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목재 제외 대다수 품목 대상 수출 규제 강화···정부 즉각 대체가능한 품목 수입 다변화와 국산 대체 추진 속도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울산 이화산업단지에서 열린 현대모비스 친환경차 부품 울산공장 기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울산 이화산업단지에서 열린 현대모비스 친환경차 부품 울산공장 기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계획대로 28일 한국을 수출 관리상의 우대 대상인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을 시행했다. 이날부터 일본 기업들의 한국 수출 절차가 대폭 강화됐다. 그만큼 한국 기업들과 경제에 미치는 불확실성도 커졌다.

이날 일본 아베 신조 정부는 한국을 수출 관리 우대 대상인 ‘그룹A’(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개정 수출무역관리령을 시행했다. 일본은 지난 2일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을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했었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4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하는 3가지 소재에 대해 일본 기업의 한국 수출 절차를 강화한 조치에 이어 2차 조치를 시행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의 대화 요구에도 결국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했다. 지난 15일 광복절 문재인 대통령은 경축사를 통해 대화 의지를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27일 백색국가 제외 등 일본이 부당한 조치를 원상회복하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며 대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반응은 없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이유에 대해 자국 내 수출 관리 방식의 변경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본의 조치는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성 차원이다. 일본 정부는 대법원 판결 이후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동원 문제가 해결됐다며 한국 정부에 국가 간 신뢰가 무너졌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또 한국의 전략물자 관리 부실 의혹을 제기하며 백색국가 제외 이유로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한일청구권협정과 한일협정은 식민지배 불법성과 반인도적 범죄 행위를 전제하지 않았다. 청구권협정 협상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강제 동원 피해자의 법적 배상을 부인했다. 대법원 판결은 이에 기초해 한일청구권협정에 일본의 국가권력이 관여한 식민지배 불법성과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명시되지 않았다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권을 인정했다.

또 지난 5월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세계 200개 국가들의 전략물자 무역관리 제도 수준을 평가해 순위를 매긴 ‘위험 행상 지수(Peddling Peril Index)’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17위, 일본은 36위였다.

◇일본 정부 한국 수출 규제 강화 자의적 가능···한국 기업들 불확실성 커져

이날부터 일본이 백색국가에서 한국 제외를 시행하면서 일본으로부터 소재 등을 수입하는 한국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운영 과정에서 일본 정부의 의지와 뜻에 따라 수입 품목과 규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은 일본으로부터 수입을 할 때 전략물자 비(非)민감품목과 비전략물자여도 무기로 전용될 우려가 있는 품목의 경우 일반포괄수출허가가 아닌 개별허가나 특별일반포괄허가를 적용받는다. 개별허가는 3년간 인정해주는 허가 유효기간이 6개월로 줄어든다.

전략물자 비민감품목에는 센서 및 레이저, 첨단소재, 재료가공, 전자, 컴퓨터, 통신·정보보안, 항법장치, 항공우주·추진 등 857개 품목이 대상이다. 전략물자 비민감품목에 비전략물자까지 더하면 거의 모든 산업에 한국 기업 입장에서 수입 규제가 강화되는 것이다. 비전략물자의 경우 대량살상무기나 재래식무기 용도로 사용될 우려가 있는 경우 캐치올(상황허가) 통제 대상이 된다.

정부는 이 가운데 159개 품목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시행함에 따라 1000여개 품목에 대해 한국 수출을 더 까다롭게 할 것”이라며 “특히 일본이 한국의 전략물자 관리 의혹을 제기한 상황에서 핵 개발과 관련된 소재나 물질은 수출을 금지 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기형 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일본특위) 간사는 “오늘부터 일본은 전략물자의 경우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을 비백색국가와 같이 규제할 것이고 비전략물자의 경우에도 사안별로 점검 규제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일본에서 수입하려는 품목이 전략물자일 경우 수출자가 특별일반포괄허가 대상인 자율준수기업(ICP기업)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수출자가 자율준수기업인 경우 다수 수출 건을 종합적으로 신속히 허가하는 포괄허가제도 이용이 가능하다.

ICP 기업 명단과 개별허가를 받는데 필요한 신청서류와 기재 요령은 전략물자관리원의 홈페이지의 ‘일본규제 바로알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당정청은 일본의 수출 규제 대응을 위해 소재·부품·장비 공급망 조기 안정과 상용화에 3년간 5조원을 투입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산업 소재 100개 이상을 핵심품목으로 지정하고 연구개발에 국가 예산을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일본특위에 따르면 당정은 일본의 조치와 관련해 즉각 대체가능한 품목에 대해 다음주부터 수입 다변화와 국산 대체를 위한 정책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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