정대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제도를 강행하면서 수출 절차를 강화했다. 한국은 백색국가에서 제외되면서 비민감품목 전략물자 857개 품목 외에도 비전략물자여도 무기로 전용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품목의 수출 방식이 특별일반포괄허가 방식으로 바뀐다. 특히 개별 허가만 가능한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은 다른 품목보다 더 민감한 정보를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업계 우려가 크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일본 수출 통제 조치가 메모리 양산에 큰 차질을 줄 정도의 이슈는 아닐 것으로 본다. 국내 기업들이 시제품을 테스트하면서 대체재 마련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기업 경영 환경에 불확실성이 되는 점은 확실히 부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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